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Oganic)에서 로가닉(Rawganic)으로
오가닉(Oganic)에서 로가닉(Rawganic)으로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01.28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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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나만을 위한 먹을거리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Rawganic] 날 것의 가치

 

 

로가닉 제품들은 천연 성분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이는 희소성을 띄고 있어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더욱 매력적이다. 강남에 거주하는 정지영(33·여) 씨는 식료품을 살려고 찾은 상점에서 히말라야 산 생수를 집어 들었다. 다른 물과는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났지만 이제는 이 물이 아니면 마시지 못하겠다는 정 씨는 로가닉에 빠졌다. 남들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로가닉은 유기농을 넘어 새로운 먹을거리 시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천연그대로의 매력, 로가닉

산업이 고도화 되고 무엇보다 건강에 관한 관심과 열풍이 증가하고 있다. 어떤 제품이든지 유기농, 친환경, 웰빙, 로하스 등의 단어를 붙이지 않는 한 대부분의 소비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때문에 건강을 챙기자는 친환경 유기농인 단순 오가닉(Organic)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연에서 구한 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생겨났다. 제품마다 건강에 좋다는 의미를 부여해야만 소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웰빙 시대를 지나 정제된 천연 재료를 찾아다니는 오가닉 시대가 찾아오더니, 이제는 그보다 더 나아가 로가닉 시대가 도래했다. 로가닉(Rawganic)은 ‘천연상태의 날 것’을 의미하는 ‘Raw’와 ‘천연 그대로의 유기농’을 의미하는 ‘Organic’의 합성어로 자연에서 재배한 식자재를 가공하지 않고 천연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로가닉은 세 가지의 핵심적인 가치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는 날 것 상태인 천연 그대로의 성분을 사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희소성이며, 셋째는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영국의 ‘레스토랑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1위는 코펜하겐에 있는 12개 정도의 테이블을 가진 ‘노마’라는 조그마한 식당이다. 규모가 작은 이 식당이 영예의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채집음식’을 추구하는 ‘노마’만의 독특한 철학을 들었다. ‘채집음식’은 재배한 식물이 아닌 야생에서 자란 음식재료를 줍거나 캐거나 따서 만든 음식을 말한다. 가공식품 영역에서는 로가닉이 감화전략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감화전략이란 식품에 함유된 불필요한 요소들을 줄여나감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스토리와 희소성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로가닉은 ‘먹을거리’ 시장에서 그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가닉 제품의 가치요소인 희소성은 사향 고양이가 커피열매를 먹고 배설한 배설물만을 채집한 커피 ‘루왁’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명 ‘고양이 똥’ 커피로도 불리는 커피 루왁은 인도네시아의 긴 꼬리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건져 낸 커피다. 사향 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게 되면 커피 열매는 소화가 되고 소화되지 않은 커피 알은 배설되는데 소화 과정에서 침과 위액 등의 섞여 소화기관을 지나면서 발효과정을 거쳐 독특한 맛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맛도 맛이지만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양이 500~700kg에 불과할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다. 루왁을 즐겨 마신다는 서울에 거주하는 심나영(28·여)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커피가 아니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희소성이 소비자들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을 위한이라는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들도 로가닉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히말라야 스프링워터라는 국내 생수 회사가 선보인 ‘히말라야 온탑’은 히말라야 빙하를 뚫고 파낸 물이다. 히말라야 국립공원 내 해발 3,000미터 지하 암반에서 취수해서 2,000미터 지역의 청정공정에서 생산된다. 사람들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날 것 중의 날 것인 셈이다. 히말라야 빙하수로 커피를 타 먹으면 커피 맛까지 달라질 정도라고 소비자들은 엄지를 치켜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로가닉 열풍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로가닉에 대한 관심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히말라야 스프링워터 김계진 대표는 “히말라야 온탑이 홍콩과 아랍에미리트에 수출이 확정됐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전역에 불고 있는 로가닉 열풍에 대해 전했다.

천연이면서 날것이라고 해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진정한 로가닉이 아니다. 때문에 로가닉에는 희귀성이 있어야 하며 더불어 스토리가 있어야한다.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얻은 커피 루왁, 히말라야 산에서 퍼온 생수가 스토리가 없을 리 만무하다. 때문에 로가닉 제품들은 그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로가닉이 가진 고유의 스토리로 인해 소비자들의 인식에 더 각인이 되고 있다.

 

고가에도 불구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매력

로가닉의 트렌드화를 예상한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로가닉은 구하기 힘들수록 가치가 있고, 천연 그대로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며, 뼛속까지 신선하고 깨끗한 방식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라며 “인공적인 완벽함을 추구했던 현대인들의 원시적 욕망이 문화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한다. 앞서 설명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는 2년 연속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뽑혔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분재 소나무를 접시에 담은 듯 한 핀란드 실버 이끼 샐러드, 산자나무 껍질과 장미 꽃잎 요리, 소나무 진액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등 야생에서 채집한 재료들이 테이블 위에 오른다. 신선함을 위해 요리사가 직접 텃밭을 가꾸는 건 기본이다. 소를 맡겨 기르는 ‘카우텔(Cowtel)’도 존재한다. 어떤 사료를 먹일 지부터 잡고 운반하는 일까지 요리사가 관리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방랑식객’ 임지호의 ‘산당’도 그렇다. 양평과 청담동의 이 자연요리 식당은 산초장아찌를 곁들인 생선회, 낙엽튀김 같은 조미와 가공을 최소화한 자연 음식을 선보인다. 마당의 버찌를 따다 빚은 분홍빛 수제비며 울릉도 산자락의 식물을 이용한 삼나물 초밥 등 몇 년 전 다큐멘터리를 통해 먼저 만난 아름다운 음식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일반 한식보다 다소 높은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고야 만다.

