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사이트] 中 소도시 타이창, 獨 기업 500여 개 입주...대중 투자 물결 계속돼
[경제 인사이트] 中 소도시 타이창, 獨 기업 500여 개 입주...대중 투자 물결 계속돼
  • 이종철 기자
  • 승인 2024.03.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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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신화통신] 독일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대(對)중 투자가 독일의 전체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3%에 달했다.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독일 정부나 연구기관에서 내놓은 보고서나 데이터에서도 독일이 대중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독일 기업이 중국 시장에 둥지를 트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 기업의 도시'로 불리는 장쑤(江蘇)성 타이창(太倉)시나 베를린에서 만난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장쑤(江蘇)성 타이창(太倉)시에 입주한 500번째 독일 기업 보이머그룹에 대한 수여식이 지난 1월 22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베쿰시에서 열렸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타이창 둥지 튼 독일 기업, 발전세 눈부셔

케른-리버스, 트럼프...많은 버스 정거장이 독일 기업의 이름을 따 명명될 만큼 타이창 하이테크산업개발구에는 독일 기업이 많이 입주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 때 필요한 부품 70%를 타이창 안에서 모두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타이창에서는 '메이드 인 저먼'의 위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500여 개 독일 기업이 이곳에 자리했으며 그중 70%가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프링 생산업체로 폭스바겐 공급업체 중 하나인 케른-리버스가 1993년 타이창에 투자를 시작했다. 직원 6명, 400㎡의 임대 공장에서 시작한 투자는 11차례 증자를 통해 7만㎡의 자체 공장에서 연간 15억 위안(약 2천775억원)을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으로 거듭났다. 케른-리버스의 글로벌 공장 중 최대 규모다.

케른-리버스를 필두로 타이창과 독일 기업의 협력이 줄을 이었다. 현재 500여 개 독일 기업이 타이창에 입주했다. '한 사람의 노력이 덧셈이라면 한 팀의 노력은 곱셉이다'는 독일의 속담은 타이창과 독일의 협력 30년 발전사를 말해준다. 처음 100개 독일 기업이 타이창에 자리 잡는 데 14년이 소요됐지만, 400번째 기업 이후 500번째 기업이 타이창을 찾기까지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초기에 타이창에 온 독일 기업 중 90% 이상이 증자 및 생산 확대를 이뤘다.

선야(沈亞) 타이창 하이테크산업개발구 유럽상인투자기업협회 부주석은 2001년부터 며칠에 한 개꼴로 타이창에서 신규 독일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며 "곳곳에서 개업 테이프 커팅식을 알리는 풍선이 알록달록 하늘에서 나부끼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독일 기업 중 여덟 번째로 타이창에 뿌리를 내린 트럼프는 20여 년간 발전을 거듭한 끝에 직원이 1천 명을 넘어섰다. 심지어 코로나19 기간에도 중국 내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중국은 독일 현지 시장을 제외한 트럼프의 최대 해외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9일 어두운 밤에도 불을 환히 밝히고 화물 하역 작업으로 분주한 타이창항을 드론 사진에 담았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우수한 비즈니스 환경, 대중 투자로 이어져

'큰 나무 아래 벽라춘(碧螺春∙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을 심는다'는 속담이 있다. 현지 기업 입장에서 타이창은 '벽라춘'이고 상하이가 바로 '큰 나무'다. 많은 독일 기업은 처음 투자를 결정할 당시 상하이에 인접했으며 교통이 편리하다는 지리적 우위를 고려해 타이창을 선택하게 됐다.

장전웨이(張臻偉) 타이창 유럽상인투자기업협회 주석은 대도시보다 조용한 소도시가 제조업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독일 기업이 일부 있었다며 물류∙시장∙인프라 등 조건이 갖춰진 타이창은 창장(長江)삼각주 도시 중에서 가장 입지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타이창의 중심가에서 상하이시 도심까지는 약 50km 남짓이다. 또 타이창은 창장 컨테이너 물류의 최대 항구로 지난해 타이창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800만TEU 이상을 기록했다. 화물 물동량은 2억7천만t(톤)을 돌파했다.

"상하이와 인접하고 항구∙공항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타이창은 이상적인 창업지입니다." 안드레아스 호른피셔 E.G.O 제너럴 매니저는 노동력이 충분하고 공급망이 완비됐을 뿐만 아니라 잔잔한 삶의 속도가 독일의 작은 마을을 생각나게 한다고 전했다.

"수질이 좋은지 나쁜지는 그 물에 사는 물고기가 가장 잘 압니다." 다수의 재중 독일 기업 책임자는 지리적 이점이 '투자 유치의 비결'이며 비즈니스 환경이 '인재를 머무르게 하는 비기'라고 말했다. 타이창은 '독일 기업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경제 구조 전환 및 업그레이드 가속화, 비즈니스 환경 최적화,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소비시장, 선진화되고 완비된 공급망, 나날이 강력해진 혁신 역량 등은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 뿌리내리도록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타이창시 하이테크산업개발구에 자리한 아이엠에스기어(타이창) 직원이 지난 14일 생산 작업장에서 제품을 가공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中 경제 저력 확인, 중국 선호 계속돼

중국독일상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23~2024년도 비즈니스 자신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0% 이상이 중국 시장에 계속 정착할 계획이며, 절반 이상이 향후 2년간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전문가들 역시 기고문을 통해 최근 수년간 다수의 독일 공업 기업이 중국 내 생산을 통해 높은 매출과 이익을 얻었으며 동시에 대(對)중 수출이 이들 기업의 중요한 수익 경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도이치방크의 일부 설문조사를 인용해 독일 제조기업 거의 2곳 중 1곳이 직간접적으로 중국에서 핵심 중간재를 공급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분석가들은 오늘날 중국 경제가 세계 큰 구도에 융합될 수 있는 저력을 갖추었으며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무' 여부에서 '품질' 수준으로, '양적 우위'에서 '질적 우위'로 전면적이고 체계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외자 기업에 있어 도전이자 기회라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의 최근 행보는 '디커플링'과 반대되는 것으로 중국 시장에 '신뢰표'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는 유엔(UN)의 국제표준산업분류에 속한 공업 업종 전체가 존재한다. 또한 중국은 1만2천 개의 전정특신(專精特新, 전문화·정밀화·특색화·참신화) '작은 거인(小巨人·강소기업)'을 육성했으며 그중 90% 이상이 국내외 유명 대기업의 공급업체다.

많은 독일 기업 대표들은 중국 시장을 기업 체질 강화를 위한 '헬스장'으로 생각한다. 현지 기업의 고속 발전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외자 기업이 전환·업그레이드에 속도를 내도록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개발(R&D) 본부를 중국에 설치하고 현지화 발전을 실현하는 독일 기업이 늘고 있다.

100년 역사의 독일 대표 공작기계 업체 키론은 2012년 타이창에 투자를 시작한 후 현재 중국 사업 규모가 300% 확대됐고 공장 규모도 3배 커졌다.

빌리 리에스터 키론타이창 최고기술자(CTO)는 "중국 사업을 확신하고 있다"며 "올해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돼 20~30%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디커플링은 말이 안 되는 소리로 혼자서 모든 걸 잘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글로벌화는 언제나 진행형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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