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가수 최백호, 시대와 세대를 잇는 낭만가객 최백호의 ‘불혹’
[단독 인터뷰] 가수 최백호, 시대와 세대를 잇는 낭만가객 최백호의 ‘불혹’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7.06.0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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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Special Interview] 가수 최백호 

 

시대와 세대를 잇는 낭만가객 최백호의 ‘불혹’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아티스트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 발표


가수 최백호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오랜 시간 동안 대중들과 함께 호흡해온 가수로서, 어느덧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히트곡인 ‘낭만에 대하여’를 비롯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영일만 친구’ 등 굵직한 명곡들을 남기며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데뷔 40주년을 기념앨범인 ‘불혹’을 발표했고,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성남 등 데뷔 40주년 기념 ‘불혹’ 콘서트 투어를 개최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어느덧 67세가 된 최백호는 목소리와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큰 안식이 되어준 가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발표한 앨범 ‘불혹’은 최백호의 70세 가까운 인생 연륜과 음악적 경륜이 녹아들어 있는 앨범으로, 희로애락의 인생이 담겨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꾸려졌다고 한다. 특히 기존의 사랑에 대한 노래보다 앨범 제목에 걸맞은 인생에 대한 노래 위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40년 전 발매된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이번 앨범에 실렸다. 최백호는 “가수의 꿈을 꾸기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가사를 써놓았던 곡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40년 전에 노래를 했는데, 이번에 다시 부르면서 노래의 대상이 어머니가 아닌 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더 절실하게 부를 수 있었다"며 새롭게 노래한 소감을 전했다.

 
최백호는 앨범제작에 있어 후배들과의 협업으로 세대 간의 간극을 줄여나가기도 했다. 앨범의 피처링에는 주현미, 뮤지컬 배우 박은태, 어반자파카 조현아 등 쟁쟁한 후배 가수들이 함께 했고, 가수 나얼이 앨범 재킷 디자인 및 비주얼 디렉팅을 맡아 앨범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최백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다. 

 
한편 최백호는 지난 1977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데뷔한 후 신인상까지 수상했으나, 긴 시간동안 무명생활을 했던 가수다. 그러한 무명생활을 단번에 마치고 정상의 자리에 그를 올려 놓았던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노래인 ‘낭만에 대하여’였다.  2000년대 이후 댄스와 발라드 가수 위주로 재편됐던 국내 가요 시장에서 특유의 개성적인 음색과 인생에 대한 관조가 돋보이는 가사를 바탕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이후 ‘낭만 가객’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최백호와의 인터뷰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뮤지스땅스에서 이뤄졌다. 그가 소장을 맡고 있기도 한 뮤지스땅스는, 인디 음악인들의 공연과 음반 활동을 지원해주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최백호와 나이가 수십 년은 차이가 날 법한 앳된 얼굴의 음악인들이 뮤지스땅스를 찾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습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데뷔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세상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소통하며 삶의 정점을 즐기고 있는 그를 만나 음악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데뷔 40주년 맞아 감회가 남다르실텐데,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특별한 감회는 없습니다. 그저 음악을 중간에 포기하려 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40대 초반, 미국으로 이민을 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때 운 좋게 잘 견뎌낸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렇게 40년을 꾸준히 달려온 60대 후반의 남자 목소리도 들을 만 하다는 걸 이번 40주년 콘서트에서 팬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Q. ‘낭만에 대하여’는 가수 최백호에 대한 인상을 확실하게 남긴 명곡입니다. 


- 제 가수 인생은 낭만에 대하여 전후로 나뉜다고 얘기합니다.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낭만에 대하여 한 곡 덕분이죠. 이 곡이 나온 후 일 년 반 동안은 전혀 반응이 없었습니다. 우연히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이 노래가 나오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죠. 이처럼 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배들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열심히 준비한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닿게 될 것입니다. 

 

Q. 가수 최백호를 40년 동안 지탱해온 철학과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특별한 철학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음악을 해오면서 끊임없이 고민해왔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의 죽음을 일찍 접하게 되고, 생활고를 해소하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되면서 절실함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간절함을 가지고, 내 아이들이 들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만들자는 기본적인 철칙아래 자존심 버리지 않고 음악을 해왔습니다. 

