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Ⅱ]우리는 모두 꼰대가 될 수 있다
[꼰대 Ⅱ]우리는 모두 꼰대가 될 수 있다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7.08.0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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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우리는 모두 꼰대가 될 수 있다

“한반도에 발령된 꼰대주의보, 피해가실 수 있겠습니까?”

 

 

 

한국에 꼰대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0%가 ‘사내에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본인이 꼰대로 불릴 것을 대비해 이를 탈피하려는 노력도 상당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 947명에게 물은 결과 ‘나도 꼰대로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42.7%)며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40.4%)고 답했다.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꽃 선배’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한국의 꼰대주의보를 집중 취재해보았다.

 


 

꼰대가 꼰대를 비판하는 사회


종합건설사에서 근무하는 32살 이모 씨. 그는 직장 회식 자리가 싫다. 직장 내에서 ‘최상급 꼰대’로 유명한 팀장이 술자리에서 강권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희롱에 가까운 언행도 거침없이 내뱉기 때문이다. 회식 때마다 되풀이되는 ‘왕년 얘기’가 시작되면, 그는 택시 할증 요금부터 걱정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기획팀에 근무하는 28살 박모 씨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회의실에 살아있는 생명체는 부장밖에 없다고 한다. 매번 회의는 부장이 생각한 방향으로 마무리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뾰족한 주제도 없이 1시간 넘게 진행되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회의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한국의 꼰대주의보는 상당히 심각하다. 미디어 분야에 근무하는 송모 씨는 “회사 전체 회식이 끝나면 팀장이 항상 2차를 권유한다. 웃긴 건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차장이나 부장에겐 비밀로 하고, 자신이 가장 최상급자의 위치에서 술을 마시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팀장의 간곡한 부탁에 2차를 가게 되면 역시나 ‘왕년 얘기’를 2시간 넘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당 팀장의 입장은 어떨까?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연 해당 팀장은 “사실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꼰대가 된 것 같다. 상급자와 술을 먹으면 불편해서 후배들과 술을 마셨다. 물론, 술과 안주는 내가 지불했다. 즐거운 분위기라고만 생각했는데 후배들이 그렇게 느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전화가 연결된 김에 송모 씨의 후배 장모 씨에게 송모 씨의 경우는 꼰대가 아닌지 물어봤다. 장모 씨는 “송 선배는 회의 때마다 2년 전 자신이 근무했던 환경과 비교한다. ‘나 때는 이랬는데 너는 왜 이것도 못하냐’는 식이다. 송 선배는 평소 친한 편이지만, 회의 때마다 꼰대가 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송모 씨는 “회의 때마다 내가 꼰대가 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너무 답답해서 한 표현이다.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말을 했을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위의 사례처럼 요즘 직장인들은 자신의 꼰대인 것을 체감하지 못하면서 상급자의 꼰대 짓을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인터뷰를 한 팀장은 30대 중반, 송모 씨는 30대 초반, 장모 씨는 20대 후반이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중장년층의 모습을 꼰대에 비유한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도 꼰대 비판이 이뤄지는 처지다.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는 시대 개막


연령과 세대와 상관없이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교감 선생님한테 혼난 교사가 교감을 꼰대라고 비판할 그 시각에 그 교사는 학생들에게 꼰대라 불리고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꼰대라고 빈정대는 아들은 동생에게 꼰대라고 비난당할 수 있다. 심리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한미주 교수는 “요즘은 서로를 비난하는 실태가 강하다. 꼰대는 이러한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어다”라고 지적했다.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는 박진희 소장은 “꼰대는 누구나 될 수 없지만 이른바 ‘꽃 선배’는 아무나 할 수 없다”면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회의에 임할 때 팀장이나 부장은 후배들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주의 깊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정주 교육컨설팅기업 인사인트인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장이나 팀장에겐 효율적인 업무분배·추진과 예리한 판단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부하직원들에게 자신의 의견만 관철하려 한다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회식의 횟수와 시간을 주도하는 의사결정권자는 사실상 부장급”이라며 “이들은 회식으로 부서 분위기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술자리에서도 부원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과장인 임모 씨(41)는 혹시 자신도 모르게 꼰대로 불리는 게 두렵다며, 페이스북 신청을 맺을 때도 젊은 직원들의 눈치를 본다고 토로했다. 꼰대 적색경보가 켜진 지금, 자신도 모르게 꼰대가 되는 게 두렵다는 그의 말에 누구나 한 번쯤은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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