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FTA, ‘새판짜기 경쟁 본격화’
세계 FTA, ‘새판짜기 경쟁 본격화’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4.04.0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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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Economy Focus] 경제블록화

 

 

세계 FTA, ‘새판짜기 경쟁 본격화’

 

선진국 동시다발적 FTA 자국중심 동맹 구축 뚜렷

 

 

선진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향후 통상환경에 큰 격변이 예고됐다. 그동안 국가 간 FTA가 확산되며 경제블록이 형성되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지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제블록 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위기를 느낀 선진국들은 서둘러 FTA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간 FTA들이 모두 2014~15년 협상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FTA 지형 변화를 면밀하게 살피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제블록간의 충돌이 심화된 가운데 선진국 간 자우뮤역협정(FTA)을 내세운 충돌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3월 16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전 세계 69개국의 FTA 추진 동향을 분석한 '최근 주요국 FTA추진 현황과 2014년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EU와 러시아 경제블록 간 FTA를 통한 세력 확장 과정에서 일어난 충돌”이며 “이 같은 주도권 다툼이 주요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지난해 미국과 EU, 일본과 EU, 미국과 일본 사이의 FTA 논의가 일제히 시작했다. 선진국들이 FTA 추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 강국들이 대거 FTA에 나서는 것은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Doha Development Agenda) 등이 유명무실해진데다 지구촌 경제위기 이후 무역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경제블록에서의 주도권 경쟁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는 EU와 러시아의 세력 확장이 충돌하고 있는데 EU가 미가입국과 구소련 국가들을 대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고,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 출범을 노리며 맞붙었다. 일례로 최근 EU는 우크라이나 외 아르메니아, 몰도바, 조지아 등 나라와의 FTA를 추진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개입에 나서며 순탄치 못하다는 설명이다. 중남미 지역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4개국이 주도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과 2012년 출범한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이 참가한 태평양동맹이 서로 세력 불리기 경쟁이 한창이다.

 

미국의 중국견제 TPP, 세계 GDP의 38.4% 차지

미국은 최근 아-태 지역 12개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TPP는 본래 2006년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4개국이 출범시킨 소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협상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아·태 지역 국가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기존 4개국에 미국을 비롯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이 가세하는 등 협상의 판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도 미국 주도의 TPP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 회원국인 캐나다와의 FTA 타결을 서둘렀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12개 TPP 참여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11개국과 1차 예비 양자협의를 마친 상황이다.

현재 TPP 협상에 참여 중인 12개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4%에 달한다. 이는 규모 면에서 EU(23.2%), NAFTA(26.1%) 등 기존의 경제블록은 물론 우리나라와 중국 등 16개국이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29.5%)마저 능가하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협상의 내용 면에서도 폭넓은 분야를 포괄하는 동시에 ‘높은 수준의 자유화’ 를 지향한다. 실제로 TPP의 협상 분야를 살펴보면 기존의 FTA 협상 이 다루고 있는 상품, 서비스, 투자뿐만 아니라 지재권, 환경, 노동, 중소기업, 개발 등의 새로운 의제도 포함된다. 개방 수준은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상품 분야의 경우 모든 품목을 협상 대상으로 하며, 서비스·투자 분야도 일부 제한된 분야를 제외하고 모두 개방 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당초 TPP 12개국은 2013년 말 협상 타결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주요 이슈에 대해 참가국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타결에 실패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배경이 다른 다수의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것을 타결 실패의 이유로 손꼽는다. 실제로 TPP 12개국에는 선진국부터 신흥국까지 다양한 경제 발전 단계의 국가들이 포진하고 있고, 국별로 제조업·농업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이 상이하기 때문에 상품, 지재권 및 국영기업 분야에서 의견 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상품 분야의 경우 현재 양자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데, 미국과 일본의 입장 차이가 큰 상황이다. 지재권 및 국영기업 분야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대결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지재권 분야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영화, 음악, 서적, 애니메이션 등의 저작권 보호 강화를 주장하고, 신약 개발의 동기 부여 등을 이유로 특허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들은 신약의 특허가 강화되면 복제약 출시가 지연되고 약가가 상승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물밑 주도 RCEP, 참여국 GDP 합계 19조 9,000억 달러

TPP와 함께 주목 받는 또 하나의 다자간 FTA는 ‘아세안+6 FTA’, 즉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다. RCEP는 한국 중국 일본 3국과 아세안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TPP를 주도한다면, 과거 경제블록화에 미온적이던 중국은 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RCEP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RCEP를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 추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역내 국가간 경쟁구도, 정치적 대립의 완화·해결 방안으로 RCEP를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초기 단계부터 RCEP 협상에 참여해 향후 동아시아 공동체 추진에 비중 및 역할 증대를 모색하고 있다.

