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푸르던 소나무와의 이별, 뒤늦은 후회
“추운 계절이 된 뒤에야 소나무나 잣나무의 푸름을 안다.” 공자의 말씀이다. 이렇듯 소나무는 사철 푸른 나무로서 불굴의 기상과 강인한 끈기를 나타내는 나무다. 정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던 옛사람들은 대나무와 더불어 소나무를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여겼다. 또한, 예로부터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로 장수를 나타냈으며, 사계절 늘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의 역경 속에서도 푸른 모습을 잃지 않았던 절개와 굳은 의지·충절을 상징해 왔다. 생명을 뜻하는 소나무의 푸름은 바로 우리 민족의 생명과 같다. 사진/글 김남근 기자
소나무는 우리나라 수종 가운데 가장 숫자가 많은 나무로 한국인이 소중히 여기는 나무이다. 극양수인 소나무는 햇빛을 극도로 좋아하는 나무로 바위나 절벽 위, 척박한 땅에서도 햇빛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서라도 억세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렇듯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소나무가 최근 제선충병에 노출되며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치사율 100%로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이 병이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1988년 이후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지난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최근 서울지역에도 발견되며 한반도 전역이 감염되었다 해도 틀리지 않게 되었다. 일부 학자들은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멸종되리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이 문제의 심각성은 상당하다. 우리 선조들과 함께 이 땅을 지켜오던 소나무들을 어쩌면 우리 후손들은 더 이상 보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뒤늦은 소나무 멸종이라는 위기감 속에 정부는 2013년부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만들어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방제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 소나무의 멸종은 70년 이상이 걸리고, 표고 700m 이상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는 정부와 국민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관심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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