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하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하라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6.27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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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기다리지 말고 만들어 가는 노력 필요”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Dangerous Korea Ⅲ] 한반도의 미래

 

박근혜 정부의 대표 브랜드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제대로 가동해보지도 못한 채 기로에 섰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신뢰’와 ‘균형’을 키워드로 ‘신뢰’는 남북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금강산관광 문제나 5.24조치 등 이명박 정부가 남긴 유산을 해결, ‘균형’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모두에서 장점을 취하겠다는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촉발된 한반도의 위기는 취임 후인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그리고 3월 내내 이어진 북한과 미국 사이 ‘군사력 시위’를 거치며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직접적인 유탄을 맞은 것은 바로 개성공단이다. 지난 3일 우리 인원의 전원 철수 후 현재까지 개성공단은 잠정폐쇄 상태에 돌입했다.

 

기로에 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남북 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6.15-10.4선언 존중을 전제로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했으나, 남북관계의 해빙 움직임은 전혀 없는 상태다. 개성공단의 암담한 상황도 문제지만, 애초 ‘신뢰 프로세스’의 주창자인 박 대통령의 대북 발언도 갈수록 격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북 억지에 기초하되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의지에 초점을 두고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의 변화가 먼저’라고 압박하는 발언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당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북한의 핵을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이 저렇게 도발하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상은 앞으로 있을 수 없으며, 도발을 하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서 “북한이 올바른 길을 택하면 지원도 하고 협력해 공동번영의 길로 나가도록 최대한 힘을 쓰겠다”고 덧붙이긴 했으나 ‘압박’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지난 5월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만찬에서는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무책임한 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틀을 마련하기 전에는 개성공단을 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도 말한 바 있으며, 22일 재외공관장과 국정운영방향 공유하는 자리에서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이 보상으로 이어지는 잘못된 악순환이 반복돼 왔지만 이제는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더 이상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두고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자체가 아니라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정책에 어떤 일관성이나 중장기적 목표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우영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흘러가는 방향 자체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지향과 부합하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신뢰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냉정하게 보면 지금 상황은 나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남북관계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지만 개성공단과 관련된 정부의 입장을 보면 일관성 있는 목표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여전히 이명박 시대와 같이 북한을 교육시키고 북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에서 신뢰 프로세스가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주체이자 협력의 대상이라는 이중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며 “북의 도발에 억지력을 발휘했지만 북의 취약계층 지원은 한다는 의미로 결핵약 지원도 허가했고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제의도 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선택으로 남북관계가 아직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지 않아 그런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신뢰 프로세스는 지금도 가동 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北 김정은 특사 방중, 한반도 정세변화 오나

배경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지난 5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정상들은 한·미 동맹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에서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지역과 범세계적 문제까지 함께 협력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한다는데 합의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6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고, 공감대를 토대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미의 주제는 주로 미국과의 안보 동맹관계는 더욱 공고히 하고 외교∙경제적 협력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의견이 맞춰졌으며,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포괄적 전략동맹을 확고히 하는데 초점이 있었다. 양 정상이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한·미동맹 60주년 기념공동선언을 채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 낸 것은 큰 수확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4년을 함께 할 두 나라 행정부 간에 정책 협력의 수준과 내용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이번 방미의 성과를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를 토대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을 열어 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즉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대상에 북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자발적으로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대북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향후 북한의 도발이 발생할 시에는 양국이 공고한 동맹관계 위에서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은 주목할 만한하다. 이는 곧 양국이 한반도내의 평화와 안정 및 평화통일을 위해 힘을 모으면서 한반도 를 둘러싼 안보정세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보고 대화분위기 조성하는 노력절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회복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중장기적으로 보고 대화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교수는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남북관계를 대화 분위기 속에서 바라보는 부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도 “박근혜 정부는 진정성 없는 대화제의 보다 한반도 프로세스 내용을 조속히 공개하고 역대 정부들이 북한과 합의했던 사항들은 준수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체결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고위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하는 한편, 당면한 개성공단 해결을 위한 실무회담도 함께 제안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하려면 먼저 불신을 해소하고, 북핵해결과 평화를 제도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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