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전례 없는 문화 현상 일으키는 팝 아이콘
[이슈메이커] 전례 없는 문화 현상 일으키는 팝 아이콘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1.2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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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역사상 첫 매출 ‘10억 달러’ 돌파
세대 초월한 음악과 진정성이 열풍 이끌어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전례 없는 문화 현상 일으키는 팝 아이콘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23년 올해의 인물’로 미국의 컨트리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선정했다. 1927년 해당 시상이 시작된 이래 연예인 단독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정 배경을 두고 타임은 “2023년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현대(現代)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자리매김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지난해 그가 펼친 활약은 ‘하나의 현상’이라 할 만큼 대단했다.

 

ⓒ테일러 스위프트 X
ⓒ테일러 스위프트 X

 

“현대 음악 산업 그 자체”
서른다섯의 스위프트가 대중음악 분야에서 얻은 성취는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3번이나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프랭크 시내트라, 스티비 원더, 폴 사이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최근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제치고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에서 가장 오래 1위에 머무른 솔로 가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룹까지 포함하면 비틀스(132주)에 이어 2위다. 지난해 ‘자신의 곡들로만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0위를 모조리 채운 최초의 뮤지션’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또래와 달리 컨트리 가수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열두 살에 부모를 설득해 ‘컨트리 음악의 고향’ 테네시주 내슈빌로 이사 갈 정도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하루에 몇 시간씩 기타와 노래 연습에 매진한 결과 17세이던 2006년 데뷔에 성공한 뒤, 2008년 발매한 두 번째 앨범 ‘피어리스(Fearless)’가 당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음반으로 기록되며 일약 세계적 팝스타로 도약한다. 이 앨범으로 그래미상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최연소로 석권했고, 이후 3집에서 모든 곡을 홀로 작사·작곡하고, 4집에서는 팝에 도전하는 등 자기혁신을 거듭하며 대체할 수 없는 가수로 자리 잡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세간의 관심이 몰리면서 카니예 웨스트 등 유명인의 공격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스위프트는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던 당시 3년간 총 3개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기존에 발표한 앨범 2개를 재녹음해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왕성한 창작력은 ‘에라스(Eras) 투어’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시사 주간지 타임의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연예인 단독 수상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X
테일러 스위프트는 시사 주간지 타임의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연예인 단독 수상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X

  압도적 규모와 화려함으로 무장한 그의 콘서트는 음악 산업을 재부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7월 22일 미국 시애틀 루멘필드 경기장에는 개장 이래 최다인 72,171명 운집했는데, 팬덤 ‘스위프티(Swiftie)’의 열광적인 움직임에 이날 경기장 주변에선 규모 2.3 지진이 감지될 정도였다. 투어의 위력은 물리적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투어 시작 8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단 60회 공연으로 미국 대중음악 콘서트 투어 사상 최초의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테일러 스위프트는 작년 한 해 음반과 저작권료, 콘서트, 굿즈 등으로 약 18억 2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공연이 창출하는 경제 효과도 어마어마하다. 시장조사 업체 퀘스천프로의 자료에 따르면 관객 한 명이 공연 도시에 머물며 쓰는 금액은 평균 1,279달러에 달했다. 팬들이 공연장 주변 상권을 점령한 것이다. 실제 투자회사 번스타인은 “스위프트가 지난 3월부터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공연을 위해 방문한 주의 호텔 객실당 월간 평균 수입이 작년 동기보다 7%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기간 미국 전체 주의 호텔 객실당 평균 수입 증가치보다 4%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해 5월 필라델피아 공연 때는 지역 호텔 매출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8월 로스앤젤레스 공연에서는 1억 6,000만 달러 상당의 지역 소비가 일어났다. 시카고 지역의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43,000여 회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해 스위프트의 공연으로 창출된 미국 내 경기 부양 규모는 20여 개 도시에서 5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압도적 규모와 화려함으로 무장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는 음악 산업을 재부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테일러 스위프트 X
압도적 규모와 화려함으로 무장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는 음악 산업을 재부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테일러 스위프트 X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스토리텔러’
스위프트는 음원 발매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2014년부터 3년간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음원 제공을 거부하며 갈등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는 “스포티파이에서 한 곡이 재생될 때 가수가 얻는 수입은 0.006~0.0084달러에 불과하다”며 거대 플랫폼을 공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서는 “불법 복제, 파일 공유, 스트리밍으로 앨범 판매량이 부쩍 줄면서 많은 아티스트가 타격을 입었다”며 “음악은 예술이고, 예술은 희소한 것으로, 가치가 있는 것에는 응당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이후 스위프트는 음원 유통 전략을 바꿔 2017년 ‘레퓨테이션(Reputation)’을 발표할 때 앨범을 먼저 발매한 뒤, 시차를 두고 스트리밍 플랫폼에 음원을 공개했다. 그 결과 앨범은 발매 첫 주에만 120만 장이 넘게 팔리며 2017년 최다 판매 앨범으로 등극했다. 이에 발맞춰 스트리밍 플랫폼의 기세에 짓눌리던 음반 판매 산업도 반전을 맞았다. 10년 전 131억 달러에 머물던 세계 음악 시장 규모는 2022년 262억 달러로 치솟았다. 그를 두고 ‘현재의 음악 산업 그 자체’라고 찬사를 보내는 게 과장된 표현이 아닌 셈이다. 타임 역시 “스위프트가 예술가로서 이룬 업적이 문화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전례 없는 열풍에 학계에서는 스위프트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호주 멜버른 대학은 올해 2월 스위프트의 이름을 딴 학술대회 ‘스위프트포지엄’을 개최한다. 또한 미국 명문 하버드대는 올해 봄 학기부터 ‘테일러 스위프트와 그녀의 세계’ 강의를 신설해 스위프트의 음악 세계를 살펴볼 예정이다. UC버클리 하스비즈니스스쿨은 그녀의 기업가 정신에 관한 강의를 개설했다. 크리스털 하란토 교수는 “공연과 인터뷰, 언론 보도를 분석해 팝스타가 어떻게 열성 팬덤을 확보하고, 매력적 브랜드를 갖추며 음악 산업을 장악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으로 창출된 미국 내 경기 부양 규모는 20여 개 도시에서 5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테일러 스위프트 X
지난해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으로 창출된 미국 내 경기 부양 규모는 20여 개 도시에서 5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테일러 스위프트 X

  그는 지난해 연말 토네이도로 피해를 본 미국 테네시 지역사회에 100만 달러의 기부를 실천하는 등 사회공헌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여성 인권 증진 및 성 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등 사회 이슈에도 적극 목소리를 낸다. 그 공로로 2017년 여성 성폭력 실태를 알린 ‘침묵을 깬 사람들’ 5인에 포함되어 이미 타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적도 있다. 미국 정치에도 꾸준히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최근 마르가리티스 스히나스 EU 부집행위원장이 스위프트의 이름을 언급하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스위프트가 젊은 층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인 만큼 6월에 있을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독려해달라는 이유에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스위프트는 음악 산업에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라며 “진정성 있는 음악과 삶의 태도가 스위프트 열풍을 가능케 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투어에서는 많이 가보지 않은 나라를 가겠다’고 밝혔던 스위프트는 2월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투어를 시작한다. 아쉽게도 한국은 투어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한국 팬들은 스위프트의 공연 실황 영상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로 아쉬움을 달랬다. 개봉 당시 CGV 용산아이파크몰 상영관은 600여 석의 자리가 꽉 들어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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