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기술로 그려낼 AI 세상
GPU 기술로 그려낼 AI 세상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03.0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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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COVER STORY] 엔비디아(NVIDIA) 젠슨 황 CEO

GPU 기술로 그려낼 AI 세상

 

가죽 재킷 사나이가 써 내려갈 실리콘밸리 신화

 

 

 

 

 

 

컴퓨터 그래픽 성능을 높이던 GPU가 최근에 인공지능·슈퍼컴퓨터·자율주행차 성능 개선에 쓰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GPU 점유율 70%를 확보한 엔비디아(NVIDIA) 주가가 200% 이상 치솟았다. 회사 설립 25년 만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는 평이다.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제로 마켓’ 때부터 GPU 컴퓨팅과 AI를 연계한 연구를 펼치며 철저한 시장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기술의 지각변동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당찬 행보를 조명해봤다.

 

4차 산업혁명 중심에 선 엔비디아
 

새로운 혁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 2018(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CES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분야는 단연 AI(인공지능) 기술이었다. 이 기술이 다양한 제품에 어떻게 실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고,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 삼성 빅스비와 같은 스마트가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혁신 상품들이 줄지어 소개되며 본격적 AI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이들 중 가장 돋보인 회사는 단연 엔비디아(대표 젠슨 황/NVIDIA)였다.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CES에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이미 일찌감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분야에서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았던 기업이다. 아마존과 구글, 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최근 IT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과 같은 기술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데 엔비디아의 반도체들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CES 2017에서 젠슨 황 CEO는 “어떤 사업에 투자할 때는 꼭 해야 하는 일인지, 독창적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이 기준에 따라 나는 인공지능에 10년 넘게 투자했다. 확장성을 감안할 때 인공지능은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이라며 존재감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의 발언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1년 뒤인 올해, CES 2018에서 자율주행 프로세서인 ‘자비에'(Xavier)를 완전히 공개하며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경쟁에서의 확실한 주도권을 가져갔다. CES 2018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CEO는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주행 경험을 정의하며, 모든 자동차가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다. 해마다 1억 대의 자동차, 수백만 대의 로보택시, 수십만 대의 트럭이 생산될 것이며, 이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을 할 것”이라며 “미래 자동차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의 결정체다. 딥러닝, 컴퓨터 비전, 고성능 컴퓨팅을 고도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자비에가 그 출발점”이라고 밝히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과 같은 기술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데 엔비디아의 반도체들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 NDVIA

 

 

끈기와 용기로 무장
 

엔비디아는 세계 GPU 시장의 70~80%를 과점한 글로벌 기업이다. 칩셋 기술 하나로 시작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으며 차세대 기술로 영역을 확대해왔고, 그 결과 산업의 지형도를 그리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성장해올 수 있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 1993년 젠슨 황 CEO가 그래픽 칩셋을 설계하던 엔지니어인 커티스 프리엠, 전자 기술 전문가였던 크리스 말라초스키와 손을 잡고 설립한 기업으로 여느 벤처기업과 다르지 않은 출발선에서 시작했다. 설립 후 4년 동안 수익을 내지 못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왔다. 그들의 가능성과 비전을 눈여겨본 미국의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과 서터힐 등 벤처투자사들이 약 2,000만 달러를 엔비디아에 투자했다. 이 투자가 지금의 엔비디아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이후 엔비디아는 1995년 9월, ‘NV1’이라는 GPU를 세상에 선보이며 야심차게 도약하고자 했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일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NV1은 당시로써는 3D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2D와 3D, 음성까지 모든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한 장의 카드로 처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지만, ‘기술과 상품성은 좋았지만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지 못했다. 결국, 실패의 쓴잔은 마신 엔비디아는 다행히도 일본 게임 개발사인 SEGA의 지원으로 차기작인 ‘NV2’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 역시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활을 걸고 ‘NV3’의 개발을 시작했다. 이때 현재의 엔비디아 수석 과학자인 컴퓨터 공학 박사 데이비드 커크(David B. Kirk)를 영입하게 된다. 그의 선택은 적중했다. 영입 후 1997년 ‘NV3’를 세상에 선보였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3Dfx, ATI 등과 같은 경쟁사의 제품을 압도하는 성능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은 쉴 새 없이 팔려나갔고, 엔비디아는 그동안의 어려움을 단숨에 떨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NV3의 성공은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NV3 개발을 기점으로 PC 3D 게임이 큰 폭으로 성장했고, 이와 맞물리며 많은 이가 잘 알고 있는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GeForce) 시리즈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또한, 젠슨 황 CEO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목표했던 ‘멀티처리에 특화된 CPU 개발’에 한 걸음 다가섰기 때문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엔비디아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게 된다. 1999년 나스닥 입성을 기점으로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고, 상장 첫 해 GPU 생산 물량은 1,000만 개를 넘어섰다. 이후 3년도 채 되지 않아 칩셋 생산량 1억 개를 달성했다. 세계 GPU 사장의 중심에 선 것이다. 
 

