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는 협소주택
건축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는 협소주택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7.03.09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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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건축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는 협소주택

사람냄새 나는 따스한 건축사사무소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었다. 이로 인해 수도권은 인구가 과밀한 지역이 되었고, 높고 획일적인 공동주택이 대도시의 일반적인 주거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아파트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비좁은 도심지에서도 가능한 나만의 단독주택을 꿈꾸기 시작했고 그 대안으로 협소주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에 여러 차례 협소주택을 세상에 내놓은 김재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조율'로 결핍을 줄여가는 건축가
조율건축사사무소의 김재선 대표는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후 개소하지 않고 남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김 대표는 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 자회사의 개발사업팀에 들어가 근무하면서 설계와 시공, 금융, 컨설팅에 관한 전문성을 두루 갖춘 후 서울 성북동에서 조율건축사사무소의 문을 열었다.

  근래 개성이 없는 공동주택에 지친 사람들은 도심지에서도 실현가능한 단독주택을 꿈꾼다. 이러한 때에 김재선 대표는 여러 차례 협소주택을 건립해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협소주택은 대도시의 좁은 소유지에서도 충분히 건립될 수 있고, 때론 거주와 업무의 기능을 겸비하기도 하며, 건축주가 직접 1층을 영업용 카페로 활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여 임대소득을 올릴 수도 있으며, 작은 계단과 다락방이 있어 재미와 추억의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재선 대표는 협소주택을 건립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설계에 앞서 ‘좋은 땅찾기’라고 강조했다. 예비 건축주가 작은 땅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협소주택의 건립이 어느 곳에서나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김 대표는 건축주와 함께 의뢰받은 요구사항을 가장 적절히 구현할 수 있는 땅을 찾는 일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건축주와의 소통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소통은 건축주가 설계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본인과 가족의 성향과 패턴 등 고려할 조건을 건축가에게 설명하고, 건축가는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안을 부단히 제시하여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는 건축주가 설계에 개입을 하면 정작 필요한 것이 결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예산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비 건축주가 기존 공동주택의 평당 공사비 개념을 가지고 설계를 의뢰하지만 공사 중간에 공사비 증가로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대표는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사용가능한 예산을 공개하고 충분한 소통을 나눠야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협소주택을 건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재선 대표는 처음에 협소주택을 전문영역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건축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협소주택 설계였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작은 대지에 건축주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주택을 세울 때 필요한 소통과 협의의 조율과정이 결핍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조율건축사사무소라는 이름을 내건 철학이자 이유이다. 이어 김 대표는 건축가가 코디네이터에 가깝다는 견해를 밝혔다. 건축가는 건축주는 물론이거니와 시공과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 회사 직원들,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조율을 통해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일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가 코디네이터로서의 건축가라는 정체성을 굳게 가지는 것은 설계사무소를 차리기 전에 설계, 시공,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과거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자 하는 건축가
김 대표는 “저는 모든 것이 저로부터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정신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 대표는 자신의 삶과 분야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그 행복을 남에게 전파하는 것을 삶에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먼저 행복하면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나아가 사회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김 대표는 적극적인 사회참여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기억하고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가끔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천막을 찾아 리본 만들기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아들의 생일 때 선물로 ‘굿네이버스’ 계좌를 만들어줬습니다. 제 아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졌지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런 선물을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대표는 우리나라 건축이 공급자 중심의 개발논리에 과도하게 치우쳐 건축의 생태계가 많이 어둡고 삭막해졌다고 평가한다. 건축시장은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중요한 가치들이 결핍되어 우리 건축에 친개발 패러다임이 투영돼 왔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훗날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건축가로서 유명한 랜드마크나 위대한 작품을 남기겠다는 욕심은 크게 없습니다. 다만, 건축의 개발논리를 지양하고 여백의 미를 풍기는 건축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도심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보다 새로운 대안 주택을 찾고 있는 이 시점에서 김 대표가 협소주택 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선보여 건강한 한국 건축의 생태계를 되살려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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