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인단(藝長人短), 덕예쌍형(德藝雙馨)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덕과 예과 겸비된 예술인 양성에 혼을 쏟다
예술가 양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중국
2014년 11월 1일 중국 사천성 악산시 근서박물관 개관식에 작가 양옥빙 선생의 초청을 받고 다녀왔다. 양옥빙 선생은 근서화(根書畵) 창시자 이자 중국예술대사이며 중국에선 서예가로도 유명한 작가다. 근서화를 처음 본 것은 지난해 중국예술가협회를 방문하면서 전시되어있는 것을 관람하면서다.
근서화는 자연의 생명력과 기운을 표현하는 신비스러움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으로 한자모양과 유사한 나무뿌리를 찾아내 글씨나 그림으로 만드는 공예라 할 수 있다. 자연의 기묘함과 인간의 기교가 접목되는 근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분야지만, 대자연과 중국 서예의 역사와 전통이 융합된 종합예술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근서작가 양옥빙 선생의 다양한 작품을 쉽게 만나 볼 수 있게 한자리에 모아 박물관을 개관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예술가들이 편하게 쉬면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광지로 유명한 악산대불 근처에 예술촌을 만들어 오픈했다. 한국에선 예술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박물관을 개관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감탄사만 연발하여 쏟아낼 뿐이다.
양옥빙 작가에게 들은 박물관 개관까지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양옥빙 작가는 20여 년 전 목공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장난삼아 만들어 놓은 것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하나씩 가져가기 시작 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판매를 하라고 해서 하나, 둘 작품을 계속하다보니 수많은 작품을 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박물관이 만들어진 계기는 판매된 한 작품이 악산시의 한 공무원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 작품을 보고 이 지역의 관광 상품으로 연계하면 좋을 듯싶어 고민하다가 수소문해서 양옥빙 작가를 만나게 되었고 작가에게 제안을 하여 근서 박물관이 악산시 지역에 개관을 하게 되었다. 박물관 개관하기까지 모든 예산을 정부에서 부담해준 것이다. 한 공무원의 작품에 대한 인정, 작가에 대한 신뢰로 한 예술인이 평생을 걱정 없이 예술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술작품으로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판매 수익으로 지역 경제를 부흥 시킬 수 있는 엄청난 일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의 오래된 역사가 지금의 중국을 살리고 있듯이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백 년을 넘기기 어려우나 한번 남긴 예술은 영구히 그 가치를 빛낸다는 말을 중국 사람들은 가슴속 깊이 새기고 실천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 아쉬워
짧은 기간에 결과를 보려는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정책과 너무나도 비교되는 일이다. 정부는 문화융성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문화융성위원회는 행복을 만드는 문화, 마음을 여는 문화, 경제를 살리는 문화, 국격을 높이는 문화가 융성하는 것이 바로 문화융성으로 정의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좋은 발상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 내에 결과를 내기 위한 실적위주의 문화예술정책을 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중국예술가협회는 “덕이 우선이며 재능은 기본이고 선배를 따라 배워서 덕과 재능이 겸비한 예술인이 된다”라는 목표를 두고 덕예쌍형(德藝双馨)의 정신을 기초로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화예술 활동을 전개하여 글로벌시대 문화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매년 덕과 재능을 갖춘 예술인을 선정해 시상을 하고 참다운 문화예술인이 인정을 받고 빛을 볼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양옥빙 작가도 덕예쌍향 시상식에서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