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II] 자신을 위한 투자인가, 자식을 위한 투자인가.
[Special Report II] 자신을 위한 투자인가, 자식을 위한 투자인가.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4.03.04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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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Special Report II] 키즈 등골브레이커

 

자신을 위한 투자인가, 자식을 위한 투자인가.

 

식스포켓세대(Six Pockets Generation)가 도래하다

 

 

식스포켓세대(Six Pockets Generation)를 들어보았는가. 1990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이 신조어는 고령화 사회

에서의 저출산 시대 아이들을 일컫는다. ‘식스포켓’이란 말 그대로 ‘6개의 주머니’라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주머니는 다름 아닌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의 주머니를 말한다. 저출산 시대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두둑한 6개의 주머니를 차고 나온다는 현상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아이를 위한 부모의 지출은 당연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조부모, 외조부모 역시 고령화 사회와 맞물리며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 역시 자신의 손자, 손녀들을 위한 지출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식스포켓세대의 등장으로 인한 영·유아 시장의 매출 증가

요즘 노년층 사람들이 모이면 손주 자랑이 주를 이룬다. 얘기로 모자라니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도 보여주고 영상 통화까지 한다. ‘꽃노래도 자꾸 들으면 식상하다’고 오죽하면 ‘손자, 손녀 자랑하려면 돈 내고 하라’, ‘돈 낼 테니 손자, 손녀 얘기 좀 들어라’는 등의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미 1990년대, 일본은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때, ‘단카이 세대’(團塊世代)로 불리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활동 은퇴를 기점으로 연금을 받기 시작하며, 이들의 돈이 손주들에게 흘러들어 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식스포켓세대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이렇듯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식스포켓세대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산아제한정책으로 1986년 이후 지속해서 출산율이 하락해 한 자녀 가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역시 하나뿐인 손주를 위해 먹이고 입히는데, 비싸지만 안전하고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을 아낌없이 소비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트렌드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때문에 영·유아 관련 중국기업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시장에도 녹아들고 있다.

이에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출산에 소득수준 증가와 고령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경제력을 갖춘 조부모들이 늘어나고 있고 아이들을 위한 특화된 제품 및 서비스 시장과 교육 관련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데 경기가 나빠져도 아이를 위한 소비는 줄이지 않는 일련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영·유아 용품 제조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동복은 평균 가격대가 높음에도 유명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장난감, 사교육분야의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나날이 커져가는 중국시장은 이들 한국기업들에게 분명히 기회로 찾아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소비형태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 높아져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대로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식스포켓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저출산 추세로 어린이 관련 시장 전체의 파이는 줄어들었지만, 고급제품을 중심으로 한 영·유아 프리미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돈이 넉넉한 노인연령 세대로부터 용돈을 받는 아이들이 새로운 소비 집단을 형성하며, 식스포켓세대는 경쟁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를 의미하는 ‘블루슈머’(bluesumer)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처음 우리나라 영·유아 관련 프리미엄 시장은 자녀와 관련된 지출에 관대한 ‘골드 키즈 맘’이 대상이었다. 자신의 소비를 줄이더라도 자신의 자녀에게는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요즘 부모세대를 겨냥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품의류업체는 ‘키즈 라인’을 출시해 투자 대비 높은 이익을 남겼다. 이러한 현상은 부모를 넘어 조부모와 외조부모에 이어 이모, 고모 등의 지갑을 여는 현상으로 확산되었다. 이른바 식스포켓을 넘어 ‘세븐, 에잇’ 포켓, ‘골드 앤트’ 등의 새로운 마케팅 용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영·유아 관련 소비 선택권의 증가는 항상 우려를 동반해 왔다. 소비 형태가 맹목적이거나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는 말이다. LG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실제로 프리미엄 유모차, 아동 의류, 책가방 등과 같은 제품 매출의 급격한 상승과 관련하여 염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브랜드 지향적인 부모의 소비습관이 아직 판단 능력이 성숙되지 않은 아이에게 그대로 이어져, 소비의 능동적 주체자로 발달하는 데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마시는 ‘물’부터 변화되고 있는 프리미엄 키즈 산업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는 이 시대의 부모들 덕분에 국내 육아용품 시장의 규모는 약 3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꼴찌인 약 1.24명으로 자녀 수는 줄었지만 그만큼 내 아이에게만큼은 지출을 아끼지 않는 풍조가 생겼고, 이 때문에 프리미엄 키즈 용품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조부모는 손주를 위해 어린이 펀드에 가입하고, 어린이 전용 치과와 미용실, 키즈 카페 등 새로운 지출문화가 등장하고 있다. 고가의 수입 유아용품은 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호황을 이루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쿄리츠(共立)종합연구소가 지난 2002년과 2011년 기후현과 아이치현 등 고령자를 대상으로 손주에 대한 지출내역 조사한 결과 외식과 여행 관련 지출액이 크다”는 보고가 나왔다.

