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부문화 전문가 재능기부, ‘프로보노(Pro bono)’
새로운 기부문화 전문가 재능기부, ‘프로보노(Pro bono)’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01.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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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나눔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 필요
[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Pro bono

 

‘프로보노(Pro bono)’

 

 

세계적으로 사회공헌이 화두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는 게 최고 가치였지만 이제 기업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사회는 기업이 이윤 추구는 물론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길 바란다. 최근 그런 점에서 ‘프로보노(Pro bono)’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에 환원할수록 기업 이미지는 좋아질 것이고 앞으로 사회공헌이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프로보노를 통해 어떤 사회적 공헌을 할 것인지 주목을 끌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기부 ‘프로보노(Pro bono)’

프로보노(Pro bono)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줄임말이다. 원래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데, 프로보노(Pro bono)는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에서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원봉사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무보수로 변론이나 자문을 해 주는 봉사활동이라는 뜻으로 미국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제공하는 법률서비스를 뜻하는 말이다. 미국 변호사협회는 1993년부터 모든 변호사에게 연간 50시간 이상을 공익활동에 봉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50인 이상의 변호사들이 일하는 대형 로펌은 연간 비용 청구시간의 3~5%(연간 약 60~100시간)에 해당되는 시간을 공익활동에 투여할 것을 요구하며 더욱 엄격한 프로보노 활동을 권장한다. 이는 1989년 미국 변호사협회 산하의 ‘프로보노 및 공익활동위원회’가 만든 ‘로펌 프로보노 챌린지(Law Firm Pro Bono Challenge)’라는 프로젝트로부터 비롯되었다.

대한변호사협회 신영무 회장은 “로펌은 개인변호사와는 달리 고객의 대부분이 기업이어서 사회적 약자를 만날 기회가 적다는 이유로 더욱 조직적이고 엄격한 공익활동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미국 변호사협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프로보노 활동 순위는 로펌의 명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순위가 높은 로펌일수록 사회적 인식도 좋아져 더 많은 사건을 수임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2001년 7월 변호사법을 개정하면서 변호사들이 연간 일정시간 이상의 의무적인 공익활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변호사들의 법률서비스를 통한 공익활동을 의미했던 프로보노는 현재 의료·교육·경영·노무·세무·전문기술·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지식과 기술을 이용하여 벌이는 봉사활동이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프로보노(Pro bono)’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상반기 기업호감지수(CFI)’에 따르면 기업과 기업 사회공헌의 진정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특히 ‘공익사업, 문화사업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본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아니다(35.8%)’, ‘반반이다(45.9%)’라는 응답자가 전체 2028명의 81.7%를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경제 기여’, ‘사회 공헌 활동’ 부문에서 평가가 낮았다. 특히 기업호감도가 50점대 초반에서 정체되고 있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획기적인 사회적 공헌 같은 가시적인 계기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업 사회공헌 컨설팅 라임글로브 최혁준 대표는 “기존 프로그램과 연계해 기업 사회공헌의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지금은 방법론의 개선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지금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더 얹으면 된다. 동호회를 많이 활용하고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을 필요한 곳에 나누면 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연수원 이상진 교수는 “자원봉사는 기업의 전략적 요충지다. 지역 사회와 다이렉트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어떤 기업은 임직원의 90%가 연평균 16시간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매년 5억원 이상의 자원봉사단 운영비용을 지출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대중적인 지지도를 못 받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원봉사에 대한 효율성에 대해 고민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김태영 교수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기업은 많이 지쳐있다. 기업이 자원봉사를 활발하게 시작한 지 8년이 넘었는데도 수혜자가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채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각 기업엔 의무봉사시간이 있다면서 똑같은 곳에 10년, 20년 봉사하는 대신 이제는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나 김장봉사, 연탄배달 등은 눈에 보이는 기부도 필요하지만 20~30% 정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능기부 등 전문봉사를 위주로 한 ‘프로노보’쪽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자원봉사에 올인하는 것은 기업의 특성에 맞지 않지만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서라면 지금은 전문화가 필요하다. 아마추어 봉사자들의 정기적인 자원봉사처를 발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주로 1회성, 전시성 자원봉사에 동원되다 보니 내부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프로보노’가 그 대안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제는 단순 자원봉사 활동을 혁명적으로 바꿔 전문봉사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사회공헌 컨설팅 라임글로브 최혁준 대표는 “꼭 자격증이 없어도 재능이 있어 봉사한다면 역시 공익을 위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과거에는 ‘내가 축구 잘해서 보육원 가서 축구하고 왔다’고 하면 프로보노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로보노는 적어도 의사나 변호사처럼 ‘사’자 붙은 사람이 값비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현재 점차 그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기업이 어떻게 프로보노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한 사람 한사람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기업 전체의 리소스를 한데 모아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컨설팅 회사면 대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넓게 보면 이 자체가 전문 봉사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시행하고 있나