문성희 자연요리 연구가는 우리 땅에서 잘 자라는 ‘코리안 허브’와 약초로 인공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자연요리를 창조한다. “가장 맛있는 요리는 본래의 생명력과 색깔, 모양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먹는 것”이라는 문성희는 일찌감치 그러한 음식들을 찾아 마트 대신 산으로 갔다. 민들레·질경이·달개비 따위의 들풀로 만든 산야초 효소가 양념이 되고, 오가피·감초·구기자·칡뿌리 등을 재료로 한 약초물이 국물이 된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꽤 정성이 필요하다. 먼저 햇볕에 말린 산야초를 항아리에 넣고, 사탕수수를 농축시킨 원당으로 만든 뜨거운 시럽을 항아리에 부은 다음 6개월간 숙성시켜야 한다. 요즘은 충북 괴산의 생태 공동체 ‘미루마을’에서 생활하며 ‘평화가 깃든 밥상’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의식 있는 예술가들과 농민 운동가, 농부들이 모여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괴산은 이제 우리나라 ‘유기농의 메카’라 해도 손색없다.

쌈지와 흙살림이 공동 운영하는 ‘농부로부터’는 한국판 ‘딘 앤 델루카’다. 소호의 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한 고급 식료품 가게인 딘 앤 델루카가 세계 각지에 흩어진, 일반에겐 희귀한 전통 식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면, ‘농부로 부터’는 우리나라 곳곳의 숨은 장인들을 찾아 그들이 만든 장과 소금, 토종 농산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딘 앤 델루카’에 ‘사라베스’잼이 있다면, 그에 대응해 ‘농부로부터’에는 옹기뜸골의 토종 장이 있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유명해진 ‘사라베스’는 원래 스토브로 직접 끓여 만든 잼이 입소문을 타며 1981년 문을 열게 된 빵집이다. 경남 거창군의 된장 명가 ‘옹기뜸골’은 유기농 재배한 우리 콩에 천일염을 녹여 만든 융융 소금, 이슬수만을 사용한다. 그 외에도 ‘농부로부터’에서는 전국 각지의 농사의 달인들이 보내온 특산품들이 한자리에서 판매된다.

‘농부로부터’는 기존의 친환경 매장들과 달리, 쉽게 만나기 힘든 토종 곡물과 토종 씨앗을 판매도 병행하면서 고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유기농 토종 백미와 현미는 물론 시골에서 볶아 먹던 아주까리 콩도 있고 생소한 선비잡이콩도 있다. 껍질 모양이 선비의 갓을 닮은 이 콩엔 또 다른 전설이 있다. 옛날에 한 선비가 주막에서 이 콩이 들어간 밥을 먹었는데 그 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선비를 잡고 놔주질 않더라는 전설은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른바 자연농법으로 소량 생산되는 토종제품이야말로 로가닉의 기본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본질에 충실한 로가닉, 차별화된 스토리가 있다

로가닉 열풍을 단순히 건강에 대한 관심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하다. 그 바탕에는 인간의 깊은 욕망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김난도 교수는 “이념과 세대를 초월해서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나섰던 그런 염원을 현대인들이 꿈꾸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늙기도 싫고 죽기는 더 싫어서 불로초를 찾아 헤매도록 했던 인간의 욕망이 ‘로가닉’ 제품들을 찾아 해매고 있다는 얘기다. 로가닉 제품의 관건은 무엇보다 본질적 기능에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홍보나 마케팅과 같은 비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 제품의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본질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로가닉의 가치를 스토리텔링화 하기 위해서는 오가닉과 로가닉의 차이점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스토리텔링 전문 기업인 풍류일가의 김우정 대표는 “로가닉제품은 신뢰가 중요합니다. 일반국민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라며 “그래서 익숙한 이야기를 제품에 접목해 로가닉 제품들이 스토리텔링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어떤 희귀자원의 원료에서 추출됐는지, 그 자원의 효능은 어떤 것인지, 채집과정은 어떤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상품으로 탄생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스토리로 소비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소비자들이 상품 가치에 만족한다면 높은 가격은 구매 시 장애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고조될수록, 스토리에 목마를수록, 천연의 날것을 추구하는 고가의 로가닉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점점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로가닉은 제품의 생산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천연물은 ‘날 것’ 상태로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분리되어 공기와 만나면 빠르게 산화되거나 빛에 의해 열화가 진행된다. 원료가 쉽게 변질되고, 제품의 수명도 짧다. 천연물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제품마다 효능이 달라 표준화도 어렵다. 원료의 재배지나 수령, 채취 부위 등에 따라서도 성분 차이가 있다. 때문에 로가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생물공학과 나노바이오기술의 발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로가닉 시대의 도래는 블루오션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로가닉으로 향하는 소비시장의 변화가 ‘화학에서 농업으로’ 산업의 큰 흐름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맞춰 고부가가치 로가닉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발 빠른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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