현재 국내 프리미엄 키즈 시장은 마시는 ‘물’부터 유모차, 병원, 의류, 외식 문화 등이 주목받고 있다. 한 수입 생수 업체 관계자는 "프리미엄 베이비워터 시장의 성장세는 최근 몇 년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 추가 진출하는 브랜드, 인기 브랜드 유치를 위한 업체 간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청정지역 가운데 하나인 오스트리아산 유아용 생수 와일드알프 베이비워터(500㎖/5000원)나 호주산 오지베이비워터(350ml×24/7만6800)는 초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젊은 엄마들 대부분은 이 물에 분유를 타서 먹인다. 미네랄 등 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되어 있고, 청정지역 물이라 살균도 필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모차계의 벤츠 '스토케' 역시 대당 평균 169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매출 성장으로 프리미엄 키즈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의 CEO인 토마스 스테빅 스토케는 "한국 엄마들의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국법인 설립의 결정적 이유"라며 "스토케의 한국 매출은 아시아 태평양 매출의 30%가량이고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명품 의류 브랜드 역시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백화점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프리미엄 유아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지만, 최근에는 고가의 수입 브랜드가 프리미엄 키즈 시장의 70~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녀의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 미용, 식품 관련 업계도 이러한 시류에 맞춰 변화 중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헤어숍의 커트 가격은 3만 원, 파마 가격은 7만 원 내외로 비싼 편이지만, 친환경 파마약과 샴푸,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특화된 서비스로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밖에 친환경 약재를 사용하는 소아전용 한의원은 물론, 레스토랑과 카페를 접목시켜 안전요원의 관리·감독 하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시설을 갖춘 키즈 카페 역시 부모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 결정을 위한 소비자와 기업 간의 올바른 이해관계 조성 

자식을 위한 투자, 그로 인해 발생되는 부모들의 어려움이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170만 원 상당의 할로윈 의상이 등장할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수록 새로운 사회계층화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조부모는 은퇴 후 손주의 학원비는 물론, 최소한 한창 인기 있는 장난감 라인 하나쯤은 사줄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조카를 위해 한 벌에 십 수만 원이 넘는 고가 의류 브랜드 몇 개는 꿰고 있어야 한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수백만 원 상당의 유모차나 유아용품 한두 개를 보유하는 ‘좋은’ 엄마도 흔하다. 사회적 걱정을 받고 있는 ‘등골 브레이커’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연 누구의 탓을 해야만 할까.

브랜드 바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거품이 빠지기 마련이다. 자녀를 위한 부모의 똑똑하고 합리적인 소비 결정만큼 ‘건강한 제품’을 보장하는 강력한 동력은 없을 것이다. 기업들이 먼저 부모의 마음과 행동을 헤아리고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더 고민한다면 부모와 그 자녀들의 진정한 동반자로서 더욱 건강한 영·유아 소비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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