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mical Products Ⅲ]피할 수 없는 화학제품과의 전쟁
[Chemical Products Ⅲ]피할 수 없는 화학제품과의 전쟁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7.08.2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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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케미포비아의 확산으로 ‘노케미(No-chemi)족’ 증가​

화학제품을 정확히 알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진정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점차 악화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살균제 제조 기업들의 부도덕한 행태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기업 윤리도 국가의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많은 소비자가 분노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화학물질이 이처럼 많은 곳에 사용되며 인체에 해로운지 몰랐다는 뒤늦은 자각과 후회 속에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심를 나타내기도 한다. 반면 해당 제품 불매 운동, 화학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거나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노케미족 등장 등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소비자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화학물질 사용하지 않고는 일상생활 불가능


서울 거주중인 30대 직장인 배 모씨는 최근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이른바 ‘옥시 사태’를 접하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더욱이 해당 기업과 정부 기관의 무책임한 행동과 수수방관적인 모습에 분노를 느끼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까지 가습기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적이 없었고, 평소 화학제품 사용량도 적었기에 이와 같은 피해가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생각했다. 이처럼 최근 가습기 살균제에서 비롯한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대다수 국민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은 화학제품에 노출되어 있으며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은 화학제품의 피해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배 씨. 과연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의 일상은 화학제품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일까? 아침에 눈을 뜬 후 회사에 출근하기까지 약 2시간 동안 그의 생활 패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상 후 그가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물을 마시는 것이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접했기에 눈을 뜨자마자 정신이 들기 전 물병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신다. 이어서 냉장고에서 제철 사과를 씻어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욕실로 향한다. 양치 후 중요한 PT가 있는 날이기에 전기면도기 대신 면도크림을 발라 깔끔히 면도를 마치고 평소 사용하지 않는 알갱이가 포함한 스크럽 세안제를 사용해 세안도 끝냈다. 이어 샴푸로 머리를 감고 헤어스프레이로 머리를 고정한 후 PT를 대비해 새롭게 구입한 셔츠와 넥타이에 새 옷 냄새가 났기에 섬유 탈취제를 뿌리고 집을 나섰다. 차에 올라타서는 핸들에 묻은 이물질을 물티슈로 닦고 전날 새롭게 바꾼 방향제 향기를 맡으며 기분 좋게 회사로 향했다.

 
이상할 것 없었던 그의 출근길에서 배 씨는 얼마나 많은 화학제품에 노출 되었을까? 그가 마신 생수병부터 과일 세정제, 치약, 면도크림, 세안제, 샴푸, 헤어스프레이, 새 옷, 섬유 탈취제, 물티슈, 차량용 방향제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림잡아 10개 이상의 화학 제품을 출근 시간 전까지 사용해왔다. 이들 속에는 파라벤(제품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방부제의 일종으로 대다수 생활용품에 사용되지만 유방암 발생을 높이는 발암물질), PHMG(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불러온 물질로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 손상,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킴), 트리클로산(강력한 항균 기능을 가진 물질로 손 세정제, 비누, 치약 등에 사용되며 간 섬유화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짐), 프탈레이트(향기를 오래 지속시켜준다는 이유로 향수, 방향제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발암물질로 정자의 수와 운동성을 떨어뜨려 생식 기능에 악영향을 미침) 등 이름도 어려운 화학물질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나 일반 소비자들이 이를 인지하고 위험성을 알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우리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포함한 생활용품을 무심코 사용하며, 이를 쓰지 않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 이른바 ‘케미포비아’ 현상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전문가들은 현대인이 하루에 접하게 되는 화학제품의 수만 평균 40여 가지에 이르며 이 속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4000여 개가 넘는다고 분석한다. 특히 생활 화학제품에 포함된 화학 물질은 집안 청소나 세탁, 목욕 등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화학성분이 들어간 제품들의 대안을 찾는 소비자들도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더불어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하는 노케미((No-chemi)족이 증가하는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제품 대신 천연재료를 통해 직접 DIY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는 대안 제품의 제조법을 공유하고 있다. 그 예로 과일 등을 탈취제로 이용하고 주방세제를 대신해 베이킹소다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베이킹 소다는 물과 섞어 사용하거나  구연산 1~3g등을 이용하면 세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고 식초 판매는 69% 늘었다. 습기 제거 효과가 있는 통숯과 천연 제습제로 사용되는 염화칼슘 판매도 각각 25%, 16% 증가했다. 천연 제습제로 잘 알려진 통숯, 염화칼슘의 판매량은 각각 25%, 16% 올랐고, 먼지·습기 제거에 효과가 있는 소금 판매는 64% 늘었다. 주방 세제 대체품으로 알려진 밀가루 판매도 18% 증가했다. 특히 비슷한 대체재를 꼭 필요로 하는 임산부나 영유아나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주부들의 수요가 높았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아예 화학제품 사용을 배척하고자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케미족의 증가와 함께 DIY로 천연 제품을 만드는 강의에 대한 수요도 높이지는 상황이다. 구로구에서 공방을 운영 중인 이수전 대표는 “옥시 사태 이후 수강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2~3배는 늘었습니다. 특히 이전까지는 취미 생활이나 창업을 위한 캔들과 디퓨저 수업이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생활화학제품을 직접 만들어 쓰고자하는 수요가 증가해 탈취제와 세탁 세제, 천연 화장품 만들기 등의 수업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강서구에서 일하는 20대 직장인 우정희 씨 역시 “퇴근 후 종종 공방에서 원데이 레슨을 통해 향초와 석고 방향제 등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활용해 집에서 사용하는 대다수 생활화학제품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니 보다 안전하고 건강해지는 기분입니다”라고 밝혔다.

