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셀러(Screen+Best Seller) 전성시대
스크린셀러(Screen+Best Seller) 전성시대
  • 김진영 기자
  • 승인 2014.05.23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 속 명작, 영화로 재조명 되다
[이슈메이커=김진영 기자]

[Book vs Book] 영화 vs 원작소설




스크린셀러(Screen+Best Seller) 전성시대 


세월 속 명작, 영화로 재조명 되다




영화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 러닝타임을 이끌고 나갈 탄탄한 스토리는 기본 뼈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독자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원작 소설들이 끊임없이 스크린의 러브콜을 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출간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소설들도 영화를 통해 재조명 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로 재조명된 실화의 비극 <노예 12년>


  <노예 12년>은 저자 솔로몬 노섭(Solomon Northup)의 실화를 담은 내용으로, 1853년 출간과 동시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보다 한해 앞서 출간된 해리엇 비터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함께 흑인문학의 선구자적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오늘날까지 미국 문학사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1808년 노예제도가 폐지된 뉴욕 주에서는 합법적으로 흑인 노예를 사고 팔 수 없게 되자 불법 납치가 횡행했다. 저자이자 소설 속 주인공이기도 한 솔로몬 노섭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세 아이를 기르는 평범한 아버지였는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던 차에 노예 상인에게 납치를 당하게 된다. 12년이라는 끔찍한 세월동안 노예 생활을 하면서도 자유를 향한 희망과 열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그는 마침내 극적으로 구조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책의 첫 머리에서 그는 “내가 자유를 되찾은 후 미국 북부에서는 노예 제도에 대한 논란이 점점 거세졌다. 노예 제도의 추악한 면모를 밝힐 뿐만 아니라 재미까지 보장한다고 공언하는 소설들이 전례 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노예 제도에 대한 유익한 논란이 형성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미국 사회에는 노예제도를 논하는 다수의 작품들이 있었지만 흑인 작가가 자신이 직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1857년, 노예제의 실상을 알리고 다니던 노섭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노예 상인들에게 납치되었다는 설만 남긴 채 자신이 남긴 책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후 1984년 그의 이야기는 ‘솔로몬 노섭의 오디세이’라는 제목으로 한차례 영화화 됐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2013년 흑인 감독인 스티브 맥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브래드 피트가 제작에 참여한 동명의 영화 ‘노예 12년’이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흑인 감독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하기에 이른다.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모든 사람들은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할 자격이 있습니다. 이게 솔로몬 노섭이 준 가장 큰 유산입니다”라며 모든 영광을 저자에게 돌리기도 했다. 


  특히 이번 수상은 오늘날 평등과 자유를 기반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과거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값진 결과라 볼 수 있다. 2009년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흑인 인권 신장과 인종차별 문제를 사회적 담론으로 끌어냄에 따른 긍정적인 변화로 풀이된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조용히 잠들어 가고 있던 문학작품이 영화라는 파급력이 큰 장르와 만나면서 전 세계인들을 향한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 <노예 12년>.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도 꾸준히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명제는 세대를 아우르는 의미를 부여한다는 변치 않은 가치를 보여준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 <위대한 개츠비>

   미국 현대문학사의 거장 F.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세계관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는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는 영미소설 중 하나다. 제 1차 세계대전 참전 후 광고사에 다니던 중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을 당한 피츠제럴드는 1920년 처녀작 <낙원의 이쪽>을 발표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그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여러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명실공이 미국을 대표하는 문호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부와 성공에 대한 집착과 사랑을 가로막는 신분의 장벽은 그를 평생 옭아매었다.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가 발표된 1925년의 미국 사회는 물질주의와 도덕적 해이가 팽배한 혼란과 무질서의 시대였다. 작가 자신 역시도 사교계에 탐닉하던 시기와 일치했던 터라 작품 속 주인공인 제이 개츠비는 피츠제럴드의 투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만큼 공통적인 부분이 많기도 하다. 세계대전 참전 당시 육군 장교를 거쳤으며 신분의 장벽을 뛰어넘어 마침내 막대한 부를 이룩해 사랑하는 한 여인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개츠비’의 스토리 또한 피츠제럴드의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위대한 개츠비>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풍부하게 녹아든 소설로, 본인에게 주는 오마주의 의미라는 분석도 있다.  


