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Cover Story] 콘텐츠 시장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
[이슈메이커_Cover Story] 콘텐츠 시장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1.14 08: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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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콘텐츠 시장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
영상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Netflix
ⓒNetflix

 

넷플릭스(Netflix)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다. 넷플릭스에 가입해 월정액 요금을 지불하면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등의 영상을 무제한 시청할 수 있다. 2018년 7월 전 세계 가입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현재까지 190개국에서 1억 3,700만 명의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개인취향을 저격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도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신기술과 콘텐츠, 자본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넷플릭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매출’ 대신 ‘성장’에 집중
넷플릭스는 지난해 초 32억 9,000만 달러라는 2017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6% 상승한 수치였다. 미국 내 신규 가입자도 198만 명을 기록했다. 당시 실적이 주목받은 이유는 넷플릭스가 미국 지역의 이용요금을 인상했던 시점과 맞물려서다. 요금 인상으로 넷플릭스의 이용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는 기우에 그쳤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요인으로는 꾸준히 투자해 왔던 오리지널 콘텐츠가 힘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넷플릭스는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 연결을 통해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OTT(Over The Top)’ 사업체로 분류되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 지칭한다. 콘텐츠와 이용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보다 이제는 콘텐츠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사로 거듭나기 까지의 과정은 창립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스토리를 통해 엿볼 수 있다. 1960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난 헤이스팅스는 보든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공을 살려 ‘어댑티브 테크놀로지’에 입사한 그는 소프트웨어 디버깅 도구를 개발했고, 1991년에는 개발자를 위한 개발툴을 만드는 ‘퓨어 소프트웨어’를 설립해 기업 CEO가 되었다. 1995년 IPO(기업공개)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뒤 래셔널 소프트웨어에게 7억 5,000만 달러에 기업을 매각한 뒤 새로운 창업에 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계기는 단순했다. 헤이스팅스는 퓨어 소프트웨어 매각 후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비디오대여점에서 영화 ‘아폴로13’을 빌리게 된다. 하지만 반납 기한을 놓쳐 연체료 40달러를 내야 했다. 그는 “집에서 거리가 먼 비디오대여점까지 사용자가 직접 갔다 와야 하는 것도 억울한데, 조금 늦었다고 연체료까지 내야하다니 매우 불합리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작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헤이스팅스는 원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감상하고 보다 간편하게 반납할 수는 없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 사소한 아이디어가 넷플릭스의 첫 시작이 된다.
 
자체 제작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넷플릭스는 2019년까지 오리지널 드라마를 해마다 20편씩 선보이며 세계 최대의 동영상 콘텐츠 공급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Netflix
자체 제작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넷플릭스는 2019년까지 오리지널 드라마를 해마다 20편씩 선보이며 세계 최대의 동영상 콘텐츠 공급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Netflix

 

인터넷에서 영화를 주문하는 서비스의 탄생
거실에 앉아서 명령 한 번만 내리면 원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즉시 볼 수 있고, 감상한 콘텐츠는 즉시 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 1990년대 초에 구상된 아이디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헤이스팅스는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이 무르익으면 충분히 이와 같은 모델이 현실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1997년 퓨어 소프트웨어에서 함께 일한 동료인 마크 랜돌프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새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의 이름은 인터넷을 뜻하는 ‘넷(Net)’과 영화 주문을 뜻하는 ‘플릭스(Flix)’를 합쳐 ‘넷플릭스’라고 지었다. 이름 그대로 인터넷에서 영화를 주문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에서는 현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초기 넷플릭스는 DVD 대여점을 인터넷으로 옮긴 형태였다. 사용자가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하는 콘텐츠를 주문하면 이를 우편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기한이 되면 사용자는 우편으로 다시 반납하면 된다. 우선 비디오를 대여하거나 반납하기 위해 외출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제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넷플릭스의 핵심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월간 구독 서비스를 구축했다. 월 1회 일정 요금을 내면 넷플릭스가 보유한 모든 콘텐츠를 대여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헤이스팅스가 초기에 구상한대로 연체료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빠르게 헤이스팅스가 구상하던 대여 서비스는 구현되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적자를 면치 못할 만큼 수익성은 없었다. 사용자에게 받는 개별 요금이 낮은데다가, 콘텐츠의 순환이 빨리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규모의 비디오 대여점인 ‘블록버스터’에 넷플릭스 매각을 타진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해법은 ‘시청자’에서 찾았다. 시청 기록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각지에 물류센터를 만드는 등의 변화를 통해 생존을 도모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넷플릭스는 2003년 마침내 흑자를 기록했고, 2007년부터는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유형의 비디오와 DVD 없이 PC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다수의 인기 콘텐츠를 확보한 경쟁자들의 등장 속에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또 어떤 혁신으로 다가올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Netflix
다수의 인기 콘텐츠를 확보한 경쟁자들의 등장 속에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또 어떤 혁신으로 다가올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Netflix

