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III] 리더십 부재로 ‘10년 위기설’에 휩싸인 대한민국
[불확실성 III] 리더십 부재로 ‘10년 위기설’에 휩싸인 대한민국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7.03.0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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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리더십 부재로 ‘10년 위기설’에 휩싸인 대한민국


내치(內治)와 외치(外治) 조화된 현명한 해결 방안 필요

 

최근 대한민국의 불확실성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은 올해 국내 경제 전반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계와 정책 기조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고, 국가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외적 상황은 극도로 불투명하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미국 신정부 출범과 기준금리 인상, 영국의 브렉시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불안 등 수많은 난관이 산재한 상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앞으로 더 짙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확대되는 대한민국 불확실성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5일 발표한 ‘정치불확실성과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 우선 가계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다’며 ‘기업의 향후 경기 및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의 투자 심리도 냉각된다’고 전했다. 해외경제주체들이 한국 경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되면서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정치 불확실성(한국갤럽의 국정지지도)이 소비자심리지수(CSI) 및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분석으로 추정해 본 결과 국정지지도 10%p 하락은 CSI와 BSI를 각각 2.9p, 2.0p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분석되어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 6번의 대선에서 대선 연도가 그 직전 연도에 비해 민간소비 증가율과 설비투자 증가율 및 경제 성장률이 각각 0.6%, 4.0%, 0.5%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어 정치 불확실성 확대가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를 위해 앞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의 과도기 동안 정부 주체의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을 통한 민간의 심리안정은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또한, 새 정부의 경제운용시스템이 정책 공백 없이 조기에 가동될 수 있도록 경제 부처 및 유관 기관들의 준비도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외 신인도(信認度) 하락으로 우려되는 국내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막기 위해 투기자금 유출입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생산 활동의 주력 부문인 기업 단위에서 근로자들이 공감하고 믿고 따라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믿고 따라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

 

 

정확한 근거와 자료를 토대로 한 체질개선 시급
 

현재 대한민국은 리더십의 부재 속에 국내의 경제 기초요건을 의심케 하는 지표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굳어지고 있으며, 수출은 58년 만에 2년 연속 감소했다. 청년실업률, 소비자 심리 등은 1997년 당시의 외환위기 수준까지 악화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물론 고령화, 양극화, 1천 300조 원이 넘는 가계 빚 등 구조적 문제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났듯 정경유착은 여전하고 대·중소기업의 상생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처럼 안팎으로 불안이 고조되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2017년에 위기가 재발한다는 ‘10년 위기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우리나라의 조선·해운업 등 기업부채 구조조정 비용이 3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자동차, 화학, 정유(車·化·精) 산업으로 대변되는 국내 대표적인 전통산업들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많은 인력들의 유출과 부품·원자재 등의 공급업체들이 도산할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17년 조선업종의 침체가 지속되며, 이들 간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져 선가 하락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예상했다. 가전·정보통신기기 등도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인해 수출단가 하락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복수의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조조정이 타이밍을 놓치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산업 경쟁력 역시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당국은 지난해 9월 말,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해 조선, 해운에 이어 시급한 산업부문에 대한 대략적인 구조조정의 윤곽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몇몇 특정 기업들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또 다른 의견이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실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근본적인 자료들을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구축이 시급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의 이근 교수는 “지금의 한국 경제는 고장난 자동차와 같아서 운전사를 바꿔도 소용없다”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무조건 돈을 쏟아 붓는 현재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류덕현 교수는 “구조조정은 특정 부실 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금융과 산업을 포괄하는 전체 경제에 걸쳐 필요하다”며 “정책적 대수술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불확실성을 타개할 근본적인 대책으로 청년실업률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년실업률 개선이 불확실성 타개의 희망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불확실성을 타개할 근본적인 대책으로 청년실업률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청년실업률은 경제성장률과 반대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년실업률이 월별 최고치를 다섯 차례나 경신하는 등 외환위기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월, 국내 기업 259개사를 대상으로 ‘2017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9.5%가 올해는 ‘긴축경영’ 계획을 택했다고 밝혀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임금 피크제의 시행 등으로 인한 정년 연장으로 중장년층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잔류하고,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구조조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력직 선호 등과 같은 채용 관행 역시 청년들의 취업기회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국 제조업 기반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도 우리 기업 투자 전략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에 3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5년간 이뤄진 미국 투자액보다 50%나 늘어난 것이다. 자국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는 물론 일본 도요타에 이르기까지 미국 투자를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선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 내 투자 위축과 생산·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근 교수는 이에 대해 “중소기업의 일자리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층 노동 시장의 미스매치 현상을 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교섭력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 관리의 현대화 등 비임금적 요인의 개선에 의해 일자리의 매력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대한민국 불확실성의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외환보유액 감소로 고조되는 위기감

한편, 지난 1월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능력이 있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는 외환이 없어 국가 경제가 치명타를 입는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부총리는 이날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는 한국 경제’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 보호무역주의,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 중국 기업부채 등 불확실성이, 대내적으로는 탄핵소추안 의결 등 정치적 불안요인이 상존한다”고 말하며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대외 건전성, 충분한 재정정책 여력 등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적극적 거시정책,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노력을 지속,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11월 경상수지는 89억 9천만 달러 흑자로 57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고,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천 711억 달러를 기록하며 외환보유액 순위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 300억 달러대 수준의 12배가 넘는 수치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AA’, 무디스 ‘Aa2’, 피치 ‘AA-’로 3개 신용평가사의 등급은 한국이 받은 역대 최고 등급이다. 중국과 일본보다 높다. 한국 경제에 비관적인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거시 펀더멘털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이근 교수는 “잠재성장률 하락, 가계부채 등의 문제가 있지만,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는 전년 동월보다 8.6% 줄었고, 지난해 1∼11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909억 1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1% 감소했다. 벌어들이는 달러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외환보유액도 3개월 연속 감소세이고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수준보다 낮다는 주장도 있다. 


 

경기 회복 위한 투명한 정책 마련
 

이처럼 현재 정부는 국내의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대외건전성이 나쁘지 않고 세계 경제도 이전 위기 상황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위기를 말하면 없던 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움도 포함된 듯하다. 정부는 위기를 대외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하고 고령화, 부채 등 구조적 문제에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겹쳐있어 경제가 저성장 탈출과 고착화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여러 정책을 총체적으로 동원해 경기 하강을 막고 수출을 띄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의 이호승 경제정책국장은 “현재 경제가 말 그대로 1997년, 2008년 위기와 같지는 않지만,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는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이 호조를 보여 설비가 가동되고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지금 같은 위기국면에서는 총체적인 재정과 통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치(內治)와 외치(外治)는 이원화된 것이 아니라 맥을 같이 한다. 나라 안이 불안하면 나라 밖의 일도 힘을 얻을 수 없다. 즉, 불확실성에 휩싸인 국내 상황으로 인해 불안감이 가중되어 외교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점에 이념과 감정, 정치적 이해관계로 혼란이 가중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하며, 일어나서도 안 된다. 리더십의 부재 속에서도 정부와 국회, 여·야, 국민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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