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선거
마지막까지 예상할 수 없는 ‘5.9 장미대선’ 판도
‘장미 대선’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임박했다. 역대 대선과 달리 촉박한 일정으로 치러지는 만큼 대선 주자들 간의 경쟁도 뜨겁다. 원내 의석이 있는 5당의 대선 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5자 구도로 대진표가 정해졌지만, 선거일까지 여전히 적지 않은 변수가 예상된다. 특히,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가 도드라지며 보수층과 중도층 표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 레이스를 전망해본다.
막바지 표심잡기 나선 대선 후보들의 ‘5人 5色’
이번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선거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5자 구도로 진행 중이다. 각 당의 대권 후보들은 자신의 특징과 강점을 살린 공약들을 내걸며 막바지 표심잡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먼저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12일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을 기업에서 사람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제정책 ‘J노믹스’를 발표했다. J노믹스는 문 후보 이름에서 따온 알파벳 ‘제이’(J)에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를 결합한 용어다. 문 후보는 같은 날 열린 ‘문재인의 경제비전’ 기자회견에서 “경제비전으로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헌법적 가치를 경제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며 “헌법정신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경제 중심은 바로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아닌 혁신과 공정 경제의 ‘기본 인프라’인 점을 강조하며 비상경제대책차원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문 후보는 이달 10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돌입해 ‘사람경제2017’을 집행해나가겠다는 의사도 강하게 밝혔다. 재정충당과 관련해서는 국가부채의 증가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추진, 5년간 세수자연증가분에서 50조 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밖에 갑질 철폐, 국민연금의 투명화, 규제체제의 재설계, 역동성을 더하는 자본시장, 네트워크 접속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확립하는 것을 내세우며 표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양강(兩强) 구도를 형성한 안철수 후보는 20년 미래 먹거리를 만들 ‘安노믹스’를 언급했다. 안 후보는 지난달 10일 “4차 산업혁명시대 대한민국이 국제표준이 돼야 한다. 세계적인 인재, 세계적인 기업들이 대한민국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하며 “미래산업, 미래일자리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공정성장과 교육혁명, 과학기술혁명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20년 미래 먹거리와 미래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조만간 경제정책을 종합한 미래 비전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재벌 기업지배구조 개선, 시장 자율적 견제와 균형 등의 경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인 유승민 후보는 ‘정의로운 대한민국’, ‘보수의 재건’을 내세우며 대선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유 후보는 “국가안보와 공동체, 헌법 가치가 바로 서는 나라”를 강조하며 “‘국민이 주인 되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고 안보위기를 극복하며, 헌법 제1조가 천명한 ‘정의로운 민주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로 보수가 분열하고 대위기에 직면한 지금, 그는 ‘보수의 재건’을 거듭 밝히며 눈길을 끌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외치며 보수 재건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유 후보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원칙과 명분 없는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고 밝히며 보수 진영의 단합으로 표심을 잡고 있다.
또 다른 보수진영 후보인 홍준표 후보는 ‘안보’를 키워드로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달 열린 한국포럼에서 “대선이 ‘탄핵대선’ 국면에서 ‘안보대선’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말고는 대한민국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히며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와 해병특전사령부 창설을 통해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지방조직 개편’을 외치는 홍 후보는 “국회도 하원-상원으로 바꾸고 상원은 50명, 하원은 100명 정도로 해서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없애야 된다”고 발언하는 등 보수 진영 정비와 재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어 ‘심블리’라는 별명으로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는 심상정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아들여 후보직을 사퇴했지만, 두 번의 양보는 없다’고 밝히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는 ‘정의 혁명’을 키워드로 촛불 시민의 뜻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을 일궈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 후보는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 존엄성이 보장되는 경제, 노동의 가치와 몫이 정당하게 보상되는 경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정의로운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신경제 4대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제조업을 창의 집약적 산업으로 재편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아래로부터의 중소기업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과 확고한 정경분리 원칙하에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가 간 협정을 남북 간 체결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은 증세를 통한 복지 국가 건설을 해법으로 내놓았고, ICT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 일방의 시장 주도와 단기성과 중심의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대중의 관심 반영된 빅데이터로 본 대선 판도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자료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4월 3주차를 기준으로 안철수 후보에 대한 인터넷상 관심도가 일주일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하며 문재인 후보와의 접전이 본격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 기간 동안 다양한 여론조사 업체에서의 집계에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접전이 예상된다는 결과를 발표했는데, 인터넷 관심도를 활용한 예측이 이보다 한발 빠른 것으로 나타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뉴스, 댓글, 포털, 동영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다.