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플랫폼의 진화 Ⅰ] 新 플랫폼의 등장, 영화계 지각변동 신호탄 될까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 Ⅰ] 新 플랫폼의 등장, 영화계 지각변동 신호탄 될까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7.08.02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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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新 플랫폼의 등장, 영화계 지각변동 신호탄 될까

 


멀티플렉스 시대 속 ‘옥자’가 던진 화두

 

 

 

 

최근 영화와 극장, 음악과 음반의 기준과 정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대중 문화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감독 봉준호와 가수 지드래곤의 선택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신작 영화 ‘옥자’의 극장 개봉을 둘러싸고 갈등을 일으켰고, 지드래곤은 USB로 음반을 발매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 배급의 관습이 뒤집히고, 음악 앨범의 개념을 깨뜨렸다는 의견이 오가고 있는 상황 속 변모하는 대중문화 플랫폼의 흐름과 그 후폭풍을 영화계와 음악계로 나눠 짚어본다.


칸 영화제 논란의 중심에 서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 사는 미자라는 한 소녀와 옥자라는 이름의 거대 돼지의 뜨거운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과 한국의 안서현, 변희봉 등이 출연해 호연을 보였다. 특히 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약 565억원)의 제작비를 전액 투자하고,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불렀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옥자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가운데 최초로 지난 5월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하지만 현지에서 개봉 계획이 없는 작품을 심사 대상에 넣는 것이 영화의 배급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가장 큰 쟁점은 ‘영화는 큰 스크린을 통한 극장 상영을 전제로 제작한다’고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관점이 무너졌다는 부분이었다. 프랑스 극장협회와 일부 평론가 등은 넷플릭스가 전통적 영화제작사가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라는 것에 큰 경계심을 나타내며 수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영화제 측은 “(내년부터) 어떤 영화든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려면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을 약속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칙을 공표하기로 했다. 

 

멀티플렉스 “넷플릭스, 영화 생태계 교란”

한국으로 건너온 뒤에도 ‘옥자’의 논란은 여전했다. 원래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만 작품을 공개하지만 봉 감독의 특별 요청에 따라 한국과 미국, 영국에 한해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개봉을 진행했다. 하지만 CGV를 비롯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영화 생태계 질서의 파괴를 이유로 들며 옥자의 개봉을 보이콧했다.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지켜오던 극장 개봉 이후 ‘홀드백’ 기간을 두고 VOD 및 IPTV 서비스 진행을 하던 원칙이 깨지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 결국 옥자는 넷플릭스와 전국 100여 개의 소극장 중심으로만 개봉되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멀티플렉스의 거센 반대의 기저에는 넷플릭스가 내놓은 전략이 먹혀들어 인터넷 기반 플랫폼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면 향후 극장 자체가 사멸할 수 있다는 공포가 서려있다”고 지적했다. 
 

  봉준호 감독은 “룰이나 규칙이 전해지기 전 우리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옥자’가 많은 곳에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있다. 칸에서는 넷플릭스 영화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한국에서는 극장 배급과 관련된 규칙이 다듬어지고 있다”며 과도기를 겪고 있는 영화 플랫폼 서비스의 발전을 바라기도 했다. 

 

플랫폼 진화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옥자’를 공개한 방식이 안착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는 뚜렷하지 않다. 여전히 넷플릭스가 가입자수와 각 콘텐츠별 조회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이용자의 증대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영화가 공개되자 곧 한국의 여러 P2P 사이트를 통해 불법 유출되는 불상사를 겪으며 흥행의 적색신호가 켜지기도 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옥자를 통해 불러일으킨 파장 자체만으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이미 넷플릭스는 칸 영화제에서 옥자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전 세계 영화시장에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알렸다”며 “봉준호 감독 역시 자신과 같은 창작자의 역량을 통해 플랫폼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옥자가 극장과 플랫폼 다툼의 문제가 아닌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창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기존의 영화 제작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해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기존 플랫폼인 상영관 역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면서 영화 산업 전반의 선순환 구조 형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관객은 화면 크기와 별개로 스토리에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최선규 교수는 “플랫폼이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 보다 어떤 콘텐츠를 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도 본질은 결국 ‘콘텐츠’라는 것을 상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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