지난 2008년 11월부터 사회적기업에 대한 자원봉사를 시범적으로 운영해온 SK는 기존 ‘사회적기업 컨설팅 봉사단’을 발전시켜 2009년 9월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SK프로보노 자원봉사단’을 발족했다. 현재 총 18개 관계사의 임직원 200여명이 사회적기업에 법률상담, 재무교육, 홈페이지 제작, 마케팅, 홍보 등의 각종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68곳의 사회적기업을 도왔다. 김신배 SK자원봉사단장은 “SK프로보노는 기업 사회공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면서 매년, 질적‧양적으로 보다 향상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임원들로 구성된 동반성장지원단은 지난해 9월 29일 광양초남공단에 있는 대동중공업㈜을 방문해 동반성장을 위한 프로보노(Pro Bono) 활동을 벌였다. 대동중공업은 철강제조설비와 중공업에 필요한 산업기계 및 각종 부분설비를 제작 납품하는 포스코 공급사 중 하나인데 포스코 광양제철소 김준식 소장을 비롯한 임직원 6명이 프로보노(Pro Bono) 활동에 참여해 자신들의 공급사에 ‘재능기부’를 한 것이다. 김준식 소장은 “회사 경영에 있어 전문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동반성장지원단은 대동중공업의 혁신활동추진을 돕기 위해 사전진단을 실시하고, 변화관리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대동중공업 직원들의 혁신마인드가 강한만큼 꾸준히 노력한다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창조적 혁신활동을 추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이번 프로보노 활동이 포스코에도 상당히 의미있는 활동이었다고 전했다. 동반성장지원단의 방문을 받은 대동중공업 김철헌 대표도 “품질관리의 기본이 되는 쾌적하고 일하기 편한 생산현장을 만들어 직원과 고객사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기술개발 및 연구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히며 새로운 형태의 재능기부에 대해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이스트소프트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IT업계 ‘재능나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스트소프트는 2011년부터 ‘IT재능나눔’의 일환으로 본 프로젝트를 시작, 사회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컴퓨터교실에 본격적으로 알약이나 알집 등 소프트웨어를 기증해 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품SW를 구매하기 어려운 비영리 기관인 사회 복지단체, NGO 단체 뿐 아니라 재활용PC를 해외 저개발국가에 기증하는 사회적 기업에서도 프로젝트 신청을 받아 이스트소프트가 직접 재능기부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지난 1년 간 알툴즈, 알약을 약 3만 카피를 기증했으며, 판매 금액으로 환산 시 3억 7천만원에 해당한다. 이스트소프트 김장중 대표는 “우리의 작은 나눔이 사회공헌 일선 현장에 계신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꾸준한 재능기부 나눔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는 이미 프로보노 봉사를 희망하는 수가 봉사를 필요로 하는 수혜자의 수보다 많다. 임직원들의 개인별‧부서별 특징을 고려해 기업 안팎에서 성공적인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영컨설팅 전문업체 딜로이트(Deloitte)는 임직원들의 컨설팅 능력을 활용해 모금 운영 관련 자문, 유엔개발계획(UNDP) 지원 활동을 진행했다.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신준섭 교수는 “미국 기업들의 프로노보의 특징은 일방 자원 봉사와 달리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프로보노 전담팀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문 봉사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신념이 강해 프로보노와 수혜자의 갈등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우리 기업들도 프로노보 봉하활동을 구체화 하려면 ‘프로보노 매니저’를 육성해 지속적인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프로보노(Pro bono)’ 활성화를 위한 노력

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강화하고, 나눔문화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나눔기본법’ 제정안을 마련, 2012년 12월18일부터 2013년 1월28일까지 41일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재능나눔, 생명나눔 등 다양한 형태의 나눔문화 확산을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생활속의 나눔문화가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전문가 재능기부 ‘프로보노’이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최근 정부에서 여러 가지 사회복지, 봉사, 나눔에 대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프로보노에 상당히 큰 관심을 갖고 기업을 상대로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기업의 프로노보 도입에 관해 각계 전문가 및 관련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포로보노 활성화를 위하여 기업은 물론 관련부처 및 관련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생활속의 나눔문화로 정책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기부문화인 ‘프로보노(Pro bono)’가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기부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이 ‘나눔’의 소중함을 알고 또 다른 나눔의 실천을 위해 노력할 때, 실천하는 기업도 받아들이는 대상도 ‘나눔의 지속’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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