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위주 선수 구성은 우리나라 체육문화 후퇴의 지름길
파벌 위주 선수 구성은 우리나라 체육문화 후퇴의 지름길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4.03.04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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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Political Faction] 체육계 ‘파벌’ 문제

 

효자종목의 계속되는 부진, 과연 우연일까.

 

파벌 위주 선수 구성은 우리나라 체육문화 후퇴의 지름길

 

 

대한민국의 빙상스포츠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중 쇼트트랙은 동계스포츠에서 효자종목으로 불리고 있다. 1992년 제16회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이래로,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쇼트트랙 메달 소식은 끊임없이 전해져왔다. 특히,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6개의 금메달은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이렇듯 대한민국에서 쇼트트랙의 수준과 실력은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쇼트트랙은 감출 수 없는 큰 문제점이 존재했다. 바로 ‘파벌’ 문제다. 어린 유망주들이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아닌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파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우리 스포츠의 오랜 악습으로, 대한민국의 쇼트트랙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눈과 얼음의 축제’ 2014소치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뒤로 한 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2014 소치동계올림픽 홈페이지

 

 

대한민국의 영웅에서 러시아의 영웅으로

‘눈과 얼음의 축제’ 2014소치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뒤로 한 채 2월 24일 오전 1시 14분(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 역대 최다 규모인 71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3·은 3·동 2개 등 총 8개의 메달을 획득, 종합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평창 전초전으로 여긴 이번 대회에서 3회 연속 종합 10위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은 몇몇 종목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국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가장 저조했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14위·금 2·은 2) 이후 두 번째로 기대 이하 성적을 낸 한국은 4년 뒤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대회를 기약했다.

동계올림픽의 우리나라 전통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은 평준화된 세계 수준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여자 대표팀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쇼트 강국'의 체면을 지켰지만, 세대교체에 실패한 남자 대표팀은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에 이어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최약체 전력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그래도 메달 한두 개는 따내겠지’라는 실낱같은 희망도 물거품이 됐다.

한편 동계스포츠 부활을 내세운 개최국 러시아는 20년 만에 종합 1위(금 13·은 11·동 9)를 탈환했다. 구소련 시절까지 포함하면 역대 아홉 번째 종합우승이고, 러시아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이후로는 20년 만에 거둔 성과이다. 러시아가 이렇듯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중심에는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 선수가 있었다. 그는 무려 3개의 금메달을 조국에 안기며 러시아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현수는 대한빙상연맹과의 악연, 소속팀 해체 등 최악의 운동 여건으로 결국 러시아로 귀화해 이번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3관왕을 차지했다. 그가 더 이상 한국 선수가 아닌 러시아 선수로 뛰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는 우리 국민들은 한국 선수와 안현수 중 누굴 응원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러시아의 중심에는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 선수가 있었다.
ⓒ 2014 소치동계올림픽 홈페이지

 

 

최고의 실력을 가졌지만 선택받지 못한 ‘황제’

안현수와 관련된 대한빙상연맹의 문제는 이미 그가 러시아로 귀화한 2011년부터 예상된 절차였다. 러시아로 귀화한 뒤 안현수는 소치올림픽을 목표로 재활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었고 지난 시즌부터 대표로 참가했다. 올 시즌 들어 한국 선수들과 맞대결에서 거의 모든 종목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그는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첫 메달리스트이자, 최다 메달리스트로 영웅 대접을 받게 됐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는 과거 ‘비한체대파’와 ‘한체대파’와의 파벌로 인한 갈등, 그리고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의 해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를 당시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지 못하고 여자 선수팀에서 따로 훈련해야 했다. 또한, 올림픽 세레모니에서도 그는 동료 선수들과 떨어져 축하자리에 함께할 수 없었고 급기야 동료선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까지 나오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여기에 2008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무릎 부상으로 네 차례나 수술했지만, 연맹에서 어떠한 지원도 없었고, 2010년엔 소속팀 성남시청이 재정문제로 결국 해체되면서 쇼트트랙의 전설이자 영웅으로 불리는 그는 순식간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하지만 이후 2011년, 러시아 빙상연맹과 모스크바 시청의 초청으로 안현수는 다른 걱정 없이 쇼트트랙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재기에 성공했다. 자연스럽게 러시아 시청 소속 선수에서 러시아 귀화로 연결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광복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 김소희 해설위원, 전명규 대한빙상연맹 전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 감독과 김 해설위원은 지난 2004년 여자쇼트트랙 국가대표선수단 구타 파문에 휩싸인 이력이 있다. 당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구타 파문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최광복, 김소희 코치의 사표를 수리하고 박세우, 전재목 코치를 새 대표팀 코치로 선임했다. 이후, 최 감독과 김 해설위원은 2010년부터 2011년 10월까지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 대표팀 감독 생활을 이어갔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해임된 바 있다. 또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은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가 “전횡(專橫)을 하는 빙상연맹의 1인”으로 지목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 국민, 전 세계에 알려지며 대한빙상연맹에 대한 분노와 비난의 목소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결국, 정부에서까지 이 문제를 들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열린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체육계의 파벌주의, 줄 세우기 등 부조리와 구조적 문제를 뒤돌아 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러시아에 귀화한 안 선수는 쇼트트랙 선수로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며 "안 선수의 문제가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체육계의 부조리 바로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체육계의 부조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압적이고 안일한 관리에 파벌 위주로 선수 구성을 하는 스포츠 연맹의 모습에서 과연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빙상계 안현수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 문화에서 파벌 문화가 심해 한국을 떠나야만 했던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도 있다. 추성훈은 재일교포 4세로 2001년부터 유도계 절대 강자로 떠오르며 각종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결국, 태극마크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일본 귀화를 택했다. 그는 2008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은 (학연이 없는) 나를 이방인 취급했고 유도계의 파벌로 판정승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나뿐 아니라 실력이 좋은데도 파벌로 인해 판정승에서 지는 선수들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마린보이’ 박태환은 대한수영연맹과의 갈등으로 연맹의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뿐만이 아니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연맹과 따로 떨어져 혼자 스태프진을 꾸려 자신이 월급을 주고 있으며 그녀가 연습할 곳도 지원되지 않고 있는 실태다. 배드민턴 대표인 이용대가 연맹의 안일한 관리로 도핑테스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1년 자격정지 된 사건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이는 스포츠 단체가 스타들을 품기는커녕 운동을 그만두고 싶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스포츠계의 이런 인맥과 파벌 정치가 꾸준히 현재 진행형에 있다. 무조건 파벌이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다. 내부적으로 건전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돼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주류 세력을 따라잡기 위한 비주류 세력의 과감한 투자는 결과적으로 종목 내부의 발전을 끌어올린다는 순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끼리끼리 문화’, ‘집단 문화’가 발달해 있는 한국 사회의 특성이 고스란히 내부적 다툼에 영향을 미쳐 정작 피해를 보지 말아야 할 선수들까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우리 체육계의 파벌논쟁, 왕따 논쟁, 행정실수 등 고질적인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며 “안현수 선수나 유도의 추성훈, 배드민턴 이용대 선수 등 한두 사례가 아니다”고 꼬집은 뒤 “우리 선수들이 (체육계의) 구조적 벽에 부딪혀 계속 꿈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닌지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잇따른 운동연맹들의 영웅 홀대와 외면은 우리나라 체육계의 발전은커녕, 오히려 우리나라의 스포츠 문화를 후퇴시키는 계기가 된다. 때문에 체육계의 부조리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 차원의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과감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변화 없는 체육계 앞날의 희망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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