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Ⅱ]가장 원초적인 회화적 요소
[色Ⅱ]가장 원초적인 회화적 요소
  • 김윤주 기자
  • 승인 2017.11.03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김윤주 기자]

가장 원초적인 회화적 요소


색은 화가의 문체(文體)


 

 


 

 

 

색은 사람이 가장 먼저 인지하는 시각 디자인의 요소다. 색은 빛의 파장을 우리의 눈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구별된다.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색은 단순히 빛과 우리 눈의 물리적 반응의 결과이지만 예술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로 구별된다. 각각의 색이 가진 특징과 느낌은 사회적 언어가 되기도 개인의 표현 수단이 되기도 한다. 색이 가장 순수한 형태로 사람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는 예술, 특히 회화에서 그 역할이 두드러진다.  
 





안료의 발견부터 유화 탄생까지

사람이 태어나 가장 먼저 인지 하는 시각적 요소는 색이다. 인류가 색을 통해 자신만의 미적 활동을 표현하려는 욕구는 역사 유적 곳곳에서 발견된다. 색의 원천인 안료는 원시 시대 초기 식물의 뿌리, 혹은 흙에서 발견됐다. 안료의 역사는 기원전 1만 5,000여 년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증거로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있다. 벽화는 검은색과 붉은색, 흰색과 노란색 안료로 그려졌는데, 미술사학계에서는 이를 목탄이나 붉은 흑, 석회나 뼈 같은 천연 재료를 이용한 것으로 본다. 현재 가장 알려진 회화 기법인 유화가 탄생하기 전까지 고대, 중세 서양회화는 ‘템페라(Tempera)’ 기법으로 발달했다. 템페라는 달걀 노른자, 꿀 등을 용매제로 사용해 안료와 섞은 물감을 말한다. 템페라가 처음 사용된 것은 12세기로 추정되지만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속 그림, 이탈리아 분묘 벽화에서도 상당 부분 템페라가 발견됐다. 템페라는 온도나 습도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빛을 굴절 시키지 않아 맑고 생생한 색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이 기법을 이용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최후의 만찬’이 있다. 이후 15세기, 유화 물감의 발달은 현재까지 우리가 고전명화를 볼 수 있는 이유다. 네덜란드의 화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는 유화물감을 만들었는데,  그는 식물성 불포화지방인 ‘아마유’를 안료와 섞어 사용했다. 유화는 색 표현을 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화가들은 은은하고 빛나는 질감의 색 표현과 더불어 깊이 있는 색감 까지도 구현해 낼 수 있었다. 특히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속 두 인물의 옷 색과 질감 표현은 유화물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색,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담다

각각의 색이 가진 특성은 보편적으로 통용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미술 회화 작품에 이러한 특성이 반영되어왔다. 예를 들어 과거 중세 서양 미술사에서 성모 마리아의 의상은 검은색, 붉은색은 생명, 푸른색은 고귀함으로 색의 이미지가 고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미술에서는 색의 상징성이 통념적으로 적용되기보다 작가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근‧현대 화가들은 특정한 색을 통해 그들의 세계관을 나타내기도 했다. 색이 곧 화가의 아이덴티티가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있다. 그는 ‘노란색의 화가’로 불리며 노란색을 통해 타들어가는 해바라기와 빛나는 별, 아를르의 밀밭 등을 동시에 표현했다. 양산대학교 아동미술복지보육과 서은주 교수는 “반 고흐의 노란색은 뜨거운 여름, 해바라기, 밀을 표현한 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란색은 또한 삶의 추수기를 표현한 것이며 금빛으로 빛나는 추수하는 사람의 형태에서는 죽음을 표현하고 있는데, 검은색의 죽음이 아닌 풍요로운 추수기의 황금색으로 나타나는 죽음을 그렸다. 광기와 약함과 병과 죽음에 근접하고 있는 것을 표현한 부정적인 색이다”며 “동시에 노랑으로 표현되는 에너지는 고흐 자신의 삶을 유지하게 한 창조적 힘을 의미하는 빛 에너지를 표현한 것이다”고 말했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은 초록색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대표 작품인 ‘나와 마을’과 ‘도시 위에서’의 초록색 인물은 샤갈 자신을 의미한다. 러시아 태생이며 동시에 유대인이었던 그는 민족 핍박을 피해 일생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살았다. 평생 조국을 그리워했던 샤갈에게 녹색은 자신의 고향인 러시아의 농원을 떠올려주는 색이었고, 샤갈이 ‘나와 마을’에서 우측의 자신을 상징하는 인물을 녹색으로 처리한 것은 이 때문이다. 
 

  현대미술에서 색은 회화를 구성하는 주체로 나온다. 특히 현대 추상미술은 색과 선, 면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전달한다. 이러한 색면회화(Color-Field Abstract)의 중심에 있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는 캔버스위에 깊고 짙은 색으로만 면을 구성하는 단순한 회화로 현대 추상주의의 한 획을 그었다. 그의 작품 구도는 기본적인 색채, 색조, 색면의 대치구도로 집약된다. 그의 작품은 거대하고 모호한 색면으로 구성됐는데, 감상자에게 절망부터 환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마크 로스코는 “나는 추상주의 화가가 아니다. 나는 그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색은 사람의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요소다. 인류의 예술 활동에서 색이 끊임없는 연구 대상이 된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