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체질 개선 성공하며 유럽의 우등생으로
[이슈메이커] 체질 개선 성공하며 유럽의 우등생으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3.0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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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실의 대명사’의 놀라운 반전
주목받는 ‘미초타키스 리더십’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체질 개선 성공하며 유럽의 우등생으로
 

지난해 말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OECD 35개국의 ‘종합 성적표’를 조사해 발표했다.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근원물가상승률과 인플레이션 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고용증가율, 주식시장 성과 등 5가지 지표를 종합 평가했는데, 1위를 차지한 국가는 다름 아닌 그리스였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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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높은 긴축 조치로 경제 부활 토대 마련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3.35%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잘나가는 국가였던 그리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채 폭탄’이 터지며 국가의 존립이 흔들리는 위기까지 내몰렸다. 그리스가 IMF나 EU에서 여러 차례 구제 금융을 받는 동안 유로화 가치는 곤두박질쳤고 세계 증시가 요동쳤다. 그리스가 사고를 치고 나면 독일이 나서 빚을 갚아주며 수습하는 식이라 그리스는 그간 유럽에서 ‘사고뭉치’로 꼽혔다.

  2009년 당시 그리스의 조르고스 파파콘스탄티누스 경제부 장관은 “지난 정부는 그리스의 실질 재정적자가 GDP 대비 6%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지난 몇 주간 수정 작업을 한 결과 그리스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15%에 달한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무엇보다 그리스 정부는 ‘신뢰’를 잃어버리는 큰 타격을 입어야 했다. 2011년 신용평가기관들은 그리스를 ‘정크 등급’으로 강등했다.

  이후 그리스 경제는 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기업들이 무너졌다. 국민들이 은행에 저축해 둔 돈을 빼내 해외에 투자하자 이를 막기 위해 자본 통제가 시행됐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현금 인출기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고, 그나마 여유가 있는 기업들은 현금으로 급여를 주기 시작했다. 2013년 그리스 국민들의 3분의 1이 일자리를 잃었고 유로존 탈퇴 위기까지 내몰렸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3200억 유로에 달하는 구제 금융을 받은 그리스는 강도 높은 긴축 조치를 이어갔다. 이는 재정건전성이 강화되는 등 경제 부활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과감한 예산 삭감을 통해 정부 지출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정부 부채의 부담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팬데믹 동안 그리스의 정부 부채는 GDP 대비 210%까지 높아지긴 했지만 2023년 기준 약 160%까지 떨어졌다.

 

그리스 경제위기 극복에 전환점이 된 것은 2019년 새롭게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다. ⓒEuropean Parliament/Flickr
그리스 경제위기 극복에 전환점이 된 것은 2019년 새롭게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다. ⓒEuropean Parliament/Flickr

 

2022년 3월 구제 금융 졸업
그리스 경제위기 극복에 전환점이 된 것은 2019년 새롭게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다. 지난 4년간 그리스의 경제 회복을 이끈 그는 지난해 6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리스 국민들이 과거의 포퓰리즘 정치 대신 ‘과감한 경제개혁’을 선택한 것이다.

  ‘경제 부흥’을 걸고 총리직에 취임한 그는 구조 개혁을 통해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을 밀어붙였다. 기업 관련 규제는 과감히 줄이고 최저임금은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4월 최저임금을 월 780유로로 인상한 데 이어 4년 뒤 950유로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2021년부터 시작된 그리스의 중장기 경제성장 프로그램인 ‘그리스 2.0’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리스 정부는 EU 회복기금 312억 유로를 포함해 총 589억 유로를 투자하는 국가경제회복 프로그램 ‘그리스 2.0’을 수립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5개년 계획을 통해 ‘그린 전환, 디지털 전환, 고용 인재 개발, 그리고 민간 투자 및 경제 전환’의 4개 부문을 축으로 한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원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가시적 성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리스로 돌아오기 시작하며 2022년 그리스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79억 2,800만 유로에 달했다. 2021년 53억5500만 유로 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수출도 증가해 2021년 기준 그리스의 상품 수출 규모는 2010년과 비교해 90% 정도 늘었다. 그리스 경제의 토대라 할 수 있는 관광산업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2023년에만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그리스를 찾았는데, 이로 인한 매출만 210억 유로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활력을 되찾은 시장 분위기는 경제지표에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리스는 2021년 8.4%, 2022년 5.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EU 평균 경제성장률(2021년 5.4%, 2022년 3.5%)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예상보다 빨리 부채를 상환하면서 2022년 3월 구제 금융도 졸업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적격’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이는 연금 및 대형 투자자들이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렇게 ‘유럽의 문제아’로 일컬어지던 그리스는 현재 유로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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