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서점···잊혀져가는 아날로그시대, 동네서점의 변신은 무죄
문닫는 서점···잊혀져가는 아날로그시대, 동네서점의 변신은 무죄
  • 김동영 기자
  • 승인 2012.08.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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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동네 서점들의 ‘고군분투’
[이슈메이커=김동영 기자]

소비자들이 전자서적이나 온라인으로 서적을 구매하면서 서점들이 자리를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두 번째로 큰 서점 ‘보더스’가 지난해 파산한 데 이어, 1위 업체인 ‘반즈앤노블’ 맨해튼점이 폐점하는 등 오프라인 서점의 몰락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동네 서점은 만남이 있고, 추억이 있고, 미래가 있다. 현재 세월이 변해 서점의 모습도 변했다. 만남도, 추억도 생략되어지는 디지털 시대, 서점이라고 다를 리 없다. 젊은 날의 열정으로 행복했던 그 때 그 시절, 동네 서점은 그때의 그 영광을 다시 꿈꾼다.

 

 

온라인 서점‧전자책 부흥, 동네 서점 쇠퇴 부추겨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도서를 구매한다. 그 비중은 2002년 9.7%에서 2011년엔 무려 39%로 늘었다. 특히, 전자책 시장도 함께 성장하면서 매출액은 2006년 825억 원에서 2011년 2,891억 원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고 2012년에는 6천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출판시장에 전적으로 온라인에 기반을 둔 서점이 문을 연 건 1999년 4월 ‘예스24’가 그 전신인 책 사이트 웹폭스를 재단장해 인터넷서점으로 새로이 문을 연 데 이어 알라딘·인터파크 등이 줄이어 문을 열면서 국내 책 시장에 인터넷서점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후 출판시장에서 인터넷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특히 서점에서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구입패턴이 고착화 되면서 상당수 오프라인 지역서점들은 수익 약화를 겪어야 했고, 그중 일부는 끝내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사)한국서점조합연합회 박대춘 회장은 “가격경쟁에서 오프라인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에 밀렸는데, 이는 출판사들이 오프라인 서점에는 정가의 70%로 도서를 공급하는 반면 온라인 서점에는 60%로 낮게 책을 공급받아왔기 때문이다”라며 분석했다. 또한 이 밖에도 영상문화의 발달로 ’읽는 문화‘가 쇠퇴한 세태도 오프라인 서점을 사양길로 내몰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추세 속에 대형 서점들마저 전자책과 온라인 판매에 나서면서 오프라인 서점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형 온ㆍ오프라인 서점들도 출판사들과 함께 전자책(e-북) 회사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2009년 9월 알라딘,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리브로 등 서점들과 한길사, 비룡소, 북센, 북21 등 출판사, 언론사 중앙일보와 공동 출자해 전자책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이퍼브를 설립했다. 한국이퍼브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전자책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 확보가 관건”이라며 “서점, 출판사, 언론사가 손을 잡아 국내 전자책 시장을 주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서점의 쇠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 랭킹 2위 서점인 보더스(Borders)가 2011년 7월 전자책에 밀려 결국 파산했다. 이미 전자책 시장이 종이책 시장을 넘어선 미국 시장에서 보더스 파산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주목된다. 보더스는 파산보호 신청 이후 회생을 위해 그동안 인수의향을 밝힌 업체들과 매각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채권단의 승인을 받지 못해 결국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고 2011년 8월 18일 발표했다. 1971년에 미국 미시간 주에서 중고서점으로 시작한 보더스는 한 때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반스&노블에 이어 미국 2위 서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경기부진과 맞물려 전자책 보급 확대 등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보더스 파산은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 사업방식에 안주할 경우에는 아무리 큰 업체라도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미국 출판업계에 던져주고 있다.

 

▲일본의 최대 서점 준쿠도가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켜 화제가 된 데에는 비결이 있다. 동서문화 발행인 고정일 씨는 “한국의 대형서점들이 휘청이는 이유는 책을 찾는 고객들을 쾌적하게 해주지 못하는 잡화경영, 팔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서점 진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서점은 지난 1932년 설립돼 8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서 깊은 서점이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를 종이책으로 인쇄할 수 있는 초고속 인쇄기를 설치해 소비자들이 서점을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위기를 기회로, 해외서점 성공모델

