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팬덤화
정치의 팬덤화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3.12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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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정치의 팬덤화

아이돌 문화가 스며든 정치

 

정치인 위한 생일 축하 광고까지 등장하다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생일 축하용 지하철 광고는 흔한 일이다. 이용자가 많은 전철역에 가면 벽면 혹은 전광판에 게재된 아이돌 생일 축하 광고를 볼 수 있다. 지난 1월 24일, 생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지하철 광고가 송출되며 아이돌 팬덤 문화가 정치계로 파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의 팬덤화’, 현상을 두고 사람들은 다양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생일 축하 광고를 둘러싼 왈가왈부
 

20·30세대라면 청소년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팬덤 문화를 접해봤을 것이다. ‘팬덤’이란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하여 그 속에 빠져드는 사람을 말한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국한되어 있던 팬덤 문화가 지금은 정치계로 파급되고 있다. 정치인 최초로 생일 축하 광고가 게재된 이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1953년 1월 24일 대한민국에 달이 뜬 날. 6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광고를 10개의 지하철역, 조선일보 옥외광고판, 뉴욕의 타임스퀘어 등에 송출했다. 기획 주체는 30~40대 여성 지지자들로 모두 사비를 들여 광고 게재를 진행했다. 광고를 접한 사람들은 긍정과 부정 두 가지로 반응을 내보였다. ‘신선하다’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치인이 아이돌도 아니고 과하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여의도역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남성은 대통령의 생일까지 알아야 하냐며, 지하철역에서 보이는 생일 축하 광고가 불편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단순한 지지를 넘어서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지속한다면 한국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라며 현재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전 지사 역시 이 같은 현상을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옥 보내놓고, 자신의 생일 축하 영상을 서울 시내에 떠돌게 하는 게 말이 되냐? 이런 맹목적인 찬양이 김일성 주체사상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불편함을 나타냈다.
 

서울교통공사는 광고가 나간 지 하루 만에 2천 건이 넘는 민원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편하다는 앞선 의견과는 다르게 이 중 95%가 광고게재를 칭찬하는 민원이었다고 한다. 고속터미널역으로 출퇴근하는 한 30대 여성은 “대통령의 생일 축하 광고를 지하철역에서 보니 신선했다. 단순한 광고일 뿐인데, 마치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을 우상화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시각이 이상하다”라며 “정치의 팬덤화 현상이 정치불신, 정치혐오를 하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불러온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안호림 인천대 교수 역시 YTN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팬덤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얘기했다. 그는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밝히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합니다. 이번 생일 축하 광고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했고, 정치에 참여하는 이들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방식의 정치문화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치의 팬덤화가 가져온 명과 암
 

정치의 팬덤화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유세장마다 버스를 전세해 쫓아다닌 지지자들이 있었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각 정치인의 팬덤으로 유명하다. 
 

외국에서도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아이돌만큼 인기를 누렸는가 하면, 지지하는 정치인의 옷, 액세사리를 따라 하는 지지자들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어떤 정치인의 팬덤이 문제라고 평가하기보다 과거부터 존재했던 정치인 팬덤 문화의 긍정과 부정의 효과를 잘 따져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팬덤 문화의 부정 효과로는 맹목적성, 배타성이 대표적이다. 정치의 팬덤화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이들은 이 효과를 근거로 삼아 정치인을 신격화할 우려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의 우려대로 박사모의 과격한 집회나 문재인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같은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가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는 앞장서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주체성을 쌓아가는 지지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정치의 팬덤화는 맹목적 지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를 가져왔다. 주요 매체에서는 생일 축하 광고에 사용된 비용을 따지고, ‘그럴 돈 있으면, 차라리 기부를 해라’라는 여론을 전하기도 한다. 실제 지지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공약실천을 위해 장애아동 치료비와 치매 노인 간병비 지원 기부금을 모금해 1억 원을 기부하는가 하면, 생일 축하 광고로 모금된 돈을 기부하고, 사비로 광고를 게재했다.
 

맹목적인 팬덤보다는 개인의 정체성에 맞게 합리적으로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주고 있는 정치의 팬덤화. 정치계에서는 이런 형상을 바라보면 바람직하거나 혹은 단단한 팬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치인과 시민이 함께 나아가야 할 길​
 

정치계에서는 시민과 가장 소통하기 쉬운 SNS를 활용해 자신의 팬덤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자신의 반려묘 ‘이오비’ 사진을 한 줄 논평과 올리며 인기를 얻는가 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하루에 한두 번 자기 생각을 페이스북에 올려 인기를 얻었다. 
 

진보와 보수할 것 없이 다양한 정치인들이 SNS를 통해 입장 발표는 기본으로 자신의 일상생활을 알리며, 사람들과 소통해 나가고 있으며, 정치인 팬 역시 팬 계정 SNS를 만들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이미지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바라본다면 정치의 팬덤화는 이제 더는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이 아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위해 활동하고, 자신의 지지자를 만들거나, 이미 있는 지지자들을 챙겨주며 정치의 팬덤화는 바람직하게 변화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팬덤의 힘이 점점 커짐으로 인해 시민과 소통하려는 정치인이 늘어남에 따라 정치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두의 리그가 될 수 있도록 변화해 간다는 것이다. 
 

평소 SNS를 자주 하는 20대 여자 대학생 K 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SNS를 통해 한 정치인을 알게 되면서, 그가 하는 말이 너무도 공감되어 그를 지지하게 되었고, 정치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도 두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도 정치의 팬덤화 현상이 애초에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이들이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의 팬덤화 현상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팬덤화의 가장 큰 단점인 ‘배척’을 지양한 후에 정치인과 시민이 노력한다면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탄생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인은 자신을 돌아보고 시민과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시민은 스스로 지지하는 정치인의 잘못된 점은 냉정히 비판하고, 잘하는 점은 칭찬해줘 훌륭한 정치인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잘못된 문화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행동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성숙한 팬덤 문화가 완성될 것이라는 희망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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