 

Q. 한편 선배 가수로서 음악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앞서 언급했듯이 공연 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공연 문화가 활성화됐던 홍대 근처의 클럽들이 높아진 집세를 못 이기고 문을 닫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공연 기획이나 환경 조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무료 공연이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깝습니다. 공연 문화를 살리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합니다. 전체적으로 국민의식이 변화해야지만 배고픈 예술이라는 말도 사라지고, 예술 문화에 대한 질적 가치가 상승하기도 합니다. 

 

가수에서 미술 작가로, “그림 그리는 시간이 가장 빛나고 행복한 시간”


인터뷰를 진행한 현장인 뮤지스땅스에서는 가수뿐 아니라 2009년부터 미술 작가로도 활동한 최백호의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는 날마다 조금씩 완성해둔 그림 중에서 특별한 작품을 선별해 40주년에 맞춰 선보이게 됐다. 작품 판매 수익금 전액은 대중음악 발전에 기여한 원로 음악인과 인디 음악인들의 창작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최백호는 앞서 매체들을 통해 “나무를 보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같아서 나무를 주제로 작품을 그려나간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백호는 어머니 덕분에 보게 된 꽃나무에 대한 기억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했지만, 스무살에 어머니의 이른 죽음으로 인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가수로 나섰다.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하루 2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림 그리는 시간이 나의 하루 중 가장 빛나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Q. ‘뮤지스땅스’에서 그림 전시회를 통해 화가 최백호로도 소개되었는데요, 전시회가 개최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 15년 전부터 그림 활동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그려왔던 그림들을 다 가지고 나왔습니다. 뮤지스땅스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인디밴드들과 아티스트들을 위한 공간으로, 한국음악발전소로부터 기부를 받아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산이 부족해졌고, 기금 마련을 위해 그림 전시회를 열게 됐습니다. 전시회에 소개된 그림들의 소재는 전부 나무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 시골에서 어머니와 학교 사택에서 살았습니다. 그때, 올라가서 놀던 벚꽃나무 세 그루가 기억에 선명해,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라는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잘 그려오고 있습니다.

 

Q. 뮤지스땅스가 미치는 영향과 기대하는 효과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 저도 무명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때 아티스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뮤지스땅스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사실 음악인의 길은 참 고되고 어렵습니다. 특히 국내 공연 문화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보니 더욱 문제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 음악인들에게는 경제적 활동이 어려워도 무대에서 공연하는 일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좋아하는 일이 차선이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뮤지스땅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뮤지스땅스 소장으로서의 향후 구체적인 운영계획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뮤지스땅스는 국가에서 예산을 잘 책정해준다면 훌륭하게 운영될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은 좋은 시설을 갖춰 저렴한 비용으로 어려운 아티스트들을 위한 것인데, 예산을 자꾸 줄이면 그 의미가 퇴색됩니다. 투명하고 깨끗하게 운영하고자 홈페이지에 제 통장을 오픈해놨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절실합니다. 소속사 없는 아티스트들에게 공연하고 앨범을 만들 기회도 주는 무소속 프로젝트를 열고, 유재하 동문회와 장애를 가진 음악인들을 위해 무료로 개방되는 등 어려운 친구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Q. 끝으로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 예술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음악과 함께하는 삶은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본인의 자리에서 문화를 키우고 있고,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면, 공연 예술 문화가 살아나게 될 겁니다. 실제로 서양 대중 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이번에 출범한 새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서 문화 예술이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나이가 70세 가까이 접어들고, 백발이 된 최백호지만, 인터뷰를 통해 느껴 본 그는 사고방식과 인생에 대한 태도가 매우 젊은 아티스트였다. 젊은 후배 음악인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이기에 유독 젊은 느낌과 열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십수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명곡으로서 젊은 세대들로부터 회자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라디오 DJ로도 활동하고 있기도 한 최백호는, 그렇게 기성세대와 젊은세대의 가교역할을 하며 대중들의 든든한 마음 속 기둥이 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미술 작가이자 라디오DJ로서 시대를 잇는 최백호의 꺼지지 않는 열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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