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선 넘는’ 중국에 젊은층 ‘부글부글’
[이슈메이커] ‘선 넘는’ 중국에 젊은층 ‘부글부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2.22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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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편파 판정·한복 공정 논란에 높아진 반중 정서

대선 앞둔 정치권도 파장 예의주시하며 '촉각'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선 넘는’ 중국에 젊은층 ‘부글부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논란과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온 편파 판정으로 시민들의 ‘반중(反中) 정서’가 격화하고 있다. 특히 ‘공정’에 민감한 젊은층 사이에선 노골적으로 중국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중국 제품 불매운동까지 언급하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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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판정 논란에 ‘올림픽 정신 훼손’ 비판
지난 2월 4일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내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해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해당 여성은 댕기 머리를 하고 중국의 소수민족 대표들과 함께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고유문화인 한복이 자칫 중국 소수민족 문화로 오인되거나 외국인들이 한복을 중국 의상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화 침탈’이라고 것이다. 국내에서 불쾌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자 주한 중국 대사관은 “중국이 56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으며 올림픽 기간에는 '민족복'을 입는 것이 그들의 소망이자 권리”라고 반박했다.
 
뒤이어 쇼트트랙 경기에서 편파 판정 논란까지 나오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는 레이스를 잘 마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했다. 특히 황대헌은 결승선을 4바퀴 남기고 중국의 런쯔웨이와 리원룽을 모두 제치고 큰 문제 없이 경기를 마쳤지만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황대헌에게 페널티를 부과했다. 중국은 결승에서도 판정 수혜를 입으며 1위로 들어온 헝가리의 류 샤오린 산도르 대신 런쯔웨이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언급량이 많은 단어를 보여주는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페어플레이’ ‘편파판정’ ‘동네운동회’ 등이 연이어 올라왔다. 온라인에선 베이징올림픽 로고를 패러디한 ‘눈 뜨고 코 베이징’이란 이미지도 확산했다. SNS에선 유명인들의 ‘분노 인증’도 이어졌다. 배구선수 김연경은 트위터를 통해 “또 실격? 와 열 받네!”라며 분노를 드러냈고, 체조선수 여서정도 인스타그램에 “쇼트트랙 이거 맞아요? 화나”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중국 누리꾼들의 ‘적반하장’ 태도도 문제가 됐다. 판정 논란 이후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한국 선수들은 왜 이렇게 반칙을 일삼느냐”, “반칙 없기 경기 못 하나”, “규칙을 어긴 선수들” 등의 이해할 수 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나타날 조짐도 보인다. 중국인들이 많이 운영한다며 마라탕·양꼬치 식당을 가지 않겠다는 글도 많았고, 반중 정서는 한국에 있는 ‘중국인’으로까지 향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논란과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온 편파 판정으로 시민들의 ‘반중(反中) 정서’가 격화하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격앙된 여야 한목소리 성토
정치권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반중(反中) 정서가 유권자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중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친중(親中)’으로 몰아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 5년 중국에 기대고 구애해온 친중 정책의 대가가 무엇인지 성찰하기 바란다”며 “전통적 우방과는 불협화음을 감수하면서 유독 친중으로 편향했던 결과가 바로 이런 상황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선후보도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우리 아이들이 공정이라는 문제에 대해 많이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친중 정책을 우려하며 “한국 국민,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며 지난해 12월 이미 중국 관련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를 향해 “1일 1망언도 부족해 이제 국경을 넘는 망언까지 한다”고 맹공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중국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국민의힘에게 표심이 유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그간 보수 야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중 성향을 보여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TV 토론에서도 나타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 무역의 25%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도 연간 50조 원 이상 발생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반중 정서가 커지자 여당 역시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개막식에서 한복을 소개한 것에 대해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고 했고, 쇼트트랙 판정 논란에 대해선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또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황대헌, 이준서 선수의 실격 판정.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난다”며 “올림픽 정신은 어디에 가고 이런 편파적인 판정만 남은 것인가. 개최국에 유리한 것을 넘어서 개최국 독식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주한 중국 대사관도 한국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편파 판정 논란 이후 입장문을 내고 “일부 한국 언론 매체와 정치인들이 반중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며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며 국내 여론을 자극하더니, 남자 1,500m 경기에서 황대헌이 금메달을 획득하자 “중한 양국 선수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둬 양국 국민들에게 영광을 안겨주고 중한 국민 간 우호적인 감정을 더욱 빛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갤럽의 ‘주변국 정상 호감도’ 조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호감도는 2014년 7월 조사에선 59%에서 8%로 급락했다. ⓒUN Geneva/Flickr
지난해 한국갤럽의 ‘주변국 정상 호감도’ 조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호감도는 2014년 7월 조사에선 59%에서 8%로 급락했다. ⓒUN Geneva/Flickr

 

분노 넘은 혐오는 자제 필요 목소리도
최근의 반중 정서가 고조되는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중국’이다. 지속적인 문화공정 도발이 한국인들의 중국 ‘혐오감’을 키워 온 탓이다. 실제 중국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을 살펴보면 ‘한복은 중국옷 한푸(漢服)에서 기원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많은 중국인이 SNS에서 한국이 한복을 훔쳐 갔다고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 중국 음식 파오차이(泡菜)가 김치의 원조라며 민족 감정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시민들은 2002년부터 중국 정부가 현재의 중국 영토 안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한 ‘동북공정’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데 분노한다.
 
여기에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이후의 경제 보복 조치도 반중 정서를 강화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이러한 배경 속에 젊은 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학교나 온라인, 일상생활 등 여러 층위에서 경험하며 쌓인 반중 감정도 극심해졌다. 더욱이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이후 중국의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신장 위구르·홍콩에서 벌어지는 반인권 행태,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흡수되며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사실도 MZ세대의 반중 의식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지만 최근의 논란 등으로 그 의의가 퇴색되는 분위기다. ⓒPixabay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지만 최근의 논란 등으로 그 의의가 퇴색되는 분위기다. ⓒPixabay

 

실제 2030 세대 사이에서 반중 정서는 심각할 정도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지난달 한국리서치에서 조사한 ‘주변국 호감도 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88%가 ‘중국에 대한 감정이 나쁘다’고 답했다. 30대 역시 84%로 높았다. 지난해 한국갤럽의 ‘주변국 정상 호감도’ 조사에서 시 주석의 호감도는 8%에 그쳤다. 방한 직후인 2014년 7월 조사에선 59%까지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락한 것이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가 발표한 ‘한국 청년 세대의 온라인 반중 정서의 현황’에서도 한국 청년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5점 만점의 2.14점으로 2.83점의 일본보다 낮게 나타났다.
 
문제는 2030세대의 반중 인식이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중국의 행보를 비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칫 국수주의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기도 한다.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송재룡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분노가 감정적으로 격화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하고, 국민들도 분노를 넘은 혐오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양국 관계는 수교 초기 우호 단계에서 1998년 협력동반자와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를 넘어 2017년 실질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단계로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최근의 논란 등으로 그 의의도 퇴색되는 분위기다. 우호 증진 대신 청년층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부분에 대해선 양국 정부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견제 또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오는 5월 출범할 우리 차기 정부가 짊어질 ’중국 리스크‘의 무게도 가벼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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