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 붕괴 위기 직면한 교육
아래로부터 붕괴 위기 직면한 교육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3.12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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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아래로부터 붕괴 위기 직면한 교육

 

교육 패러다임 변화가 새로운 동력의 시작

 

 

 

 

 

지난 2015년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 세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알아보는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2015’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전 발표에 비하면 모든 영역에서 수치가 하락했으며 하위권 학생 비율이 늘어났다는 점도 찾을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성취감이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로, 우리 교육이 입시위주의 교육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모래성’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학업 동기와 자기 신념 떨어지는 학생
 

OECD에서 3년마다 국제사회의 학업 성취도를 상호 비교할 수 있도록 그 결과를 정례적으로 발표하는 PISA는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읽기·과학 등 기초 소양 수준과 추이를 비교하기 위한 지표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15년의 결과는 OECD 35개 회원국을 비롯해 비회원국 37개까지 총 72개국이 참여했고, 우리나라는 168개교 총 5,749명이 참여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 학생들은 PISA 결과에서 꾸준히 세계 최상위권의 성과를 보여왔다. 수학 영역에서는 2009년 1~2위와 2012년 1위, 2015년 1~4위 수준을 기록했고, 읽기 영역은 2009년 1~2위, 2012년 1~2위, 2015년 3~8위에 자리를 잡았다. 과학 영역 역시 2009년 2~4위, 2012년 2~4위, 2015년 5~8위를 차지해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순위만 본다면 우리 교육 현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걱정을 자아내는 부분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학생들의 학업 동기 및 자기 신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 예로 수학·과학 분야에서의 학습 동기와 자기 신념은 OECD 국가 평균 수준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배우는 내용이 미래의 학습이나 직업 선택에 유용하다는 도구적 동기가 미약하고, 학업 과정에서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결여돼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실제 2010년 ‘성격과 개체차(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수학에 고정적 태도를 지닌 사람이 수학 문제를 풀다 틀릴 경우 그것을 ‘선천적 수학적 능력 부족’의 징표로 받아들인다”고 제기된 바 있다. 즉, 특정 과목에 대한 학습 능력을 고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동기부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실력향상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 푸는 기계’로 내모는 시스템
 

학생 스스로 학습 동기를 갖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학업 성취도 측면에 있어 커다란 차이를 유발한다. 수학의 경우 OECD 회원국 평균적으로 학습 동기가 높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평균 18점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만, 노르웨이와 함께 30점 이상의 가장 큰 편차를 보이는 국가로 분류됐다. 취약계층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 형편을 극복하고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인 한국 가정의 학생 중 3등급(Level3) 이상 상위권에 든 ‘학업 탄력적(Academically Resilient)’ 학생 비율은 36.7%로 2006년 52.7%에 비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며 “아무리 숭고한 교육의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통용되지 않거나 ‘흙수저’가 ‘금수저’로 바뀔 희망이 없다면 교육에 목 맬 학부모와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학생들을 공부에 대한 즐거움이나 성취감 없이 ‘문제 푸는 기계’로만 만드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명문대 입학만 목표로 하는 우리 교육이 높은 기초학력 미달률과 낮은 성취감이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러한 교육 환경은 대한민국 아동·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 꼴찌이고, 청소년 자살률 수치는 1위로 귀결된다. 틀에 박힌 지식 습득 활동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교육의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전통적인 교육방법 탈피 필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미래고용보고서’를 살펴보면 2020년에 요구되는 교육목표 1위는 ‘복잡한 문제를 푸는 능력’이다. 2위에서 5위까지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 ‘사람관리’, ‘협업능력’이 선정됐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새로운 교육혁명의 필연성이 제기된 것이다. 학문 간 경계를 두지 않는 융합적인 태도는 물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에 안주한 채 양적 확장에만 치중하는 교육정책은 문 닫는 학교가 늘어나는 상황과 교사 수급 불균형을 불러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맞는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방적으로 교사가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학생 스스로 탐구하고 토의하며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가는 수업 형태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종사자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하나의 기술로만 제품을 만들 수 없게 된 것처럼, 교육 역시 복잡하고 도전정신을 부르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경쟁을 앞세워 학생을 서열화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결별하고 협력에 기초하여 학생의 전면적 발달을 추구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석수 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교육혁신 없는 4차 산업혁명은 불가능’이라며 “산업화 사회에서는 표준화된 산업 인재를 대량으로 양성해서 경쟁을 통해 성장을 이끌었지만, 지식정보사회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협력해야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전통적인 교육방법의 변화를 주문했다.

 

가정에서 국가까지, 변화 위한 노력 필요
 

대학은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교육기관으로 꼽힌다.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부여받고 있다. 한밭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최병욱 교수는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자 동시에 사회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최고의 기관이다”며 “청년실업 및 취업난이 심해지는 요즈음 대학은 학문 탐구 기관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융·복합 교과목을 개발과 인문학을 통한 문제 발견, 공동체 중심의 교수법과 평가 방안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가는 빠르게 변하는 지식과 정보, 기술을 언제 어디서든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도입한 온라인 강의를 도입하고, 직접 도움이 되는 학습도 제공해야 한다. 학부모 역시 자녀들이 바람직한 환경에서 자라고 새로운 것들을 체험하도록 지원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기회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신입생 학부모 연수를 열어 궁금증과 올바른 교육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성남교육지원청의 배상선 교육장은 학부모 연수를 개최하며 “학부모들이 교육정책을 이해하고 자녀교육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학부모가 학교와 함께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교육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동력의 시작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교육혁신의 수혜자는 학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장준호 교수는 “교육혁신이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기조로 추진될 때 ‘정의’가 실현되며, 시민역량과 직업역량의 합인 미래역량을 길러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삶과 연계된 교육, 협력과 공감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통해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교육이 위기에서 기회로 전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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