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검찰’ 항로 향해 닻 올린 문무일호
‘투명한 검찰’ 항로 향해 닻 올린 문무일호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7.09.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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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위원회’ 출범으로 검찰 개혁 본격화
[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투명한 검찰’ 항로 향해 닻 올린 문무일호

‘검찰 개혁위원회’ 출범으로 검찰 개혁 본격화


문무일호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면서 검찰 개혁에 시동이 걸렸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 개혁위원회’의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고, 이미 검찰 내부에서는 형사부 강화 방안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8월 8일,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우리 검찰은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로 변화해 나가고자 합니다”라며 대규모 검찰 개혁을 예고했다. 문 총장 취임 후 2개월이 지나는 10월, 검찰 개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 개혁위원회’ 출범, 개혁 속도 빨라진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 개혁위원회’가 출범한다. 검찰 측에 따르면, 검찰 개혁위원회는 이미 인선을 대부분 마친 상태로 9월 중순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부위원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반대편에 섰던 순수 재야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검찰 개혁위원회는 매주 회의를 열어 검찰의 수사 관행과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검찰 개혁위원회는 사회의 덕망 있는 여러 전문가를 폭넓게 초빙해 국민의 다양한 시각으로 검찰 개혁 방안을 심의하는 위원회다. 이미 가동 중인 법무부 소속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와는 안건 면에서 차이가 있다. 법무부 소속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무부의 탈범화 등 검찰을 둘러싼 입법 사안을 주로 다루는 반면, 검찰 개혁위원회의 논의 대상은 ‘진술이 아닌 물증 중심 수사로의 전환’, ‘밤샘 조사’, ‘무분별한 영장 재청구 등 자제’, ‘과거사 사건에서 기계적 상소(상고와 항소를 비롯한 재판 불복) 지양 등’ 내부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인사도 다르다.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소속위원 17명 가운데 9명을 법조인으로, 이 가운데 5명을 검찰 출신 인사로 채운 데 반해 검찰 개혁위원회는 외부위원의 대부분을 비(非)검사 출신으로 구성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은 검찰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며 “수사 상대방으로 참여한 경험이 많아 검찰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 사항을 잘 알고 있을 순수 재야 변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검찰 개혁위원회의 출범은 본격적인 검찰 개혁의 시작을 의미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9월 5일 열린 월례간부 회의에서 “9월 중으로 검찰 개혁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라며 “위원회를 통해 여러 개혁과제가 심도 있고 속도감 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이날 “국민은 검찰에게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런 시대적 요구에 대해 그동안 해오던 대로 하겠다는 것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수십 년간 공중전화 부스를 지키던 ‘차르 병사’와 같은 모습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제정 러시아 황제(차르) 시절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공중전화 부스 곁에는 근위병 복장을 한 군인이 늘 보초를 섰다. 수십 년을 그렇게 밤낮으로 지켰는데 어느 날 누군가가 ‘그 자리를 왜 지키는 거죠?’라고 묻자 보초를 포함해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처음 보초를 세운 이유는 혁명 세력의 공중전화 부스 이용을 막기 위해서였다. 더 이상 공중전화 부스 곁을 지킬 이유가 없게 됐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수많은 군인이 이 공간에서 보초를 서며 헛고생을 하고 말았다. 문 총장의 이 발언은 검찰 스스로 앞장서 개혁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간 외부로부터 타율적 개혁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변화할 이유가 있다면 차라리 앞장서서 바꾸는 것이 낫고, 앞장서서 바꾼다면 제대로 바꿔서 ‘국민을 위한 검찰의 기능과 역할’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후 시동 걸린 검찰 개혁


