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가난에서 풍요로움을 느끼다
자발적 가난에서 풍요로움을 느끼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7.02.03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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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자발적 가난에서 풍요로움을 느끼다

 


여유로운 생활 패턴으로 자기실현의 삶 지향


 

▲ⓒFranfinance 홈페이지

 

‘적게 소유하면 더 풍요롭다’는 신조를 가지고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하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가 늘어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는 최소한을 뜻하는 미니멀(minimal)에서 나온 조어로, 단순히 적게 소유한다는 개념보다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사람이라는 뜻에 가깝다.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더 풍요롭게 누리는 삶,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발적 가난이 주는 인간적인 삶

미니멀리즘은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예술 분야에서 확대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단순하고 간결한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미니멀리스트’는 중요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을 지향한다. 2010년 미국의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가 ‘TheMinimalists.com’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는 독일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제시한 ‘자발적 가난’과도 연결된다. 그는 물질주의와 그것의 소산, 즉 자신의 발전에 어떤 한계도 없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현대 경제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기 위해 이같은 개념을 정립했다. 이때 가난은 생존을 위협하는 빈곤이 아니다. 소유를 지상과제로 여기는 가치관을 재정립해 정신적, 철학적 비움을 추구하자는 의미다. 
 

  이같은 미니멀리즘은 과도한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과 자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과거 미국과 유럽처럼 대량 소비와 지나친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이 생기면서 이에 대한 반성으로 미니멀리즘 같은 대안적인 생활방식에 관심이 생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우고, 버리는 삶을 추구하다

대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해 한 서점에서 우연히 읽게 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책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싱글족인 그는 작은 방에 많은 짐을 두며 살아가던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일본의 대표적 미니멀리스트인 사사키 후미오가 지은 이 책을 본 뒤 필요하지 않은 가구와 옷을 모두 버리는 결심을 한다. A씨는 미니멀 라이프를 살게된 후 “여유가 있는 삶이 생기며 남는 시간에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삶을 축소하고 속도를 늦추며, 최소의 요소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자발적 가난’은 이제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시작된 미니멀 라이프는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관련 서적들이 줄지어 출간되고, 많은 유명인들이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라고 주저없이 소개하기도 한다. 관련 인터넷 카페의 회원은 이미 2만명을 넘어섰고, 직장인과 주부들 사이에서는 특정한 날짜에 맞춰 물건을 버리는 ‘미니멀리즘 게임’이 유행하고 있다. 실용성이 강조된 가구나 의류, 가격의 거품을 걷어낸 소품 등의 생활용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미니멀리스트 증가 속 다양한 서비스 등장

미니멀리스트가 크게 증가하며, 이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전자제품이나 가구, 이불 등을 필요할 때마다 빌려주는 사이트가 일본에서 출시되었고, 필요없는 물건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또한, 물리적인 제품들을 디지털화하여 소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제품들도 인기다. 스캐너를 통해 사진, 책, 명함 등을 정리하거나 외장하드나 클라우드를 통해 집안 곳곳에 방치된 각종 CD와 DVD를 정리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불필요한 물품들을 판매하고 정리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인기다. 한 수거 전문 회사는 앱을 통해 수거 신청을 받아 가정을 직접 방문해 물건을 수거하고, 현금이나 자체 포인트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필요한 물건을 빌리거나, 불필요한 물건을 빌려줄 수 있는 공유 포털도 등장했다. 이처럼 공유 경제 흐름에 발맞춰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다양한 플랫폼이 늘어나며, 소비주의 시대에 작은 경종을 울리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저성장시대가 되며 부(富)의 개념이 과거에는 과시용으로 쓰였다면, 지금은 삶의 자유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미니멀 라이프과 되려 매력적인 삶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자발적 가난은 ‘부는 성공, 가난은 실패’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동안의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자발적 가난이 갖는 인간다운 세상이 주는 새로운 풍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만의 기준을 통해 불필요한 물건과 욕심을 버린다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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