사립유치원비 연평균 500만원 시대
사립유치원비 연평균 500만원 시대
  • 김용호 기자
  • 승인 2012.11.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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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버릇 대학까지, 부모들의 등골은 휘어간다.
[이슈메이커=김용호 기자]

Social Focus-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사립유치원

한국의 세 살배기 어린이 효자‧효녀(?)들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사립유치원과 국공립유치원간 연 평균 비용을 조사한 결과 최대 41배까지 비싼 걸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학은 물론이고 유치원까지 국립을 찾아가기 위해 공부해야 할 마당이다. 하지만 이는 무조건적으로 사립유치원의 고비용 거품문제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국 국공립유치원의 수용 유아 수는 12만여 명으로 사립의 3분의 1수준에 미치고 있고,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와 관리 감독에 대한 정부정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 사립 유치원=국립 대학교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보공시 사이트인 ‘유치원 알리미(e-childschoolinfo.mest.go.kr)’에 2012년 9월과 10월 공개된 전국 8370개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의 경비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립유치원에 자녀 1명을 보내는 비용이 연평균 500만원을 넘는다고 발표했다.

만 3세 원아의 경우 교육과정 교육비와 방과 후 과정 교육비를 합친 17개 시‧도 유치원의 교육비 평균값이 사립은 42만 8,793원으로 조사됐다. 사립유치원의 12개월 교육비 1년 치를 계산하면, 유치원비는 연간 516만 원 가량. 여기에 월 교육비와는 별도로 1년에 한 번 내는 입학경비까지 합하면 연간 사립유치원비는 만 3세가 529만 9,000여원, 만 4세 547만 7,000여원, 만 5세 543만 7,000여원이 든다. 특히 유치원 입학경비는 사립이 15만 2,980원∼15만 8,962원으로, 국공립 3,701원∼4,922원과 비교하면 사립이 최고 41배까지 비쌌다. 2012년 올해 전국 186개 대학의 연간 평균등록금을 국립과 사립으로 나눠본 결과 국립대학은 415만원, 사립대학은 737만 3,000원이다. 총합 평균 670만 6,000원인 것으로 볼 때, 사립유치원 교육비가 대학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와 반대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형태 등으로 운영되는 국공립은 만 4세는 10만 2,700원, 만 5세 이상은 8만 8,600원으로 평균 7만 1,800원으로 인 것으로 나타나 6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서울이 만4세 교육비가 51만 5,368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남이 34만 8,423원으로 가장 낮았으며, 국공립유치원은 서울이 18만 6,363원으로 역시 가장 비쌌으며, 충남이 6만 8,175여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이제는 실로 돈 없으면 사립유치원은 꿈에서만 다녀야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올해 정부는 자녀를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가정에게 지원하는 국가지원금을 만 5세의 경우 교육과정 교육비 20만 원(4세 17만 7,000원, 3세 19만 7,000원)과 방과 후 과정 교육비 7만 원을 지원했다. 내년에는 사립유치원은 만3∼5세 모두 22만 원으로 소폭 늘어 방과후과정비 7만 원을 합쳐 모두 29만 원이 지원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사립 유치원비는 절반이 넘는다. 우스갯소리로 국공립유치원 입시를 준비한다는 젊은 주부들의 수다는 더 이상 즐겁지 않은 걱정이 되고 있다.

 

전국 공립유치원 수용 유아 수, 사립의 3분의 1수준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에 6세 아들을 등록한 주부 연정선 씨(32세, 강동구 잠실본동)는 “인근 유치원의 수준이 다 그러니 안 보낼 수도 없지 않느냐”며 “벌써부터 허리가 죄어드는 느낌”이라고 대답했다. 1986년 12월 모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신 강동구 잠실본동에 사는 연정선 씨는 이제 58세가 되셨다. 그렇다. 지금의 사립유치원 등록금 문제는 어제와 오늘 만의 일은 아니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당시 강남‧강동지역의 고급아파트 단지 및 주택가에서 있었던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으로 인해 과열된 일명 ‘귀족 유치원’돌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점이다. 최근에는 유치원이나 사설학원 유치부의 조기교육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 보니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파출부로 나서는 진풍경까지 있게 됐다.

서울 강남구의 A유치원은 원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3개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 영어로만 강의한 이 유치원은 제2외국어 붐이 일면서 이를 가르쳐 달라는 학부모의 요구가 이어지자 학생들에게 일본어와 중국어도 추가로 가르치고 있다. 또한 전일제 영어수업으로 유명한 서울의 한 영어유치원은 미국에서 직수입한 교재를 채택한데 이어 교사도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현지인을 채용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경기 성남시의 영어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영어능력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이곳도 강사가 현지인으로 국어·수학 등 다른 과목의 교재도 미국 학생들이 사용하는 것을 그대로 쓴다. 유치원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미국과 똑같은 교재로 수업을 받기 때문에 훗날 유학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원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 유치원은 월 80만~90만원이 드는 수업료에도 2년을 기다려야 입학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여서 3~4살 때부터 미리 접수하는 실정이다.

