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게임문화의 이해
청소년 게임문화의 이해
  • 윤순호 기자
  • 승인 2012.04.27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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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게임문화를 억압하면 안돼요!
[이슈메이커=윤순호 기자]

청소년 게임문화 규제보단 이해와 관심 필요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게 되면 학습능력이 떨어져 공부를 못하는 아이로 전락하거나 학교폭력과 금품 갈취, 욕설 등의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생각이다. 청소년들의 게임문화를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고 억압하려고만 한다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청소년 게임문화를 바라보는 시선들

올해 초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자녀들의 온라인 게임 이용에 대해 부모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는다’(52.6%)는 의견이 의외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게임시간을 줄이라고 충고한다’(32.5%)는 의견도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학부모의 의견은 이들과 달랐다. 게임을 두고 ‘학업에 방해가 된다’(34.2%)고 응답한 의견이 대다수를 이뤘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학부모들은 게임이 중독, 게임 폐인 등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고,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찾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할 만큼 게임은 청소년 성장기에 있어서 악영향을 준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지나친 게임으로 인해서 좋지 않은 결과들을 초래하기도 한다. 학교생활 부적응과 공부에 소홀하게 되어 성적 하락, 시력 감퇴, 전력 낭비를 하게 되며 장시간 앉아 있어 운동부족으로 근육을 굳게 하거나 몸을 허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청소년 게임문화의 잘못된 점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게임문화를 무조건 억압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또한 앞서 말한 내용들은 중독자들의 경우가 다반사이며, 실제로 위와 같은 청소년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일부분만을 보고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전부다 잘못됐으며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이다. 청소년들을 반강제적으로 제재하고, 그들의 문화를 억압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을 더 잘못된 길로 가게 할 수도 있다.

 

억압말고는 방법이 없는가!

청소년기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격동기다. 내분비선의 급격한 발달로 성적 성숙과 아울러 심리, 사회,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또 부모와 가정을 벗어나려는 욕구가 강해지며 만 15세 이상은 또래 친구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게임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초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11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9세에서 49세 국민 1,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가 시간에 온라인 게임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층은 만 9~19세 남성(37.5%)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PC방 이용 빈도 역시 이들 연령층은 한 달 평균 5.4회를 방문한다고 응답했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PC방을 방문하는 셈이다. 이들이 PC방에서 주로 하는 것은 역시 ‘게임’이 82.4%를 차지해 이들 연령대에서 게임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리고 PC방을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50.5%)가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PC방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조사결과에 절반이나 넘었다. 이렇듯 이제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게임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되고 있다.

또한 게임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과 학습적인 면(어학, 간단한 회화, 컴퓨터 조작 능력 등)에서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다. 이와 더불어 자신이 실제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것들을 게임을 통해서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월드컵대회참가, 야구시합, 자동차 경주,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 전쟁, 격투기 게임 등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이나 실제로는 경험하기 힘든 것들을 게임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게임의 장점들이 많기 때문에 부모들은 청소년들의 게임문화를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거나 억압하려고만 한다면 오히려 거부감을 들게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게임문화에 관심을 가져 주고 긍정적인 부분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측면들에 대해서는 무엇이 있는지 알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게임은 학교폭력의 주된 원인이 아니다

지난 2월 15일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청소년과 게임문화’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게임문화재단 김종민 이사장은 학교폭력의 주된 원인중 하나가 청소년 게임문화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문제는 디지털 게임이 나오기 이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꼽혀오고 있었다”

대구가톨릭대 병원의 최태영 교수 또한 “현재까지 폭력 행위와 게임 관련성에 대한 타당도 및 신뢰도 있는 평가 방법이 없었다”며 기존 연구 사례를 들어 게임과 폭력성과의 연관성이 이론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연세대 교육대학원 오승호 특임교수는 청소년 폭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게임 같은 가상공간보다 법교육과 연령 문제가 크기 때문에 학교의 비폭력 문화를 위한 법교육 실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억압보다는 청소년 게임문화 이해 필요

지난 2월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청소년의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 ‘쿨링오프제’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쿨링오프제란 청소년들이 게임이용을 시작한 뒤 2시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게임이 종료되게 하는 것으로, 1회에 한해 재접속이 가능토록하고 있는 제도다. 사실상 청소년들의 게임플레이 시간이 하루 4시간으로 제한되게 되는 것. 하지만 이 제도는 ‘자유의 침해’와 ‘주민등록 번호 도용 등 추가 범죄 가능성’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 제도에 대해 원희룡 의원(새누리당)은 “과도한 규제는 효율성이 없고 너무 많은 규제는 자율만 못하다며 현재 유지되고 있는 규제를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가정과 학교 등 생활 속에서 자율적으로 게임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는 것이 최선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택수 국장(온라인 게임전문잡지 ‘데일리게임’) 또한 ‘쿨링오프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청소년들은 명의도용을 통해 성인 아이디를 발급 받는데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며, 모든 상점에서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지 못하도록 강제해도 청소년 흡연율이 줄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청소년 게임문화에 대한 규제보다는 균형 잡힌 시선으로 청소년 게임문화를 이해하려고 바라봐야 한다는 것에 각계 인사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청소년의 게임문화 이해 돕는 장 마련돼야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게임문화를 억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청소년들의 게임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게임학회장 이대웅 교수는 “우리학교에서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이 어떤 것인지 부모들과 소통해보고자 게임교실을 열어봤는데, 단 한명도 참여하지 않았어요. 학부모들은 청소년 게임문화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거죠” 라며 학부모들이 청소년 게임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울에 사는 김경숙씨(학부모, 43세)는 아이들의 게임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리듬액션, RPG 등 다양한 게임을 직접 해 봤다. “학부모와 청소년이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들은 경쟁 구도를 야기하는 게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청소년 성장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창의적이면서 유익한 게임이 많이 개발돼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라며 게임개발 업계에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청예단 교육센터 유형우 소장 역시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학습적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기능성 게임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게임업계와 전문가, 청소년, 학부모 모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토론회 장이 마련돼야 하며, 학교에서나 각종 교육단체에서 게임문화에 대한 교육 및 세미나, 자료제공이 이뤄져야 한다.

 

올바른 청소년 게임문화 선도위한 사업 시도

한국게임산업회는 게임문화재단을 통하여 게임의 역기능 예방치료 및 순기능확산 제고, 올바른 게임문화 인식개선 활동, 가정에서의 효율적인 게임이용, 게임에 대한 심층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지원함으로써 게임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정착해 나갈 방침이다. 그리고 ‘게임행동뇌연구포럼’을 발족하여 게임에 대한 의학적․학술적 연구 지원,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 학교 Wee센터 등과 연계, 건전한 게임이용 교육 및 게임과 몰입 상담 사업, 찾아가는 게임문화 교실 운영, 지역 거점별 게임인터넷 상담치료센터 운영 사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으로 인한 역기능을 해소하고 건강한 청소년 게임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한 ‘게임문화 자문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게임문화 자문단’에서는 실제 게임 이용 경험을 토대로 게임 서비스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에 대해 건의하고, 지나친 게임 과몰입 유발 요인에 대한 현장 분석을 통해 건강한 게임문화를 조성할 계획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여가 활동의 중요한 영역이자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 국민 여가 선용 기회 확대와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또한 일부 이용자의 지나친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사회적 우려에 대한 학부모, 교육계, 시민 단체 등 의견을 수렴하여 현장 상황에 적합하면서도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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