  젠슨 황 CEO는 “실패를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열매를 딸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종종 한다고 한다. 실패에 굴하지 않는 끈기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바탕 된 리더십을 몸소 보여주면서 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래 자동차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의 결정체다. 딥러닝, 컴퓨터 비전, 고성능 컴퓨팅을 고도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자비에가 그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 NDVIA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키워드는 ‘협력’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가죽 재킷 사랑은 유별나다. 가죽 재킷은 그의 상징이자 아내의 사랑이다. 그는 매년 아내가 사주는 가죽 재킷을 입고 1년간 중요한 자리마다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CES 2018에서도 그는 어김없이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자리에서 그는 자비에의 완전 공개는 물론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경쟁에서의 확실한 주도권을 가져갈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더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바로 ‘협력’이라는 키워드다.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택시를 첫 번째 자율주행차의 모델로 꼽았고, 자율주행 택시용 슈퍼컴퓨터인 ‘페가수스’를 공개했다.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세계 1위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Uber)와 협력해 자율주행 택시를 개발하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인 독일의 폭스바겐과 일본의 도요타, 그리고 중국 최대 IT 기업인 바이두, 한국의 SK텔레콤 등 각국을 대표하는 320여 개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차 기술의 고도화와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바이두와 본격적으로 공동 개발을 시작해 중국에서도 자율주행차 개발을 주도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AI는 기존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달리 오작동을 일으킬 경우 사회적 피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패 확률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며 “자비에 개발에만 90억 달러 이상 투자했고,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인 6,000여 명이 투입됐다. 이번 반도체 개발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존재감
 

지난해 미국 경제지 ‘Fortune’이 발표한 올해의 기업인에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구글의 래리 페이지, 스타벅스의 하우드 슐츠 등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다소 생소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대만 출신인 젠슨 황 CEO는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민 초기 시절, 동양인이라는 인종차별 속에서도 학업에 매진했다. 16살에 대학에 진학할 만큼 학업 성적이 뛰어났는데 그만큼 신체 활동에도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탁구 실력은 취미 활동 수준을 넘어섰는데, 15살 때 출전한 미국 전국 탁구대회에서 주니어 복식 부문 3위 올랐던 이력도 갖고 있다. 대학원을 다닐 때 이미 기혼으로 두 명의 자녀까지 있었는데 대부분의 수업을 주말에 비디오 강의로 들으면서도 모든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을 만큼 성적이 뛰어났다고 한다. 
 

  이민 후 환경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리건 주립대(Oregon State University)를 거쳐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취득하며 배움을 이어가던 그는 한 가지 비전을 품고 있었다. 당시 사무용 기계로만 사용되는 PC가 언젠가는 게임과 동영상 등 모든 멀티미디어를 아우르는 기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이다. 그는 이 시장을 주도하고 싶었다. 그의 열망이 바탕 되어 세계 최초의 GPU 전문기업 엔비디아가 탄생하게 됐다. 그렇게 엔비디아를 창업한 그는 학창시절 때도 그랬지만 경영을 함에 있어서도 ‘쉼’을 몰랐다고 한다. 언제나 전력 질주였다. 하지만 사업은 달랐다. 지금의 엔비디아가 있기까지는 수차례의 위기가 있었고, 젠슨 황 CEO는 고비 때마다 날카로운 통찰력과 집중력, 그리고 이민 초기 시절 얻은 악바리 같은 끈질김으로 파고(波高)를 넘으며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현재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을 위한 ‘병렬 GPU 관련 핵심 기술(CUDA)’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와 동반성장할 수 있었고, 기업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덕분에 엔비디아 창업자로서 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한 젠슨 황 CEO는 지난 2016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400명 중 395위에 랭크되며 큰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같은 기업들이 기술 도입을 위해 그를 찾을 만큼 세계 IT 업계에서 무시 못 할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 젠슨 황 CEO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GPU만 집중적으로 개발해온 기업”이라며 “한눈팔지 않고 가장 잘하는 것에만 몰두하다 보니 미래 기술을 선도하고 사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 같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공의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젠슨 황 CEO는 “발명가와 혁신가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실패가 두렵다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패하더라도 빨리 털어내고 다시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세계 GPU 시장의 1위 기업이지만,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First-mover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젠슨 황 CEO.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검은 가죽 재킷의 사나이’가 걸어갈 길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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