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총선’ 찍고 ‘대권’으로, 기지개 켠 잠룡들
[이슈메이커] ‘총선’ 찍고 ‘대권’으로, 기지개 켠 잠룡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2.19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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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총선’ 찍고 ‘대권’으로, 기지개 켠 잠룡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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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여야 잠룡들도 각자의 행보를 구체화하며 정치적 시험대에 올라서고 있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격돌하는 ‘빅매치’가 성사되며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낙연과 황교안, ‘종로 빅매치’ 성사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월2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직 수락과 함께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던 이낙연 전 총리는 2월3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 종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며 일찌감치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1999년 이후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로 전입해 거주해왔던 이 전 총리는 종로구 교남동의 한 아파트에 마련한 전셋집으로 이사도 마쳤다.
 
본격적인 사전 선거운동에 돌입하며 현장 행보를 통해 바닥 민심을 훑고 있는 그는 “종로에 있는 대학을 4년 다니고, 종로에 있는 신문사에서 21년간 일해 제법 (지역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골목골목 다녀보니 아는 것이 별로 없더라”며 “삶의 현장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야겠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대위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전국 지원유세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 전 총리에게 당과 자신의 총선 결과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지난 1월30일 이해찬 대표를 만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제안을 수락한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부산·경남(PK) 지역 선거를 이끌 김두관, 김영춘 위원, 대구·경북(TK) 지역 선거를 책임질 김부겸 의원 역시 총선 결과에 따라 이념과 지역 확장성을 가진 대권 주자로 부각될 수도 있다.
 
한편 총선 출마 지역을 두고 장고를 거듭해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종로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은 1월초 ‘서울 험지 출마’를 공언한 지 36일 만이었다. 황 대표는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그리고 전국으로 확산시켜나가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로가 종로 출마 또는 불출마를 권고한 뒤 다소 떠밀리듯 내놓은 인상을 지우기는 힘들지만 그동안 좌고우면 하던 황 대표의 결단이 총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도권의 한 한국당 의원은 “제1야당 대표가 이곳에 출마해 고난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전체 선거판에 의미 있는 변수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알린 이낙연 전 총리는 사전 선거운동에 돌입하며 현장 행보를 통해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알린 이낙연 전 총리는 사전 선거운동에 돌입하며 현장 행보를 통해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치 1번지 불릴 만큼 대권구도 큰 영향 미쳐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대표가 맞붙게 된 종로는 청와대부터 각종 행정부처가 몰려있는 대한민국의 심장부이자 선거 때마다 거물급 정치인들의 대결로 주목을 받은 지역이다. 2000년 16대부터 2008년 18대까지 종로는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며 전통적 성향은 보수로 분류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5대 총선 때 종로에서 격돌해 신한국당의 이명박 후보가 41%의 득표율로 승리한 바 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자진 사퇴를 하며 1998년 7월 재보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의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은 뒤이은 제16대 총선에서는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종로를 버리고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부산 북강서을에 도전했다가 한나라당 허태열 후보에게 참패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당시 패배는 노 전 대통령을 전국적인 인물로 만든 계기가 되어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쳐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재기에 성공한 뒤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에 압승을 거두고 17대 대통령이 됐다.
 
이처럼 종로를 접수한 다음 대권까지 거머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2대 윤보선 전 대통령은 종로에서 3·4·5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고, 1948년 첫 번째 총선거에서는 제헌국회 초대 총리였던 장면과 이윤영이 당선되었다. 이후 장면은 국무총리와 부통령을 거쳐 4·19 혁명 이후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자 내각제였던 2공화국의 1인자인 총리가 되었다.
 
 
총선 출마 지역을 두고 장고를 거듭해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종로 출마를 공식선언하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
총선 출마 지역을 두고 장고를 거듭해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종로 출마를 공식선언하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

 

종로를 민주당 품으로 다시 돌려놓은 사람은 정세균 국무총리다. 15대부터 18대까지 전북에서 내리 4선을 했던 정 총리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6선의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를 꺾었고, 4년 뒤에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상을 뒤로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민심 지형은 이낙연 전 총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선거전에 들어가면 박빙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야권 일각에선 ‘정권심판’ 프레임을 잘 활용하면 역전의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황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종로 선거’가 이 전 총리와의 개인 대결이 아닌 문재인 정부 심판의 일환이라고 강조하며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안철수 신당’을 통해 다시 도전을 시작한 안철수 전 대표가 4년 전 돌풍을 재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안철수 전 대표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안철수 신당’을 통해 다시 도전을 시작한 안철수 전 대표가 4년 전 돌풍을 재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안철수 전 대표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안철수 신당’ 또 한번의 돌풍 가능할까?
정치권에 몸담은 차기 주자 중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불출마 의사를 밝힌 안 전 대표는 ‘안철수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독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결국 ‘반문’ 연대를 기반으로 한 보수통합 논의에 합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안 전 대표는 “관심이 없고 가지도 않는다”고 여러 차례 일축했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문과 각을 세우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창당해 38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역사를 재연하는 게 안 전 대표의 1차 목표다. 안 전 대표는 ‘안철수의 신당 비전 발표’를 통해 ‘작은정당·공유정당·혁신정당’을 신당의 3대 지향점 및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대한민국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소명의식으로 신당을 다른 정당과는 완전히 다르게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월4일 안철수 전 대표의 창당 선언 뒤 처음 실시된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율 3%를 기록했다. 과거 국민의당(2016년)과 바른미래당(2018년) 창당 당시 첫 여론조사 지지율이 각각 13%와 8%를 기록한 것에 비춰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안철수 효과’의 시효가 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의원이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련의 행보가 인상적이지 못한데다 창당과 탈당, 정치 휴업과 재개를 반복한 과거에 대한 실망까지 겹쳐졌다”고 진단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우리나라를 거덜 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를 합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새로운보수당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우리나라를 거덜 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를 합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새로운보수당

 

보수 세력의 또 다른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은 지난해 말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출마를 선언했지만 이후 2월9일 불출마로 입장을 선회했다. 보수통합을 위해 먼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유 의원은 “우리나라를 거덜 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를 합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새누리당 복당과 재탈당, 바른정당 창당과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다시 신설합당으로 순탄치 못한 길을 걸으며 유 의원의 정치적 입지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그간 수차례 고향인 창녕에서 21대 총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서 꾸준히 수도권 출마 권유를 받고 있지만 “당을 위해 지난 25년간 할 만큼 했다. 이젠 그만 놓아주시기 바란다”며 거절한 상태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의 고향 출마를 막으면 무소속 출마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속속 총선 대진표가 만들어지며 각 당과 후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들 대권 잠룡들은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 가도에 있어 날개를 달게 될 수도, 일정 부분 생채기를 입을 수도 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21대 총선의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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