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보이콧 I] 보다 신중히 발현해야 하는 ‘소수의 힘’
[이슈메이커_ 보이콧 I] 보다 신중히 발현해야 하는 ‘소수의 힘’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08.26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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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보다 신중히 발현해야 하는 ‘소수의 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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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노동 분야 등에서 부당한 행위에 맞서 집단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각종 거부 운동을 뜻하는 보이콧(Boycott). 개인 간, 국가 간, 집단 간, 이념 간, 종교 간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확장되어온 보이콧은 최근 들어 기형적인 형태로 발전하기까지 했다. 일부 소수의 선동으로 애먼 피해자들이 등장하기도 해 보이콧의 기능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민감한 사안 얽혀 있기에 본질 벗어나지 말아야…
지난 1879년, 당시 ‘찰스 커닝햄 보이콧(Charles Cunningham Boycott)’이라는 영국인은 아일랜드 동북부 지역의 한 경작지 지배인으로 부임했다. 당시는 3차 대기근이라 불릴 정도로 국가 전체가 기근에 빠진 상태였기에 소작인들은 소작료를 내려줄 것을 영국인 지주에게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당하고 오히려 지배인이 보이콧을 시켜 소작료를 필히 징수토록 했다. 이에 분개한 소작인들은 단결해 지배인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우편물을 가로채거나 음식을 주지 않아 그를 아사 직전까지 몰아가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결국 군대를 동원해 이 사태를 무마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이콧이라는 한 사람의 이름이 일반 명사가 되어 널리 사용되게 됐고, 지금의 거부 운동, ‘보이콧’의 어원이자 시초로 기록되어있다.
 
이 같은 보이콧은 국가와 성별, 인종, 계층, 연령과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나타나고 있다. 1955년 몽고메리에서 버스의 인종 분리에 항의하여 일어난 사건인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Montgomery Bus Boycott)’과 같이 역사에 기록될만한 굵직한 보이콧 사건도 있었고, 마약, 성접대 의혹, 세무조사 등으로 불거진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에 대한 보이콧,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개고기 식용 반대 운동과 같은 국가 문화에 대한 보이콧, 최근에는 AI(인공지능) 무기 연구를 문제 삼은 해외 연구자들이 국내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를 보이콧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보이콧이 등장하고 있다. 모스크바 올림픽이나 LA 올림픽에서 자본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의 쌍방향 보이콧은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는 보이콧의 사례일 것이다. 찰스 커닝햄 보이콧 사건이 일어난 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이콧의 의미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세종시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 A 씨는 “보이콧이 부당한 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적·집단적으로 벌이는 거부 운동을 뜻하기에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 소수의 힘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기능이라 생각한다”며 “반면 정신적인 잔인성을 띠고 있기도 하기에 무조건 올바르다고만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 B 씨는 “다수가 모여 힘 있는 소수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수의 힘을 모아 강력해진 하나의 집단이 반대로 소수를 억압하고 부당하게 제재하는 행태로 바뀔 수도 있다. 보이콧이라는 게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한 형태로 보일 수도 있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너무나 민감한 사안이 얽혀있어 보다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보이콧에 대해 다각도에서의 접근과 연구 필요
우리가 평소 가장 자주 접하는 보이콧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공급자’의 제품을 불매하는 행위다. 옥시가 그랬고 농심, 이랜드, 남양유업, 호식이두미리치킨, 폭스바겐, 나이키, 대한항공, 그리고 지금의 일본 상품까지. 이들은 이른바 ‘소비자 보이콧’의 영역에서 잽(Jab)이 아닌 훅(Hook)을 얻어맞았다.
 
실제로 소비자 보이콧은 보이콧 해당 기업에게 매출 감소와 이미지 하락이라는 유형과 무형의 손실을 모두 가져다주기에 매우 위협적인 소비자 행동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과거부터도 이어져 온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과거에는 오프라인을 통해 강력한 힘을 발휘했지만,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더 빠르고 다양하게, 그리고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특정 기업을 향한 보이콧에 참여하는 주된 동기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과 소비자가 소속되어있는 사회 공동의 도덕적 규범을 벗어나는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기업에 대한 보이콧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집단 구성원들의 행위에 동조하여 자신의 도덕성을 향상하려는 것’이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더불어 ‘반사회적 또는 반시장적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감정도 소비자의 보이콧 참여의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인다.
 
신성연 동아대학교 경영대학 경영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소비자의 보이콧 참여 동기에 관한 연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보이콧 메시지의 경로(chanel)에 따라 소비자들이 보여주는 보이콧 행동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SNS 또는 자체적인 웹페이지나 이메일 등 소비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로에 따라 소비자의 보이콧 행동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에 보이콧 메시지 전달 경로에 따른 차이를 확인하는 연구와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는 연구를 진행해 보이콧이 가진 진정한 힘과 소비자 참여의 상관관계를 증명해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집단행동주의에 기반을 둔 보이콧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많은 시간과 인내, 그리고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나아가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자 하는 일이다. 소수가 가진 힘이 보다 신중히 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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