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표준 Ⅰ] 현대 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이슈메이커_ 표준 Ⅰ] 현대 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10.08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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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현대 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역사 흐름 따라 표준의 의미도 진화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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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14일은 세계 3대 국제표준화 기구(IEC, ISO, ITU)가 국제 표준을 널리 알리고 활성화하기 위해 공동으로 제정한 ‘세계 표준의 날’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통일 규격을 의미하는 ‘표준’은 현대 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믿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규약인 표준이 없다면 공공의 신뢰와 공정한 경쟁이 무색해지고,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표준은 ‘변경’보다 ‘선점(先占)’

 

많은 사람들에게 표준의 정의를 물어본다면 어떤 답변이 나올까? 익숙한 단어이지만 선뜻 명쾌한 해석이 내려지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계량단위나 측정법과 같은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표준은 무질서한 상태에 질서와 조화를 부여해 체계화하는 것을 뜻한다. 언어와 법규, 전통, 일상생활에서부터 근로 현장이나 과학 기술에 활용되는 모든 것들이 표준과 관계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에서는 ‘표준이란 개별 표준화 노력의 성과로서 공인된 단체에 의해 승인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동차 운전석과 통행 규칙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등은 왼쪽에 운전석을 두고 도로는 우측으로 통행한다. 반면 영국이나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좌측통행을 한다. 이와 같은 한국의 통행규칙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경무국은 기존의 우측통행을 폐지하고 자동차를 모두 중앙선의 왼쪽으로 다니게 했지만, 해방 이후 미군정하에 우측통행으로 표준이 다시 바뀌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표준의 변화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과거 파키스탄은 우측통행으로 표준을 변경하려고 시도했다가 좌측통행에 익숙한 야간수송용 낙타들이 변경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이를 철회한 적도 있고,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이 한 줄 서기 여론에 밀려 시행 9년 만에 폐지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재한 교수는 한 칼럼에서 “표준 구축은 이미 다른 표준이 있을 때보다 아예 없을 때에 더 쉽다. 그래서 표준은 변경보다 선점(先占)으로 추구한다”고 전한 바 있다.

 

정치 표준화 통해 발전해 와

 

표준의 유래는 기원전 7,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표준은 고대 이집트에서 무게의 단위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원통모양의 돌이라 알려져 있다. 고대 문명에서 상업적인 거래와 유통이 빈번해지면서 무게나 길이의 단위를 통일시켜 집권자가 상거래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조세를 정확하게 거둬들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그리스의 아테네와 로마는 각각 민주정과 공화정이라는 정치 표준을 구성하게 된다. 당시 구축된 정치적 표준들은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 섞이고 결합되어 새로운 변형들로 나타나 현대에까지 이를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동양 역사에서는 진시황의 정치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법가사상을 수용해 정치적 표준을 달성함과 함께 행정조직과 문자, 도량형, 화폐, 무기까지 통일을 확대했는데, 이처럼 표준화 작업을 통해 사회정치와 경제정치의 통일까지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진나라의 중앙집권적 군주정은 이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다수 국가의 정치적 표준이 되기도 했다.

 

산업혁명 통해 체계적으로 변모

 

고대사회 집권자들이 국가 통치의 근간으로 표준을 활용했다면 18세기 말 산업혁명 시기에 접어들며 표준화는 큰 변화를 겪는다. 공장생산이 보편화되고, 물품의 대량생산과 수송이 일어나며 물품 간 호환성이 중요해지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표준에 대한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관련된 단체와 학회가 설립되어 그 속에서 내부 표준화에 활발히 추진되고 또 정교해졌다.

 

이에 발맞춰 국내 역시 1902년 도량형 규칙 제정을 시작으로 1973년 공업진흥청 발족을 통한 국가표준을 제정했고, 1980년대부터 국제표준체제로 전환되어 2006년에는 국제 규격과 대응되는 KS 표준의 99.8%를 국제표준과 일치화 시키거나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표준이 역사의 흐름에 따라 발전해오면서 표준이 갖는 의미 또한 진화하고 있다. 과거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표준화는 최근 들어 인간의 생명과 복지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병기 교수는 ‘기술표준’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규범은 이제 한 문화권에서만 소용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종교와 인종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치와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표준이 세계를 통일하고 미래를 규정하게 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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