 

 

 

 

올바르고 안전한 화학제품 사용법


화학제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케미포비아 현상이 확산되며 노케미족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쓰는 모든 화학제품을 천연 물질로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삶에 이미 많은 화학제품이 들어와 있고, 그것들이 주는 편리함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노케미족이 제안하는 대체 제품 제조 방법 역시 번거로움을 수반할 수밖에 없으며 화학제품에 익숙해진 현대인은 천연 재료로 대체할 경우 깨끗하지 않고 찜찜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학제품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화학물질에 대한 거부감이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다. 인류는 화학물질 덕분에 문명이 발달하고 질병을 극복하고 수명을 늘려왔다. 그 예로 수돗물은 염소살균을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의 양은 평생 마셨을 때 10만 명당 2명 정도가 암에 걸릴 수 있는 수준이다. 살균을 하지 않는다면 전염병으로 인해 더 많은 목숨을 잃게 된다. 매일 접촉하는 4000여 종의 화학물질은 피부나 호흡기, 점막 등을 통해 내 몸에 흡수된다. 노인이나 어린이 중 일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몸이 자동 정화시켜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나 환경부의 기준치를 초과했을 경우다. 

 
정부에서도 생활화학제품을 국민들이 좀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2013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을 통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법’에서 관리되고 있던 8가지 품목을 환경부가 직접 관리하게 됐고, 여기에 7가지 품목을 추가해서 총 15가지 품목의 제품을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위해우려제품’은 세정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접착제, 방향제, 탈취제, 소독제, 방충제, 방부제 등 우리 생활에서 밀접하게 사용되는 제품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제품들을 관리 중이다. 

 
이밖에도 국민들이 화학제품의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제품에 정보를 기재해야 하며, 유해화학물질, 발암물질 등을 일정 농도 이상 함유한 제품에 대해서는 ‘독성 있음’ 표시를 통해 국민들이 제품의 유해성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 홈페이지에서는 위해우려제품 안전표시기준 위반제품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환경부는 2015년 4월 이후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생활화학제품에 대해 안전·표시기준 준수여부를 확인하는 안전성 조사·감시 활동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특히, 스프레이형, 다량유통제품, 소비자 정보 표시기준 위반제품, 품질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수입제품 등 취약제품 중심으로 안전성 조사·감시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50년 전부터 ‘침묵의 봄’이란 책을 통해 살충제, 살균제와 같은 화학물질의 오남용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맞이하고 나서야 정부와 기업들에 대한 불신으로 소비자 스스로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을 찾아 움직이게 되었다. 그렇기에 대다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화학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화학물질 관리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빈틈없이 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들은 올바른 기업 윤리를 통해 양심적 행동이 이어져야 하며 소비자 역시 무분별한 화학물질의 거부보다는 올바른 화학제품 사용법을 인지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라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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