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안보 지형 재편되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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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6.14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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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와 스웨덴 군사정책 중립주의 종료 앞둬
러시아 강력한 반발 속 핵전쟁 가능성까지 제기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안보 지형 재편되는 유럽
 
북유럽의 중립국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공식화하면서 러시아의 고립이 가속화하는 등 1990년대 냉전 체제 붕괴 이후 지속된 유럽의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나토 ‘동진(東進)’을 반대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러시아 입장에선 오히려 자국 국경까지 나토 확장을 허용하는 역효과를 낳게 됐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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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역풍 맞은 푸틴
핀란드와 스웨덴은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지만 인접국인 러시아를 고려해 중립국을 표방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70여 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러시아와 1,340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기도 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와의 ‘겨울전쟁’에서 참패한 기억도 있는 핀란드는 1948년 이후 군사적 중립을 고수해왔다. 1814년 이후 200여 년 간 중립국 입장을 취해 온 스웨덴도 1949년 나토 출범 당시부터 군사적 비동맹 노선을 지켜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나토 동진을 우려하며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 일대 집단방위 필요성이 고조되면서 나토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핵무기 없는 국가가 혼자 힘으로는 외부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나토는 즉각 환영하며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가입 진행 도중 일어날 수도 있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발트 3국에 나토군 주둔도 확대할 방침이다. 나토 주도국인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그들이 가입을 선택한다면 우리가 합의에 이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환영했다.
 
 
북유럽의 중립국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공식화하면서 유럽의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NATO
북유럽의 중립국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공식화하면서 유럽의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NATO

 

EU는 한발 더 나가 자체 군사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EU 강화론자’들 주도로 25국이 참여하는 별도의 ‘유럽(EU)군’ 창설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5,000명 규모로 신속 대응군 형태의 부대 창설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프랑스 매체들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나토 무용론’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EU가 자체 군사력을 키울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독일의 변신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1·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탓에 군사적 능력이나 야심을 ‘거세(去勢)’하다시피 했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에 불과했던 국방비를 2024년까지 2%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에는 전차와 장갑차, 미사일도 공급하고 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와 포린어페어스 등은 “독일의 막강한 과학기술과 산업 생산력이 가진 군사적 잠재력은 러시아엔 악몽”이라며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돼 러시아를 상대하면 미국도 중국과 더 수월하게 맞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큰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NATO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큰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NATO

 

‘대서양 동맹’, 양과 질 모두 업그레이드
나토는 구소련권의 바르샤바 조약 기구에 맞선 북미와 유럽 등 서방의 군사 안보 동맹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9년 미국과 캐나다, 유럽 8개국 등 12개국이 모여 출범했다. 현재는 유럽 20개국이 더 가입해 총 30개국이 됐다. 가장 최근엔 2020년 3월 북마케도니아가 가입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소련과 위성국 간 군사동맹이던 ‘바르샤바 조약 기구’가 1955년 설립됐지만, 이 기구는 소련 연방 붕괴 후 1991년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이후 나토는 동유럽 국가를 회원국으로 대거 흡수하며 확장 정책을 펼쳐왔다.
 
나토는 2008년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가입 가능성도 약속했지만 날짜는 명시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로 흘러왔다. 이 중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 종식을 조건으로 영구적인 중립국화를 수용하겠다고 한 상태다. 나토의 핵심은 ‘상호 집단 방위’다. 나토 헌장 5조에 따르면 동맹국 중 한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다른 회원국이 자동으로 개입해 공동 방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원국 중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핵보유국인 만큼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이들의 보호를 받게 된다.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 중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시로 회담을 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군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와 폴란드와 헝가리, 프랑스 등에서 극우 세력의 부상으로 소원해진 EU 회원국 간의 관계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탄탄해지고 있다. 다만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는 터키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나토 규정상 기존 회원국이 만장일치해야 신규 회원국 가입이 승인되는데, 터키는 “스웨덴이 터키에서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한다”며 가입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와 나토의 잠재적인 직접 갈등이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연방 정부/Wikimedia Commons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와 나토의 잠재적인 직접 갈등이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연방 정부/Wikimedia Commons

 

핵보유국 간 ‘전면 대치’ 가능성도 제기
러시아는 나토 동진을 막으려 전쟁을 일으켰다가 도리어 확장을 부추긴 상황에 처했다. 구소련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망’이 유럽과 세계의 세력 구도에 격변을 초래한 ‘기폭제’가 된 셈이다. 특히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로서는 뼈아픈 실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발트해 3개 항구가 나토 회원국에 둘러싸이게 되어, 나토를 상대해야 할 방어선이 두 배로 늘기 때문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큰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표현하기도 한 이유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그(푸틴)의 명시된 목적 중 하나는 러시아 국경에서 나토 회원국의 수를 줄이는 것”이라며 “그러나 전쟁 이후 나토 회원국은 오히려 늘었고,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키이우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를 통제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해야 했다”며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지역에서 밀려났고, 돈바스 지역에서의 공세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이에 맞서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독립국가연합(CIS)을 대신해,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이 참여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유라시아 경제 연합 등을 중심으로 군사와 경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올해 초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에 러시아군을 투입해 진압하는 등 ‘정권 수호자’ 역할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전통적 군사적 중립주의 정책 포기는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핀란드에 전력 수출을 중단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며 “우리 대륙을 더욱 불안정하고 불안전하게 만든다”고 반발했다. 이와 함께 “나토의 확장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군사 인프라가 우리 국경에 얼마나 가까이 이동하는지에 따라 러시아의 대응이 결정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더욱이 핵 전진 배치까지 시사해 핵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를 무장시켜 ‘침략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간 핵무기 사용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러시아 관리들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이 입장을 바꾸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경파이자 대통령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와 나토의 잠재적인 직접 갈등이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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