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호(號)
‘최순실 사태’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호(號)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7.01.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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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최순실 사태’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호(號) 

민생현안 자취 감춘 역대 최악 경제지표, 극복 방안 내놓아야 

 


20대 국회 출범 9개월 만에 자신있게 내세웠던 협치는 커녕 정쟁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헌정사상 최악으로 평가받았던 19대 국회보다 더 나쁜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최순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 컨트롤 타워 기능이 마비되고, 국회는 정쟁에 매몰되는 등 민생 현안마저 '최순실 블랙홀'로 빨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민생’은 자취를 완전히 감추게 됐다. 




최순실 사태에 발목 잡힌 민생경제


최근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른 ‘최순실 게이트’에 국회의 민생 현안이 매몰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기는 커녕 통상적인 행정의 집행 기능도 떨어져 초유의 국가 위기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작년 하반기 들어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노동계의 잇단 파업,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인해 노동개혁 4법 처리는 물론 내년도 예산안 처리, 미래성장동력 확대 법안 등 처리가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북핵 문제 등 대내외적 문제가 더해져 기업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경제 상황은 내수와 수출이 동반침체하는 악재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2017년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6%보다 0.1%포인트 더 낮은 것으로 경제 상황이 현재보다 더 암울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전망조차 최순실 사태의 부정적 요인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실질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는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및 현대차의 파업·리콜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던 ‘빅2’ 기업의 악재가 겹치면서 각종 경제지표들은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 11월에 발표된 ‘2016년 3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엔진으로 여겨졌던 제조업 생산은 전 분기 대비 1.0%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영향을 받았던 2009년 1분기(-2.5%)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의 성장 기여도 역시 2009년 1분기(-0.6%) 이후 가장 낮은(-0.3%포인트) 수준을 보였는데, 그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제조업이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깎아먹은 셈이다. 수출 물량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제조업 위기 상황이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출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새로운 전략방향 설정이 시급하지만 정부와 여야 3당은 최순실 사태에 발목 잡혀있는 형국이다. 

 

식물정치로 전락한 국회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이후 청와대는 사실상 정책조정 기능을 잃었다. 거기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거세지면서 각 부처 장관들은 조직 내에서 역할을 하지 못해 ‘식물 장관’이라는 말 마저 듣고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부처에서 장관이 교체될 수밖에 없는데다 정국 주도권이 어디로 넘어갈지 몰라 관료사회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등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바 있지만 야권의 반발로 인사청문회 및 국회 인준 가능성에 대한 불투명성이 높아져 오히려 기존의 총리와 장관까지 힘을 잃은 형국이다. 기획재정부는 정기국회를 통해 ‘규제프리존특별법’을 통과시켜 시·도 별로 묶여 있는 규제를 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 예로 지역자치단체인 부산광역시의 경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좌초 위기에 몰린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제 기대를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노동개혁 5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다. 최근 나오는 경제대책도 이 같은 무기력증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이 진통 끝에 확정됐으나 새로운 내용도 없고 근본적인 해법을 찾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도 엿보이지 않아 ‘맹탕’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일 발표되는 부동산 과열 대책도 정부의 힘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으로 꼽히는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도 최순실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0월 31일부터 이틀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사실상 ‘최순실 청문회’나 다름없었다.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이 잡힌 201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회의가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장기 저성장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새해 벽두부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예산안 처리가 지연돼 이 기한을 넘길 경우 국회선진화법 도입으로 예산안이 법정 시한 내 처리된 지 3년 만에 다시 구태를 반복하게 되는 셈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집행돼야 할 역대 최대인 400조 원대 ‘슈퍼예산’의 발이 묶이게 되고 지방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확대된다.

 

국회에 발이 묶인 채 계류돼 있는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 특별법, 경제활성화 법안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제 법안들도 처리 시기가 묘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과 각종 경제 활성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정된 이들 법안은 사실상 사장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 회복’과 ‘민생 법안’ 처리에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을 둔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에 말려들며 경제 위기를 타개해야 할 리더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 현안 처리를 지연하거나 졸속 추진하는 등 구태의연한 행태를 되풀이할 경우 내년도 경제 위기는 불 보듯 뻔하다”며 “정부와 재계·노동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우려했다. 최순실 사태에서 정치계, 재계, 노동계 등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최순실 쇼크에서 벗어나 민생을 챙길 수 있을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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