  2013년 새롭게 재탄생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제 66회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낳았다. 이미 세 번째나 영화화된 전력이 있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과 ‘물랑루즈’로 이름을 알린 바즈 루어만 감독과 우리에게도 친숙한 헐리우드 대표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17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루어만 감독은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로맨스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보니 아니었다. 이 소설은 비극을 담고 있고 그게 곧 개츠비”라며 비극으로서의 원작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주연으로 참여한 디카프리오도 “세계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걸작을 영화로 옮기는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로써 큰 영광이면서도 커다란 모험이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독자들의 머릿속에 스토리와 인물의 캐릭터가 정형화된 이미지로 굳혀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 나름대로 작품의 내용과 인물을 신중하게 재해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화와 소설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를 대신해 누명을 쓴 ‘개츠비’는 결국 총살을 당하며 생을 마감한다. 생전에 그의 대저택은 매일 화려한 축제로 밤을 수놓았지만 그의 장례식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데이지마저도 남편인 톰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결국 개츠비의 인생은 쓸쓸한 뒤안길로 저물게 된다. 피츠제럴드 역시 방탕한 생활과 작품의 연이은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알코올 중독과 병고에 맞서며 우울한 노년을 보내다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만다.  






우아함을 가장한 아픔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작가의 2009년 작으로, 원작과 영화의 시간적 간극이 짧은 작품이기도 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춘 화제작이다. <우아한 거짓말>에 앞서 2011년 영화화된 원작 소설인 <완득이>로 가슴 따뜻한 스토리에 기반한 대중적 티켓파워를 입증하기도 했던 김려령 작가는 오늘날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고 있다. 소설 ‘완득이’가 다문화가정의 아픔과 사회적인 편견을 담았다면 ‘우아한 거짓말’은 학교폭력의 그늘 아래 멍들어가는 안타까움을 담담한 어조로 빚어냈다는 평이 따른다. 


  아버지 없는 편부모 가정의 가장인 엄마 현숙과 두 딸 만지와 천지는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는 우리 주변의 흔한 가정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밝았던 막내 천지의 갑작스런 자살로 인해 가족이 몰랐던 사실과 천지의 ‘우아한 거짓말’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천지가 남긴 빨간 털실이라는 단서에 담긴 메시지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엄마와 언니는 그제야 천지의 밝은 성격 안에 감춰진 아픔을 들여다보게 되고, 가장 가까운 존재였지만 자신들의 일상에 갇혀 천지가 청했던 도움의 손길을 알아채지 못함에 슬퍼하게 된다. 


  1990년대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학교폭력을 아직까지도 도려내지 못한 채 겉으로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외면하고 마는 우리 사회의 우아하지만 우아하지 않은 아픔을 작가는 역설적인 제목을 통해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한 감독은 “내가 돋보이기 위해 했거나 위기 모면을 하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했던 모든 거짓말들이 우아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풀이하기도 했다.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아무렇지도 않음을 가장한 태연하고도 평범한 모습이 ‘우아한 거짓말’의 1차적 모습이라면, 제목의 또 다른 내포적 의미는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지 않으며 ‘우아한 척’하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모습이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이면서 잔인하게 천지를 몰아세운 친구 화연을 통해 묘사된 인간의 가식적이고 추한 모습을 부정한 채 우아한 척 빠져나가려는 모습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뒤 돌아보게 된다. 


  우아함을 가장한 거짓말들이 모여 만든 천지의 자살과 비극적인 결말이 얼마나 잔혹하고 서글픈 것인지를 깨닫는 순간 입 끝에 남는 씁쓸함과 안타까운 슬픔은 비단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에 기인하지 않는다. 소설이 활자를 넘어 스크린으로 옮겨가면서 독자가 상상했던 것들을 살아있는 배우들이 인물이 되어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때론 소설보다 더 큰 감동과 울림을 느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화 <우아한 거짓말>이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은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깊이 있는 내공과 진심을 담아낸 연기력이 한 축을 담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원작소설이 영화로 재탄생되는 좋은 예로 평가받게 되는 바탕에는 영화와 소설의 흐름과 장치적인 이해도뿐만 아니라 상상속의 인물들과 현실의 배우의 접점이 충분히 따라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