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술, 무의식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최면술, 무의식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 구혜린 기자
  • 승인 2017.01.0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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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구혜린 기자]




최면술, 무의식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비과학적 미신에서 심리치료수단으로 각광받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최면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호기심을 보인다. 그렇지만 최면에 대해서 제대로 알거나 이해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오히려 최면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미신이나 속임수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최면치료가 현대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통증질환, 기분장애, 각종 만성질환에 대해 큰 효과를 보이면서 ‘대체의학’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최면술, 과학인가 속임수인가?

최근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한 민심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이러한 가운데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는 최태민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깊은 관계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최면술’ 덕분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1월 방송된 SBS 탐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2007년 최씨 일가 문제를 폭로한 김해호 목사는 박 대통령과 최씨와 사이가 견고해진 이유를 ‘최면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최씨는 박 대통령에게 ‘육영수 여사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마음을 사로잡았다”면서 “최씨는 교리는 없어도 사람 마음을 꾀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바로 최면이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처럼 대통령도 홀린 ‘최면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면은 과학인가 속임수인가 하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면술을 뜻하는 메스머리즘(mesmerism)은 오스트리아 출신 의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Franz Anton Mesmer)의 이름에서 유래된 단어다. 그는 최면을 환자 치료에 적용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메스머는 사람의 몸 안에 ‘동물자기’라는 에너지가 충만해 있기 때문에 이 에너지가 신체 접촉으로 시술자로부터 환자에게 전달되면 질병이 치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학계는 ‘동물자기이론’을 허위로 판정했으며, 메스머는 결국 돌팔이 의사라는 비난 속에 잊혀진 인물이 됐다. 그러나 최면술을 의학에 응용하려는 시도는 중단되지 않았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병사들 사이에 ‘전쟁 신경증’이 광범위하게 발생하자 다시금 최면이 의학적 관심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후 최면학회가 창설되어 과학적 연구와 객관적 임상증거들이 수집되면서 ‘쇼’로서의 최면이 아닌 의학적 가치가 있는 치료법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최면은 의료영역 이외에 범죄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도입되기 시작해서, 1978년부터 미국연방수사국(FBI) 등에서 요원들에게 최면을 교육해서 실무에 활용했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에 일부 최면을 수사에 활용한 사례가 있고,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해서 현재 전국에 약 50명의 최면수사관이 범죄사건 수사에 최면을 활용하고 있다.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해내 몽타주를 작성하거나, 뺑소니 차량의 번호판을 기억해내는 데 이용을 하는데, 여기서 기억해 낸 것이 비록 정식 증거로 채택되는 것은 아니나 수사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최면이 성격 및 습관 교정, 학습과 스포츠 분야의 능률 향상, 자신감 고취, 자기 개발과 같은 목적을 위해서도 유용하게 활용되면서 ‘마음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심리뿐만 아니라 신체적 질병까지도 치료하다

과거 최면은 그 자체의 독특한 속성 때문에 오랫동안 미신 또는 비과학적인 것으로 비추어졌고 학문으로서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한편으로 최면에 대한 공포, 즉 나도 모르는 사이에 최면에 걸려 타인의 꼭두각시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이 최면을 건다고 해도 반드시 개인의 자발적인 면이 개입해야만 최면 상태가 만들어지며, 최면에 대한 기대치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최면에 걸리는 일은 드물다고 설명한다. 부산 최면치료연구원 안병규 원장은 “최면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타인의 잠재의식에 접근해 제어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라며 “최면은 모든 감각기관의 창문을 닫은 채 오로지 단 하나의 감각기관의 창문만을 열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잠재능력의 발현이 가능합니다. 이때 받은 암시는 어떤 이성적 판단이나 저항 없이 잠재의식 속에 완벽하게 침투합니다. 따라서 최면이란 인간의 잠재의식이나 본능의 영역 속에 숨어 있는 에너지와 능력을 이끌어내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심리학적 테크닉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면에 잘 걸리는 성향의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대개 기억력이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몰입과 집중력이 좋은 ‘최면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최면치료가 갖는 보편적인 성격과 가치는 단순한 치료의 측면을 뛰어넘어, ‘몸?마음?영의 온전한 건강’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최면은 결국 마음의 세계, 즉 무의식의 세계를 직접 다룸으로써 심리뿐만 아니라 신체적 질병까지도 치료하고자 한다. 특히,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하기 어려운 통증질환, 기분장애, 각종 만성질환에 대해 최면치료가 큰 효과를 보이면서 ‘대체의학’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의 의학계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체의학에 관한 조사에 의하면 침술 및 척추교정 요법과 함께 가장 유용한 것으로 최면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면을 향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서양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의학과 심리학, 교육학 분야에서 학문적인 연구 대상이 된 지 오래며, 치료적 수단으로서도 당당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최면은 사람에게 유익하기 위해 생겨났고, 실제로 그렇게 사용돼 왔다. 그러나 최면 또한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최면을 사용하는 사람의 심성이나 도덕성, 그리고 의도에 따라 잘못 사용되거나 오히려 악용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최면이 악용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최면치료를 행하는 의사나 최면술사에 대한 ‘윤리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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