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빅텐트’ 끝내 해체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요동치는 판세, 민심의 행방은?
총선 출마가 예상되던 인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22대 국회의원 선거도 윤곽을 갖춰가고 있다. 이와 함께 판세도 요동치는 분위기다. 무당층이 줄고 더불어민주당의 우세 상황에서 국민의힘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등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은 기간 공천 잡음 최소화와 전략 거점 지역의 인재 배치, 민생 정책 등이 선거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강·수원·낙동강 벨트가 판세 가를 전망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주요 격전지 대진표는 윤곽을 잡히고 있다. 특히 한강 일대, 경기 수원, 낙동강을 끼고 있는 경남·부산 일대 등 3곳은 양당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며 ‘한강 벨트’, ‘수원 벨트’, ‘낙동강 벨트’로 묶어 전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한강 벨트’와 ‘수원 벨트’를 포함해 주요 험지의 단수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한강 벨트’에 속하는 서울 광진을과 ‘낙동강 벨트’ 내 주요 지역 공천을 확정했다. 광진을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민주당 최고위원이자 지역구 현역인 고민정 의원이 맞붙게 됐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오 시장이 2,000여 표 차이로 진 격전지다.
동작을은 4선에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 전 의원이, 광진갑엔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후보로 확정됐다. 나 전 의원은 민주당 이수진 의원과의 리턴매치가 유력한 가운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등판설도 거론된다. 4년 전 ‘한강 벨트’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용산에선 4선의 권영세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용산이 갖는 입지가 커진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 지역을 탈환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전략공천 가능성과 함께 강태웅 현 지역위원장, 성장현 전 구청장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싹쓸이했던 ‘수원 벨트’에선 국민의힘 영입인재 3인방과 민주당 현역 의원이 맞붙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수원갑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표를 지낸 김현준 전 국세청장과 김승원 민주당 의원, 수원병에선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친명계 김영진 민주당 의원, 수원정은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원내대표 출신 박광온 민주당 의원의 대결이 유력하다.
영남권 최대 격전지인 ‘낙동강 벨트’ 대진표도 사실상 확정됐다. 낙동강 벨트는 부산 북·강서구와 사상구·사하구, 경남 김해시·양산시 등 낙동강을 끼고 있는 9개 선거구로,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향으로 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양산을엔 문 전 대통령이 살고 있고, 김해을은 노 전 대통령 고향이다.
경남 양산을에선 3선의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 재선의 김두관 민주당 의원, 전직 경남도지사 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3선의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기로 한 김해을에선 재선의 김정호 민주당 의원과 맞대결이 유력하다. 5선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한 부산 북·강서갑에선 현역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과의 대결이 확실시된다.
3개 지역구 모두 지난 총선 당시 팽팽한 접전을 펼쳤던 만큼 국민의힘으로서는 ‘해볼 만한 접전지’라 판단하고 중진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낙동강 벨트 핵심 지역구 북·강서갑을 무너뜨리면 김해·양산까지 탈환할 수 있는 만큼, 당 최다선 서 의원에게 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도 4선을 지낸 부산 해운대·기장갑이 아닌 격전지 부산진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해 접전 끝에 승리한 바 있다.
제3지대 찢어지며 양강 구도로 회귀
이번 총선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거대 정당 두 개가 의석 대부분을 차지한 ‘양당제’ 구도에 균열이 생길 것이냐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개혁신당의 탄생으로 출현했던 제3지대 ‘빅텐트’가 이준석 공동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의 결별로 해체됐다. 총선을 불과 두달가량 앞두고 뜻밖의 통합이 이뤄졌었지만, 이념·가치가 다른 두 세력의 화학적 결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정치권의 예측대로 통합 선언 11일 만에 다시 각자도생을 하게 됐다.
이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결별을 공식화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과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이 발표한 합당 선언이 파기된 것이다.
통합 개혁신당이 출항 초반에 좌초함에 따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양당에서 맞서 3자 구도를 만들겠다는 제3지대의 총선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합 개혁신당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개혁신당 입당을 두고 빚어진 신경전이 선거 지휘권 쟁탈전으로 확전되면서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됐다. 개혁신당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사실상 배 전 부대표를 겨냥한 당원 자격 심사위원회 설치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면서 ‘배복주 입당 문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준석 공동대표가 총선 선거 운동 및 정책 결정 권한을 자신에게 위임하는 안건을 의결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새로운미래 출신인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해당 안건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나갔고, 이준석 공동대표, 양향자 원내대표, 조응천 최고위원, 금태섭 최고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최고위원인 김종민 의원은 회의장 퇴장 직후 이준석 공동대표를 국회를 해산시킨 전두환 전 대통령에 비유했고 오후별도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사당화’라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선거 지휘권이 결별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도부 지역구 출마, 공관위원장과 당직 인선, 정책 공약 발표 등의 문제를 두고 양 계파가 사사건건 부딪치며 갈등의 불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신당 인사들은 이낙연 공동대표가 호남에서 총선에 출마해 개혁신당으로 호남 표심을 견인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이낙연 공동대표는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개혁신당은 새로운미래를 제외한 기존 4개 세력의 통합은 유지하며 총선에 나설 방침이다. 4개 세력이 그동안 각종 안건을 두고 큰 이견을 보이지 않은 만큼 ‘진정한 통합’에 통합'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이낙연 전 총리와의 결별이 20·30 남성 등 기존 개혁신당 지지층을 더욱 결집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새로운미래는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존에 사용한 당명인 ‘새로운미래’로 당을 등록했다. 향후 ‘현역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은 민주당의 의원들과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통보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당내 계파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