검찰 개혁의 신호탄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취임에서부터 시작됐다. 문 총장은 8월 8일에 시행된 취임식에서 ‘투명한 경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 구호에 대해 한 수도권 지역의 부장검사는 “김수남 총장 취임 때는 ‘국민을 위한 바른 검찰’이 슬로건이었다. 이번에 ‘투명한 검찰’이 맨 앞으로 나온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검찰을 믿지 않으니 개혁 대상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고 평했다. 문 총장은 취임식 이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자체 개혁안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수사와 결정전 과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겠다’라는 게 골자였다. 외부 전문가들이 수사와 기소 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 도입을 약속했고, 수사기록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중립성 시비가 생길 수 있는 특수·공안 부서의 기획 수사를 줄이고, 일반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 중심으로 검찰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발언은 곧장 행동으로 이어졌다. 문 총장은 8월 17일,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 추진 방안으로 형사부 강화 방안을 발표, 시행하고 있다. 이 방안에는 국민 생활과 직결되고 검사 본연의 기능을 담당하는 형사부를 강화하고, 검찰의 특별수사 총량을 축소해 국민을 위한 검찰권 행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과거사 사건 등에 대한 기계적 상소를 지양하기 위해 ‘재심 무죄 및 관련 국가 상대 손해배상 사건 상고권 적정행사 방안’을 8월 2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선 검찰은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재심 무죄 사건’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 등 중대한 위법 행위로 수사가 진행되고 처벌이 이뤄진 것이 명백한 경우’ 공범의 무죄가 확정되고, ‘유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어 번복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등은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 국가 상대 손해배상 사건은 관련 형사사건의 무죄판결이 확정되고 공무원의 고의과실이 인정돼 반대증거의 부재 등으로 번복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상고를 포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손해배상 산정기준 등 법리적 다툼의 경우는 신중히 검토해 판단한다. 또 상고심사 내실화를 위해 검찰시민위원회, 항고심사위원회 등 외부인이 참여한 회의를 통해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검찰은 피의자 조사 기간 단축 등을 위해 진술증거 수집방법 다양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술식 조서 등 기존 문답식 조서와 다른 방법으로 확보한 진실이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되는 방식 등에 대해 일선 검찰청과 함께 실무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8월 28일 ‘적폐청산과 중대 부패범죄 처벌 강화’와 ‘검찰 개혁을 통한 국민의 검찰상 확립’을 주제로 대통령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이 국민의 검찰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성과도 거두고 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중대한 과제가 많다”며 과거사 정리에 대한 검찰 역할의 중요성, 검경수사권 조정의 빠른 해결, 형사소송에서 기계적 상소 지양 등을 언급했다. 


 

검찰 전체가 개혁에 한 목소리 낼 필요 있어


검찰 개혁에 대다수 전문가는 찬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남근 부회장은 검찰 개혁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전담부가 미스터피자 사건, 건설사 입찰 담합 등을 조사한 것은 중요한 변화로 보인다. 과거 공안이 주도하던 검찰이 민생을 외치는 건 작지만 중요한 변화”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는 “검찰 전체적으로 그렇게 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회장은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를 자기들 과제로 받아들이는지 여부는 아직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설득과 협의 과정이 더 필요해 보인다”며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그것 없이도 가능한 부분도 있다. 현재로선 그런 부분마저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야나 검찰이 함께 합의 모델을 만들어 이견을 줄여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개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검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한 기관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독점적으로 주어졌다는 점’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검찰 개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는 25개의 부를 두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28개가 있다. 그중 13개가 특수부, 첨단수사부 등 직접수사를 하는 부서다. 즉 절반 이상의 부서가 기소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가 아닌 직접수사만을 전적으로 하는 것이다. 직접수사는 원래 경찰이 하는 일이다. 우리 검찰은 사실상 경찰이 해야 할 일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검찰은 전 세계 어느 나라 검찰보다도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건물 크기도 단일 검찰청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근무하는 검사와 직원 숫자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히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른 나라의 검사들은 기소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고 경찰 수사를 간접적으로 지휘하는 업무만을 하는 데 비해서 대한민국 검사들은 기소와 수사지휘뿐만 아니라 직접 나서서 경찰처럼 수사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건물이 그렇게 크고, 직원 숫자가 많은 것은 다른 나라에서라면 경찰에 속해 있어야 할 권한과 인원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검찰의 권한을 줄여서 직접적인 수사권은 경찰이 행사하도록 하고 검찰은 기소권과 간접적인 수사지휘에 관한 권한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에 대해 동조하는 이들이 많지만, 검찰 개혁을 진행하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계획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검찰 조직이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며 외부 개입이 불가피하고, 정권 초기에 주어진 역할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추가 수사’ 등 사정 기능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급 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지만, 어차피 여소야대 정국이다. 다음 총선이 가까운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국민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것과 적폐청산 정도다. 가을이 되면 검찰이 바빠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칼은 뽑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2개월이 되는 10월, 과연 그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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