RCEP는 규모 면에선 TPP에 못지않다. 참여국들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19조 9,000억 달러. 전 세계에서 인구 1, 2위 국가인 중국과 인도가 참여하는 만큼, 인구 수(34억 명)로는 오히려 TPP(7억 7,000만 명)를 압도한다. 경제규모 자체는 TPP에 못 미치지만,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TTP에 비해 RCEP 협상의 진척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첫 협상이 시작돼 현재까지 3차례 협상이 열렸는데, 아직까진 큰 진전을 보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월 말 3차 협상을 마친 이후 “규범협력 분야에서 경쟁, 지적재산권, 분쟁해결, 경제기술협력 등의 작업반 구성에 합의했으며 우리 국익을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RCEP의 타결 목표 시점은 2015년이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선 RCEP의 타결 가능성이 높지만은 않다는 견해가 많다. 일단 참여국들이 너무 많은 데다 성격도 이질적이어서 입장차를 좁히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자간 FTA는 TPP의 미국처럼 주도국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중국이 이와 같은 리더십을 행사하기엔 역부족인 것도 타결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이다. 더불어 RCEP에 참여하는 16개 국가들 중 절반 정도(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는 TPP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어, 협상에 속도를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만 주요 국가들이 TPP와 RCEP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상태라, 무게중심은 TPP에 쏠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RCEP의 한계는 사공이 너무 많다는 점인데, 미국 주도의 TPP만큼 리더십이 명확하지도 않고 사실상 구심점도 없다”며 “TPP와 대등한 수준으로 RCEP을 저울에 올려놓는 것은 과대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TPP협상이 이른 시일 안에 타결될 경우, 다급해진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협상 체결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韓 경제영토 2017년까지 70% 이상 확장 계획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도 크게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0년 전인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미국·EU·아세안 등과 FTA 협상을 타결했고, 현재 46개국과 FTA를 발효하고 있다. 이미 협상이 타결된 콜롬비아·호주에 이어 최근엔 캐나다와 협상을 마무리함으로써 한국 FTA 시장은 49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들 국가의 GDP를 합치면 2012년 현재 43조 7,000억 달러로 전 세계의 62%에 달한다. 경제영토로 보면 칠레(78.5%)·멕시코(64.1%)에 이어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다. 정부는 해외 소비시장 확보, 교역 증가, 외국인 투자 촉진 등 FTA 효과로 우리나라 3년 연속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고 분석한다. 세계경제가 부침을 거듭하는 와중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중국과 뉴질랜드·중동은 물론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을 꿈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참여해 FTA 영토를 오는 2017년까지 70% 이상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FTA를 통한 세계 주요국들의 합종연횡이 확대되는 가운데 앞서 언급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존 FTA의 내실을 기하고 새로운 FTA협상 대상국을 발굴하는 등 FTA 경영전략 재수립을 통해 실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마무리 단계에 있는 터키·콜롬비아와의 FTA를 빠른 시일 내에 발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일본이 콜롬비아와의 FTA를 검토 및 협상중인 상황에서 조기 발효를 통해 선점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중국과 일본 등 주요 경쟁국과 치열하게 경합중인 곳(호주)이거나, 협상이 중단된 국가(멕시코)와의 FTA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주는 현재 중국, 일본과 FTA 협상을 진행 중이며, 멕시코는 이미 2005년 4월부터 일본과 FTA를 발효, 현지에서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 아래 교역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FTA가 체결된 국가와의 협정도 보완을 통해 내실을 다질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도, 아세안(ASEAN)과의 FTA는 보다 고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세안 개별국과의 양자 FTA도 병행 추진해 개방수준과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신규 FTA 대상국 발굴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 중남미, 아프리카 등 주요 신흥시장과 새로운 FTA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쟁국 대비 선점효과를 노릴 필요가 있다는 것과 함께 한·중 FTA,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아시아 역내 FTA 추진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다른 FTA에서 보완하고, 협상 참여국과의 공조 및 견제를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등 국익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진호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안정적인 수출 시장 확보와 경제협력 도모를 위해 FTA의 경제블록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는 FTA 원산지 기준을 바탕으로 공급망을 검토하는 등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및 유관기관도 FTA 활용 지원 정책을 지속해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어느덧 FTA 시대 10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차원에서 FTA 협상에 임했다. 초고속 FTA 체결국 반열에 올랐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도 고려할 시점이 됐다. 국민과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통상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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