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4월 3~9일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상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화제성 점유율이 한 주 전(3월 27일~4월 2일) 17.9%에 그쳤던 안 후보는 점유율 37.2%를 기록하며 문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밝혔다. 문 후보 역시 전주 대비 점유율이 3%포인트 이상 오른 37.3%를 기록하며 1위 자리는 지켰지만, 안 후보와의 화제성 점유율 격차는 0.1%포인트에 불과했다. 채널별로 보면 뉴스·댓글과 포털에서 안 후보가 1위를 기록한 반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문 후보가 앞섰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측은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 속에서 향후 이들을 동시에 거론하는 뉴스와 게시글 비중이 늘어남으로써 화제성 점유율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준표 후보는 화제성 점유율 3위를 차지했고,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빅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는 “다양한 채널 가운데 대선후보 평판 이미지에 있어서 동영상은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SNS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이상 연령층은 문자·메신저 등을 통해 전송된 영상을 클릭만 하면 간편하게 후보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습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산출된 자료가 시시각각 변하는 대중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19대 대선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터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이번 대선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칸타퍼블릭, 한국리서치, 리서치 플러스, 리서치앤리서치, 코리아리서치 등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후보의 지지층은 이념성향별로 확연히 나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이번 대선의 ‘급소’는 스윙보터(swing voter·미결정 투표자)인 중도·부동층의 표심이 꼽히게 된다. 두 후보로선 이들을 공략해야 하지만 기존 지지층 때문에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전략적 딜레마에 놓여 있다.
지난달 중앙일보가 공개한 5개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이념성향별 유권자 지지 성향을 살펴본 결과 문 후보는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유권자로부터 평균 55.7%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도·부동층에선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각축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왔다. 5개 기관의 조사에서 자신 스스로 중도성향이라고 밝힌 유권자 평균 39.3%가 안철수, 33.7%가 문 후보를 지지했다. 때문에 중도·부동층이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두 후보는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지지의 딜레마로 쉽지 않은 모습이다. 문 후보는 ‘적폐 청산’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고, 안 후보 역시 보수 지지의 딜레마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구도의 판세를 가를 또 다른 막판 변수도 존재한다. 최근 대선 판세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구도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지역주의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수 진영의 후보는 지리멸렬하고 문 후보는 절대 안 된다’는 집단 심리에 따라 자발적 단일화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TK 지역주의 부활 조짐으로 인해 호남 표심이 영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현재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서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TK의 ‘안 후보 밀어주기’ 현상이 확산될 경우 이에 자극받은 호남 유권자들도 자발적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끝으로 이번 대선 역시 ‘세대 전쟁’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표율’이 큰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의 세대별 투표율은 50대가 가장 높았으며 60세 이상이 뒤를 이었다. 그다음이 40·30·20대 순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면 상대적으로 안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설 가능성이 높지만, 촛불집회와 탄핵으로 이어진 정치 열기 속에서 많은 젊은 층이 투표에 참여한다면 유리한 고지는 문 후보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역사 속에 남을 아름다운 차기 대통령 탄생 기대
이번 ‘장미대선’은 민주화 이후 6번의 선거와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선거가 5월 초에 치러진다. 예정된 대선 레이스가 앞당겨지다 보니 후보들 간의 정책 경쟁보다는 네거티브 갈등의 수위도 치솟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에서 주목할 점은 지역주의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맞물리며 자신이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많아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상적으로 중도는 후보자의 좌우 진영보다 능력과 정책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대선에서도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중도성향 유권자 중 상황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5%였고, 보수는 39%, 진보는 47%였다. 이들의 표심이 유동적이어서 대선 판세가 계속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대선 막바지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국민들은 한 곳을 바라고 있다. 바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다.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아는 대통령, 국가 부흥을 위해 정도를 걷는 대통령, 소통을 실천하는 대통령,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 된 대통령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국가 지도자의 확고한 신념과 방향성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역사 이래 가장 큰 혼란에 빠져 있는 우리 역시 이번 19대 대선에 어느 때보다 신중한 자세로 소중한 한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 긴장감과 위기의식 속에서 역사 속에 남을 아름다운 차기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