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땅’ 그린란드, 그들의 여름은 아름답다
‘얼음의 땅’ 그린란드, 그들의 여름은 아름답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12.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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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Greenland] 


‘얼음의 땅’ 그린란드, 그들의 여름은 아름답다


‘인류의 재앙’과 ‘황금의 땅’ 사이에서 고민하는 외로운




지구 온난화를 반가워하는 곳이 있다. 세계 최북단의 섬 ‘그린란드’다. 온난화가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혜택이면서 기회다. 목축하는 양이 늘었고 재배하는 채소도 다양해졌다.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석유 등 천연자원들의 채굴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우리가 ‘얼음의 땅’으로만 알고 있는 그린란드의 여름은 아름답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특유의 북극문화를 창조하며 살아온 그린란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보다 더 아름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빙하가 녹으면서 생태계가 파괴돼 자연이 황폐해지면 이곳 사람들은 삶의 위협을 느낄 것으로 생각하지만 빙하가 녹는 짧은 여름 한 철, 그린란드에선 나무가 자라고 꿀벌과 모기가 날아다니며 사람들이 농장을 운영하면서 지내고 있다.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까꼬토끄(Qaqortoq)’

그린란드는 전설적인 노르웨이 출신 바이킹 에이릭 토르발드손에 의해서 10세기 무렵 유럽에 알려졌다. 살인죄를 저질러 아이슬란드에서 추방된 그는 985년 추종자 700여 명을 이끌고 이곳으로 이주했다. 그는 이곳에 ‘푸른 땅’이란 의미의 이름을 붙였다. 그린란드의 역사가 시작된 카시우수크 목장은 푸른 풀로 무성하다. 그린란드가 왜 이름처럼 ‘푸른 땅’인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역사가 시작 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커트 크제르 교수는 “그린란드는 지구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다. 남북 길이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까지의 길이와 같을 정도로 광대하지만 85% 이상이 연중 내륙얼음으로 덮여 있어 사람이 거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5만 6000여 인구는 주로 남서부 해안가를 따라 분포한다”고 전했다.

그린란드 남부 반도 끝에 자리 잡은 까꼬토끄(Qaqortoq)는 3,500명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린란드 남부에서 가장 큰 마을이며, 그린란드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곳이다. 이 마을에는 그린란드에서 유일하고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바다표범 가죽공장 ‘그레이트 그린란드’가 자리 잡고 있다. 항구 바로 옆에 있는 까꼬토끄의 공동어시장 역시 그린란드에선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다. 그린란드 남부 해역에서 잡히는 대구와 북극 곤들매기, 바다표범, 밍크고래 고기 등이 당일 이 어시장으로 운송돼 손님들을 기다린다. 어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검게 변한 삶은 바다표범 고기. 바다표범 고기는 그린란드 사람들에겐 간식 같은 음식이다. 삶지 않고 날 것 그대로 진열된 바다표범 고기도 인기 메뉴 가운데 하나다.

그린란드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개썰매다. 하지만 여름철 그린란드에서는 개썰매를 볼 수 없다. 그러나 단 한 곳, 께꺼타수아끄(Qeqertarsuaq)에 있는 해발 800미터의 링마크 빙하 위에선 예외다. 푸석푸석한 눈 위에서도 개들은 열심히 썰매를 끌고 달린다. 느려 보이지만 겨울철 얼음이 단단할 때는 하루에 25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는 개썰매. 점차 문명이 발달한다고 해도 그린란드에서 개썰매를 대체할 수 있는 이동수단은 찾기 어렵다.



