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역차별 받는 토종 기업
‘안방’에서 역차별 받는 토종 기업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2.01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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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안방’에서 역차별 받는 토종 기업

 


국내 인터넷 사업자 ‘박탈감’ 심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치열한 경쟁 구도는 동반성장을 이루기도 하지만 반대급부로 각종 논란도 야기시킨다. 특히 조세 회피나 불공정 거래 사회 책임 면탈 등 외국계 ICT 기업의 한국 내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업종 내 국내 기업의 역차별 호소가 커지며 법이나 제도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쟁의 룰’ 요구 목소리 커져

‘역차별 논쟁’은 ‘네이버’와 ‘구글코리아’의 갈등으로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구글이 국내에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구글이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 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 입장을 드러내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공정하게 경쟁하자”며 매출·세금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하며 충돌했다.
 

  사실 네이버가 제기한 역차별 논란은 2006년부터 쌓인 앙금이다. 그동안 구글은 ‘구글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진출을 강화한 시점부터 매출과 세금, 고용 정보를 모두 비공개로 하며 부당한 특혜를 누려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앱마켓 ‘구글플레이’에서 3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구글은 정확한 매출과 세금납부액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스토어에서 국내 이용자가 결제한 금액은 구글 싱가포르법인의 수익으로 집계되기 때문인데,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로 인해 구글이 사실상 앉아서 1조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 입장에서 불이익을 겪었다는 것이 네이버 입장이다. 실제 네이버는 2016년 국내 매출액 2조 5,920억 원 중 2,746억 원을 법인세로 납부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IT 기업들이 통신사 측에 ‘망 사용료’라 부르는 통신망 이용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달리, ‘유튜브’와 같은 구글의 일부 서비스는 국내 통신망을 쓰면서도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역차별 이슈는 비단 주요 포털만의 문제가 아닌, IT 업계 전반에 걸쳐 퍼져나가는 분위기다. 음원업계의 경우 국내 서비스인 ‘멜론’이나 ‘벅스’ 등이 정상가격 기준으로 음원 창작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에 반해, 글로벌 기업인 ‘애플뮤직’은 할인판매가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게임업계에서는 해외 기업은 적용되지 않는 결제한도 규제 등이 대표적인 역차별 규제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 업계 종사자는 “글로벌 IT 기업을 상대로는 공정한 경쟁을 해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국내에서조차 역차별을 받아 애로사항이 많다”며 ‘시장의 룰’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습나선 정부, 공방전 끝낼 수 있을까

국가 간 조세제도 차이를 악용하는 다국적 IT 기업의 횡포는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다.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에 본사를 두고 여러 나라에서 활동 중인 다국적 IT 기업들은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만들어 지적재산권을 이전하고, 원천징수세를 부과하지 않는 또 다른 나라에 세운 자회사까지 엮어 세금을 최소화 하는 일종의 꼼수를 쓰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매출 공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이들 기업이 유럽에서 활동하는 것에 제동을 걸며 압박을 가했고, 애플은 아일랜드에서 17조원에 이르는 추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에 합의했다. 페이스북 역시 그간의 정책을 포기하고 광고 매출을 각국 지사로 분할 계산해 신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전 분야에 만연한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거나 해외사업자 과세를 위한 특별부담금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본격적으로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네이버, 카카오, 구글코리아 등 인터넷 사업자 8곳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어 “인터넷 규제 정책을 둘러싼 최근 논란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며 “사회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인터넷상생발전협의체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규제 ‘강화’가 아닌 ‘완화’를 통한 역차별 해소에 방점이 찍히면서 국내 기업들도 환영의 입장을 표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정부의 규제 개선 의지를 확인했다”며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 역시 인터넷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책무를 다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디지털 강국으로의 재도약이 아닌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 신호 속에서, 생태계 경쟁에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선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우리 안방의 문제를 먼저 개선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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