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비 소녀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칼날보다 날카로웠던 그날의 시간들, 소녀라는 이름으로 견뎌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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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4일, 평화비 소녀상이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수요집회가 열린지 꼬박 1,000회째 되는 날이었다. 소녀상을 세우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평화비 소녀상은 이제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위안부문제는 더 이상 한·일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세계를 넘어선 인권모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마디 사과조차 없다. 아니, 오히려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기에 바쁘다. 일본의 이러한 회피에 대한민국은 화가 치밀어 오르고 뼈아픈 과거를 더 들춰낼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져가는 그들의 목소리는 한없이 작게 메아리만 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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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먼 나라 이야기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찰나의 과거처럼, 그때의 일들을 그대로 무마시키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에 분노 섞인 원망이 가득해진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역사시간에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라서 과거 일본이 저질렀던 행동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아직도 자신들의 역사에서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이다. 소녀의 눈물 마르지 않는 고백이 더 이상은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일본 대사관 앞 건너편 보도블록위에 세워진 평화비, 그곳에 소녀상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듯한 앳된 소녀의 모습. 단발머리에 두 주먹 불끈 쥔 모습, 그 옆 빈 의자가 허전해 보인다. 바닥은 얼음장처럼 시리운데, 양말조차 신지 않은 맨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지만, 눈가에 고인 듯한 눈물 때문에 어디를 보는지 알 수가 없다. 뼛속까지 시린 이 겨울, ‘고요속의 외침’은 더욱 커져만 간다.
사진/방성호 기자, 글/김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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