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파장 커지는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이슈메이커] 파장 커지는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12.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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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외교적 보이콧은 ‘정치적 조작’

종전선언 추진하는 한국 정부 고심 깊어져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파장 커지는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미국이 오는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선수단은 파견하되, 개회식과 폐회식 등 주요 행사 때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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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적 보이콧 선언에 동맹국 줄지어 동참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3시간 20분 동안 화상 정상회담을 하며 대만과 위구르 등의 사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회담 직후 동계올림픽에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왔고, 12월 6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지속적인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학살과 반인도 범죄 등을 고려해 베이징 겨울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어떠한 공식적·외교적 대표단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했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자 동맹국들도 줄지어 동참하고 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의회에서 “장관이나 정부 인사가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아 ‘사실상’ 외교적 보이콧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호주 역시 이에 동참하면서 대중국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전체가 힘을 합쳤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안전상 이유에 무게를 실은 조치라고 주장했으나 뉴질랜드 역시 동참했고 캐나다도 합류하면서 미국의 군사 동맹 및 정보 공유 네트워크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모든 회원국이 행동을 통일했다.
 
중국은 이를 두고 ‘정치적 조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이콧 선언이 나온 이후 류펑위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조치에 대해 “가식적인 행동”이라며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치적 조작”이라고 밝혔다. 이어 류 대변인은 “미국 정치인들에게 어떤 초청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외교적 보이콧’은 갑자기 나온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런 가식적인 행동은 정치적 조작일 뿐이며 올림픽 헌장의 정신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사실 미국 사람들이 오든 안 오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리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IOC 대변인은 “정부 관계자와 외교관의 (올림픽) 참석 여부는 순전히 각국 정부의 정치적인 결정이며, IOC는 정치적 중립성 차원에서 이를 완전히 존중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며 선수단은 파견하되, 주요 행사 때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백악관/Flickr
미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며 선수단은 파견하되, 주요 행사 때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백악관/Flickr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올림픽 역사상 외교적 보이콧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과거 아예 선수단까지 불참하는 전면 보이콧이 세 차례 있었다.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 때는 27개국이 불참했다. 당시 뉴질랜드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 분리)’ 정책으로 국제 제재를 받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서 경기를 치른 게 문제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뉴질랜드의 몬트리올 대회 참가를 금지하지 않자 여러 아프리카 국가와 이라크 등이 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했다. 4년 뒤 열린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은 1956년 이후 가장 적은 80개국만이 참가했다. 소련이 1979년 12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올림픽 보이콧을 주도해 발생했다. 동서 냉전 상황 속에서 미국은 비롯한 서방 진영 대부분이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 역시 이에 동참했다.
 
이어 열린 1984년 LA 하계올림픽에선 반대로 소련이 보복 보이콧에 나섰다. 하지만 북한과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등 14개국만 소련의 올림픽 보이콧에 동조했다. 소련 입장에서는 초라한 외교 실적이었던 셈이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자 영국과 호주를 비롯한 동맹국들도 줄지어 동참하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자 영국과 호주를 비롯한 동맹국들도 줄지어 동참하고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이번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은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인권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중 강공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와 안보, 기술 문제는 물론 대만과 남중국해 등 전방위에서 중국과 시시각각 충돌하고 있는 미국은 전통적 동맹 복원과 세 확산을 통해 대중 포위 전선을 구축하는 데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화상으로 진행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주최해 중국과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중, 미·러 간 갈등이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과 우크라이나는 초청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초대하지 않았다.
 
다만 올림픽에 대한 정치적 보이콧이 동맹국을 결집하는 효과 외에는 실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구촌 인류 화합의 축제인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지도 미지수다. 2024년과 2026년 올림픽을 앞둔 G7 국가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미 보이콧 불참을 선언했다. 프랑스는 앞서 호주가 미국으로부터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갈등이 불거졌고, 이탈리아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범위가 넓은 국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외교적 보이콧 ‘검토 안 해’
미국의 이번 결정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모색할 기회로 활용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종전선언을 제안했고, 이 과정에서 베이징 올림픽이 ‘평화 이벤트’의 유력 무대로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 정부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불참의지를 시사해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다른 나라의 외교적 결정에 대해 우리 외교부가 언급할 사항은 없다”면서 “다만 우리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한국의 지지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며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치켜세운 바 있다.
 
 
이번 외교적 보이콧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중 강공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크렘린궁 홈페이지
이번 외교적 보이콧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중 강공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크렘린궁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 역시 호주 국빈 방문 자리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여부를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의 권유를 받은 바 없고 한국 정부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잘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올림픽 참여 여부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하는 것”이라며 “미국이나 다른 나라 정부가 대신 내리는 것이 아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입장을 선회할 경우, 중국의 반응은 격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7월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자 중국은 한국 관광을 막고 한국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등 경제 보복을 가했다. 당시 중국의 보복이 심했던 배경에는 2015년 중국 전승절에 참여했던 한·중 간 각별한 우정에 대한 일종의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영국 등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선수는 보내되 정부 사절은 거부하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0.9%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33.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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