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급격히 변화하는 노동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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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2.2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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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치솟은 노동자 임금
AI 발전으로 사무직 ‘해고 광풍’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급격히 변화하는 노동 지형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득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임금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완화됐다는 내용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에게 ‘노다지(bonanza)’가 터졌다”고 표현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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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익빈 부익부’ 현상 퇴조 추세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생산·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가파르게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저·접객업에 종사하는 일반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이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 30% 가까이 치솟아 같은 기간 전체 노동자 임금 상승률 20%를 훨씬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대학 학위가 대신 도제식 견습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일자리의 임금은 더 높아져 기계공은 시간당 23.32달러, 목수는 시간당 24.71달러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고령화로 젊은 인력을 찾기 어려운 선진국에서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직종의 구인난이 커지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인력 공급 업체 맨파워그룹이 지난해 41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77%의 기업이 직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대답했다. 불과 8년 전인 2015년만 해도 인력난을 호소한 기업은 약 절반 정도인 38%에 그쳤는데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오른 셈이다.

  이처럼 저숙련·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이 크게 오르자 경제학자들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퇴조에 주목하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임금 하위 10%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은 2020년 1월과 견주어 8.1% 늘었다. 이에 비해 임금 분포의 가운에 자리하던 노동자들의 소득은 1%만 증가했고, 상위 10%는 오히려 1.5% 줄었다.

  지난 글로벌 금융 위기(2007~2009년) 당시에는 블루칼라에게 타격이 컸다. 기업들이 생산 감축 카드로 생산직 노동자부터 잘라냈기 때문이다. 이후 임금 상승도 더뎠고 소득 불평등은 더 커질 게 자명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화이트칼라’가 안정되고 벌이가 낫다는 오래된 통념이 뒤집히며 저임금 블루칼라가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Pixabay
‘화이트칼라’가 안정되고 벌이가 낫다는 오래된 통념이 뒤집히며 저임금 블루칼라가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Pixabay

 

노동자 실제 인식은 다르다는 지적도
블루칼라 전성시대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다. 선진국 위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할 사람이 줄자 노동력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생산 가능 인구는 역사상 가장 느린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10년 뒤엔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측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정도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의 노동자들을 다시 찾는 현상도 빈발해지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이에 주요국들이 중국 등에 대한 노동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에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같은 이유로 노동자들 몸값이 치솟으며 예전과 다른 양상이 펼쳐지게 됐다는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도 있다. ‘화이트칼라’들이 안정되고 벌이가 낫다는 게 오래된 통념이 AI의 등장으로 뒤집히고 있어서다. 실제 관련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저숙련 단순 노동자들이 아닌 대기업 관리직이나 사무직 종사자들이 먼저 ‘해고 광풍’을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노동부 통계를 분석, 지난해 3월 기준 IT 분야의 정리 해고가 1년 전보다 88%나 늘었고 금융과 보험 업계의 정리 해고는 5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저임금 블루칼라의 소득이 늘어 경제 양극화가 개선된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과 달리, 노동자들의 실제 생각은 통계치와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코넬대 노사관계대학원의 ‘노동운동 추적기’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에선 413번의 파업에 약 50만 명의 노동자가 참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운동이 활발했던 1980년대 초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노동자의 파업 참여 증가는, 노동자 스스로의 경제적 지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행위이자, 1980년대처럼 파업을 자신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유용한 도구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블루칼라 임금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노동자들의 인식은 팬데믹 이후 경제적 과실을 여전히 기업과 일부 경영진이 독점한다고 보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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