 

콘텐츠 제작사 변신 이후 위상 공고해 져
승승장구하던 넷플릭스는 2011년 유통사에서 제작사로의 변신을 감행한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헤이스팅스의 승부수였다. 2012년 첫 번째 오리지널 드라마 ‘릴리 해머’는 실패했지만 이듬해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가 에미상을 수상하는 등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자체 제작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넷플릭스는 2019년까지 오리지널 드라마를 해마다 20편씩 선보이며 세계 최대의 동영상 콘텐츠 공급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총매출의 최대 80%를 콘텐츠 제작에 쏟아 붓고 있는데, 2017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약 6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약 8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구축되는 콘텐츠의 다양성은 넷플릭스의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남미 지역에서 제작된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콘텐츠는 시청자의 선택지 폭을 넓혀주고 있다. 양뿐만 아니라 질도 점차 높여나가고 있는데, 다큐멘터리 영화 ‘이카루스’가 2018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또한 ‘그래비티’로 유명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오리지널 영화 ‘로마’ 역시 지난해 9월 열린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에 대해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칸국제영화제에서 불러일으킨 논란을 떠올린다면 상전벽해의 변화이다”며 “그만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가진 위상이 단단해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 시장에 관심을 집중하며 유명 영화감독은 물론 드라마 작가, 예능 PD 및 다양한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큰 그림도 구상하고 있다.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는 “한국 시장은 엔터테인먼트가 강하고 영화와 TV를 사랑하고, 인터넷이 발달돼 있다. 좋은 인터넷 환경으로 높은 접근성을 갖추고 있는 시장이다”며 한국 진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는 IPTV에서 하나의 채널이 되는 것이 한국에서의 목표이다”고 밝혔듯이 LG유플러스와의 제휴를 통한 콘텐츠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는 ‘유튜브 학습효과’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유튜브 도입 초기 1인 크리에이터들의 짧은 분량의 콘텐츠를 무시하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현재는 위상이 완전히 뒤바뀐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OTT 시장 경쟁 치열하게 전개 될 2019년
넷플릭스의 국제적인 성공에 힘입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도 속속 OTT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디즈니는 내년 말부터 제공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름을 ‘디즈니+(디즈니 플러스)’로 최근 확정지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는 “2019년 넷플릭스에서 모든 디즈니 콘텐츠를 철수할 것이다”고 밝혔는데, M&A를 통해 전 세계 문화 콘텐츠 대부분을 독점하다시피 한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내놓을 경우 시장의 판도가 또 한 번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애플과 AT&T, 유튜브, 아마존 등도 전략을 가다듬으며 본격적인 ‘넷플릭스와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구독자의 행방이 어떻게 갈릴지 알 수 없는 때가 온 것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다수의 인기 콘텐츠를 확보한 경쟁자들의 등장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가입자 증가율이 예상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들리는 등 성장 기대감이 다소 떨어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작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느라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것도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결국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가진 플랫폼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쉽게 말해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전히 넷플릭스는 자신만만한 분위기다. 토드 옐린 부사장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퀄리티 측면에서 가장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자부한다”고 답하는 등 강력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20년 전 DVD 대여점에서 시작해 이제는 방송 미디어의 환경과 패러다임 변화까지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그들이 만들어 낸 가치는 색다른 시선과 용기이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기업을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은 헤이스팅스가 구상하는 또 다른 전략은 무엇일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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