일부 유명 유치원에서는 면접에서 입학 예정자의 학업능력이 아닌 부모의 경제력에 초점을 맞춰 부모가 공무원이나 회사원 등 월급쟁이일 때는 아예 입학을 위한 추첨기회조차 주지 않아 말썽을 빚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 뒤에는 국공립 유치원의 수용인원이 적은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공립유치원은 장기적인 내수경기 침체로 인해 교육비가 싸다는 매력 때문에 학부모들이 선호하지만 빈자리가 없어 입학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립유치원에 입학하는 것이다. 전국 공시 대상 유치원 8,370개 가운데 사립은 4,000여 곳, 국·공립은 4,300여 곳으로 사실 숫자상으로는 국·공립이 더 많다. 하지만 국·공립 유치원의 대부분이 초등학교 부설인 이유로 수용인원이 많지 않다. 전국 공립유치원의 수용 유아 수는 12만여 명으로 사립의 3분의 1수준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저소득 지역과 신도시, 지역주민의 강력한 요청이 있는 곳에 공립유치원을 우선적으로 세우고 있긴 하지만 예산문제와 사립유치원의 반대 때문에 공립유치원을 무작정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치원 추첨제, 학부형들 혼란만 가중시킬 것

2012년 9월 1일부터 발효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유아교육법 시행령’은 유치원장은 교육 목적에 적합한 범위에서 추첨제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유아를 선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특별전형 또는 선착순 선발을 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원서접수 선착순 선발, 기존 원아의 부모 추천, 불법 전형료 징수 등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원생 모집 시 정원 이상이 몰리면 추첨제를 시행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추첨제를 통해 일부 인기 있는 유치원이 일부 사회 지도층 신입생만을 골라 뽑거나, 며칠씩 줄을 서서 대기표를 뽑게 하는 문제를 없애겠다는 의지와 함께 여러 곳에 지원한 학생은 자동으로 탈락시켜 버리는 잘못된 관행도 바로잡을 참이었다.

하지만 모든 대상자에게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유치원에 내려 보낸 추첨제 전환 지침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경쟁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심리에 학부모들은 대입을 방불케 하는 눈치작전을 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또 중복 당첨으로 인한 허수 입학을 막기 위해 사립 유치원들이 추첨 날짜를 같은 날로 담합하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평판이 나은 유치원에 자식을 보내기 위해 학부모들은 추첨 장소에 가족‧친지, 심지어 아르바이트까지 동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당장 내년에 유치원에 가는 연령대의 아이들은 135만 명인데 수용인원은 70만 명이 안 된다. 그나마 공립은 13만 명에 불과하다. 학부형들은 이렇게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열악한 교육 상황에서 한 곳만 지원했다가 추첨에서 떨어지면 당장 아이를 보낼 곳이 없어진다.

한유미 호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치원 교육도 수요자 중심으로 학부모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하지만 추첨으로 하게 되면 부모의 교육관과 맞지 않는 유치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사립유치원비를 교육당국이 제대로 지도‧감독 할 수 없는 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립유치원비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원장이 임의로 정할 수 있는데 이를 강제로 제지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교과부 담당자는 “현행법으로는 이런 문제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면서 “일단 공정거래위원회에 유치원이 추첨일을 담합했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고 결과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라는 방침을 설명했다.

 

“국공립 시설 확충 통한 관리시스템 강화해야”

아동 교육관련 전문가들의 얘기를 취합해 보면 전반적으로 ‘유치원시설의 확충’이 돼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기획팀장은 “유치원마다 질적인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한 곳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유아 교육의 4분의 3 이상을 사립 유치원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치원의 질을 상향평준화시키기 위해서는 국공립을 늘려나가는 것과 함께 사립 유치원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공립 취원율은 9%. 사립(34.5%)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0년 기준 OECD 평균 국·공립 유치원 및 보육시설의 수용률을 보면 84.2%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0.7%에 그치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가장 보내고 싶어 하는 단설유치원(5학급 이상의 단독 건물로 운영되는 유아교육기관)의 개설 현황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2012년 현재 등록된 8,538곳의 유치원 중 단설유치원은 167곳 뿐. 서울은 13곳으로 구에 따라 하나도 없는 곳도 있으며, 제주도에는 아예 단설유치원 자체가 없다.

또한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와 관리 감독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한유미 호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국공립 시설이 30% 정도는 돼야, 유아 교육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균형을 잡을 수 있다”며 “국공립 시설 확대를 큰 축으로 하되, 단계적으로는 유치원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립 유치원의 수용 비율이 국공립에 비해 4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사립 유치원은 법에 의해서 교육감의 지시와 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며 “정부에서도 교원 인건비와 운영비 지원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생의 각 생애단계를 비교할 때 영∙유아기의 인적자원 투자 대비 편익 비율이 가장 크다는 유아교육의 효과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세대를 이끌어 갈 새싹들이 사립과 공립으로 나뉘어 부조리한 편협 사이에서 자라나지 않도록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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