다양한 야생동물 서식지 그린란드

북극에 서식하는 육상 포유류는 모두 20여 종이다. 그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사향소는 북극곰과 더불어 그린란드의 육상 포유류를 대표한다. 온몸이 5∼7센티미터의 두꺼운 털로 덮여 있고, 다시 60센티미터나 되는 긴 털이 외투처럼 그 위를 덮어 추위를 막아준다. 심지어 코끝도 털로 덮여 있다. 번식기에는 수컷의 눈물샘에서 강한 사향 냄새가 나는데 때로는 100미터 밖까지 냄새가 퍼져 사향소로 불리게 됐다고. 사향소는 그린란드에서 주요한 사냥감이다. 늦여름이 되면 많은 사냥꾼이 오락 삼아 또는 식용으로 사용하려고 소총을 어깨에 메고 야생으로 뛰어든다. 사향소는 천적이 없는 탓에 숫자가 놀랄만한 속도로 증가해서 최근에는 사냥에 제한이 없어졌다. 사향소의 갈비와 다리 살은 그린란드에선 인기 있는 메뉴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절벽 아파르수잇(Apparsuit). 700미터 높이로 바다 위에 우뚝 서 있는 이 절벽은 그린란드 새들의 천국이다. 그린란드엔 50종의 텃새와 150종의 겨울 철새들이 드나든다. 그린란드 북부 마을 께꺼타끄(Qeqertaq)에 사는 주민들의 취미이자 생계수단은 바로 새알 줍기이다. 그들은 매일 마을 주변에 있는 새 서식지를 돌면서 새알을 주워 생활한다. 새 서식지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어느새 바구니엔 여러 종류의 새알들로 가득 찬다. 주민들이 사는 집 주변에는 수만 마리의 텃새들이 서식하고 있어 1년 내내 새알은 늘 구할 수 있는 식량거리가 된다. 새알 줍기는 그린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생존법 가운데 하나이다. 비록 에스키모는 사라지고 삶의 방식도 현대화됐지만 그린란드 사람들은 그들이 남긴 전통을 계승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그린란드의 독립

지구 온난화는 현재 그린란드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과 기회를 주는 게 사실이다. 양 목축이 늘어나고 다양한 채소재배가 가능해졌으며 나무가 자라고 있다.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그린란드에 매장됐던 막대한 양의 석유와 다이아몬드, 구리, 아연, 니켈 등 천연자원에 대한 채굴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 또한 그린란드 연안은 아시아, 북아메리카, 유럽대륙을 연결하는 새로운 항로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린란드는 1721년 덴마크의 식민지가 됐다. 1979년 자치권을 얻었지만 외교와 국방은 덴마크가 맡아왔다. 맥주부터 화장실용 휴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덴마크에서 수입한다. 덴마크로부터 받는 직접 보조금도 한 해에 약 4억 유로(약 62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의 지구온난화가 그린란드에 독립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그린란드의 영토는 독일의 6배에 이르지만 영토의 85%는 얼음으로 덮여 있다. 세계는 이 얼음이 녹을까 걱정이지만 그린란드인에게 이는 오히려 덴마크와 정치적 흥정을 할 수 있는 자산으로 꼽힌다. 그린란드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분석되지만 만년빙 아래에 있어 지금까지는 채굴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특히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동부지역에 대부분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 인구 5만7000명에 어업으로 먹고살아온 가난한 그린란드는 석유와 가스를 개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덴마크 등 외국의 투자가 필요하다. 2008년 3월 덴마크·그린란드 합동위원회는 석유와 가스 채굴로부터 나오는 수입을 양국이 어떻게 분배할지에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석유와 가스 개발로 얻은 수입은 한 해 1억 유로까지 그린란드가 일단 가져간다. 수입이 1억 유로를 넘으면 그 액수에 비례해 덴마크의 보조금을 삭감한다. 수입이 8억 유로가 넘을 경우 덴마크는 보조금을 완전히 중단하고 그린란드가 독립하게 된다. 이때부터 수입이 늘어나는 데 비례해 덴마크가 투자수익을 챙긴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의 이유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증가 때문인지, 아니면 정기적인 기후변화의 패턴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린란드에 사는 주민들은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0년 전 그린란드에 정착했던 바이킹들은 그린란드에서 곡식을 재배하고 가축을 키웠다. 400년 후 그들은 소빙하기를 맞아 그린란드를 떠났고 다시 1850년부터 100년간 그린란드의 기후는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 후 35년간 냉각기를 거쳐 최근 더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후변화가 오랫동안 얼음의 땅으로 버려졌던 그린란드를 황금의 땅으로 바꿀지, 아니면 인류의 재앙이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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