소설가이자 동서문화 발행인 고정일 씨는 한국 서점의 발전방향을 일본에서 찾고 있다. 일본의 최대 서점 준쿠도가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켜 화제가 된 데에는 비결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차르트 음악이 흐르는 건물에는 층마다 젊은이들의 쉼터가 있고, 아늑한 분위기가바구니로 수십 권씩 구입하는 독자들을 끌어들인다”며, “한국의 대형서점들이 휘청이는 이유는 책을 찾는 고객들을 쾌적하게 해주지 못하는 잡화경영, 팔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서점 진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동네 작은 서점들이 사라져가는 이때에 미국 하버드대 인근 ‘하버드서점’에 독자들의 발걸음으로 붐비고 있어 미국 언론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디지털시대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고 지역사회와 밀착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동네 서점인 하버드 서점이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하버드서점은 지난 1932년 설립돼 8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서 깊은 서점이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를 종이책으로 인쇄할 수 있는 초고속 인쇄기를 설치해 소비자들이 서점을 이용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구글북스 등 전자책 콘텐츠 500만부를 갖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전자책을 인쇄해 자신만의 개성있는 종이책을 만들 수 있다. 이곳 서점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고객들은 서점 웹사이트를 이용해 책을 주문하면 서점에서는 자전거로 하루 안에 책을 배달해 준다. 서점 경영자 제프리 마이어슨은 “하버드서점을 운영하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서점은 지난해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고 서점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전자책은 서점 운영의 가장 큰 고민인 재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디지털 콘텐츠가 오프라인 서점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서점을 소비자들이 전자책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며 성공비결을 전했다.

 

동네 서점의 변신, 시민과 소통하다

국내 서점들도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책 판매만으론 운영이 힘들어지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출판시장에서 서점의 매출 비중은 줄어들고 있고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해 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서점조합 연합회는 동네서점을 지역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2011년부터 ‘지역문화센터 지역서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서점을 문화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전국 50여개 서점을 선정해 시 낭송회, 저자 초청 간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대전시에 위치한 계룡문고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점 중 한 곳이다. 계룡문고에서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각종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작가와의 만남’이다. 계룡문고 현민원 문화사업부장은 “올 한해도 지역서점 사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으로 할 수 잇는 각종 행사들을 기획하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알찬 행사들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동네서점이 살아남기 위한 움직임은 전국에서 움직이고 있다. 폐점 위기에 몰렸던 부산의 향토 서점 문우당 서점은 2011년 4월 재개점해 운영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이 서점은 지도 및 해사도서 전문 서점으로 나름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이 서점은 전국에서 지도, 지구의, 해사도서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문우당 서점이 지난 1년간 인터넷 서점이나 오픈 마켓의 가격할인공세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엇던 것은 전문 서점으로 특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우당 서점 조준형 대표는 “옛 문우당에서 23년간 일한 경험을 살려 재개점 했다. 지난 1년간 전국의 해양관련 기업, 대학, 기관을 찾아다니며 잠재시장을 개척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다문화 가정을 겨냥해 인도, 베트남, 필리핀 같은 50여 개국의 외국 지도를 갖췄다”며 서점 경쟁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서점이 작아도 특화와 함께 콘텐츠만 있으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처럼 전문적인 서점의 형태로 변신하고 있는 서점들도 많아졌다. 서울 인사동의 ‘북스’는 예술서적 전문점이다. 그림·사진·디자인 관련 책들이 가득 쌓인 이 서점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김호근 교수가 문을 열었다. 예술 서적에 관한한 어떤 대형서점보다 훨씬 종수가 많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시각예술가의 작품 위주로 소개하는 것이 서점의 특징이다. 또한 서울 사간동에 위치한 ‘서울컬렉션’은 주한외국인을 위한 전문서점이다. 한국문화를 알리는 책, 한국어를 가르치는 어학서적, 한국 소설 등의 영어·일어·독어·불어 번역서를 중심으로 700여 종이 구비돼 있다.

 

동네 서점의 뒤안길, 여전히 ‘책은 책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박대춘 회장 역시 TV나 영화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도 결국 문화의 큰 뿌리는 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 동네 서점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점은 단순히 책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파는 문화적 공간이 되야한다”고 강조했다. 주말을 이용해 서점을 방문하는 김유정 씨는 “전문 서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특색 있는 전문 서점도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맥라이언이 운영하던 동화책 서점도 좋은 동네서점의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희숙 씨는 ‘스타벅스 100호점의 숨겨진 비밀 이라는 책’을 보고 느낀바가 많다고 한다. 그녀는 “스타벅스가 서점을 이용해 책 많이 읽는 지성인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드에 녹아들게 했다면 서점 또한 그 점을 반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문화산업 쪽 계열과의 동행도 동네 서점이 생각해볼 수 있는 상생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의 심신을 달래주고, 마음의 양식을 제공하는 공간이 서점이다. 지금 서점은 시민들을 위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커피 향이 가득한 서점의 따스함을 생각해 보며 동네 서점이 다시 부흥의 길을 걷는 날을 기대해 본다.

기획/임성희 기자 글/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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