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소셜·라이프] 직업훈련으로 '희망의 빛' 그리는 中 장애인
[기획·소셜·라이프] 직업훈련으로 '희망의 빛' 그리는 中 장애인
  • 이종철 기자
  • 승인 2024.01.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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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화가 쑨궈둥(孫國棟)이 지난해 11월 22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핑인(平陰)현에 위치한 뤼쩌(綠澤)화원회사의 화실에서 유화를 그리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이슈메이커=신화통신]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핑인(平陰)현에 위치한 뤼쩌(綠澤)화원회사의 화실에서 장애인 화가 쑨궈둥(孫國棟)이 이젤을 세우고 화판을 조절한 후 붓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 그의 붓끝에서 '싱싱한' 배추와 토마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36세인 쑨궈둥은 어려서 뇌성마비를 앓아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하고 손을 활짝 펼 수 없다. 과거 그는 소득 없이 집에 머물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지난시 쿵춘(孔村)진의 뤼쩌화원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장애인이 그림을 배우기란 무척 고된 과정이다. "전 기초가 전혀 없었습니다. 손목과 팔이 뻣뻣해 선을 똑바로 그리지도 못했죠. 전 매일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두 시간 그리다가 점점 시간을 늘려 지금은 매일 6~7시간 동안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쑨궈둥의 말이다.

2년여간의 고된 연습을 거친 쑨궈둥은 화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각종 동물화, 풍경화를 그리고 작품이 해외에 팔리기도 한다. 그는 "몸에 장애가 있지만 그림이 다시 '일어서게' 해 줬다"면서 "매월 3천~4천 위안(약 54만6천~72만8천원)의 수입도 있다"고 말했다.

뤼쩌화원은 교육, 모사∙창작, 주문 작품 제작∙판매를 모두 아우르는 문화 기업으로 장애인이 특기 하나를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핑인현 관련 부서의 지원을 받아 뤼쩌화원은 장애인에게 무료 교육, 무료 숙식을 제공하면서 각기 다른 신체 조건과 취업 의사가 있는 장애인에게 맞춤 교육 콘텐츠를 마련했다. 시험에 합격한 장애인은 바로 화원에 취직할 수 있고 노동계약을 체결해 보험 혜택도 받고 있다.

장리천(張利臣) 뤼쩌화원 부사장은 화원 강사들은 간단한 선 그리기와 소묘부터 그림 구도 배치, 컬러 조합까지 장애인이 혼자 그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정성껏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림이 맞지 않는 장애인을 위해 석조조각, 조향, 도자기 등 교육과정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선천성 척수 장애를 앓고 있는 쑹쉐메이(宋雪梅)가 지난해 11월 22일 전자상거래 라이브방송으로 뤼쩌화원의 문화창작물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안녕하십니까? 라이브방송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쑹쉐메이(宋雪梅)는 삼각대와 휴대전화 한 대를 가지고 휠체어에 앉은 채 여유 있게 라이브방송을 시작했다. 그의 뒤로는 뤼쩌화원 출신 장애인 화가가 그린 각종 작품이 놓여 있다.

쑹쉐메이(34)는 어려서 선천성 척수 장애를 앓아 보행이 어렵다. 그 역시 2013년 뤼쩌화원에서 유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풍경 유화 회화 기법을 터득했다. 2017년 뤼쩌화원이 전자상거래부를 설립하자 그는 또 컴퓨터 다루는 법을 스스로 배웠고 이제는 전자상거래부 관리자가 됐다.

그는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의 '짐'이었던 자신이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는 근로자가 됐다"면서 "매년 4만~5만 위안(728만~910만원)을 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 결혼도 해서 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부서의 지원으로 다년간 뤼쩌화원에서 훈련을 받은 장애인은 총 780여 명에 달하고 그중 화원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장애인은 105명이다. 먼훙빈(門洪斌) 쿵춘진 당위원회 서기는 지역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의 보행 문제 등 많은 문제 해결에 협조하는 한편 화원이 장애인의 문화창작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2018년 뤼쩌화원이 중국장애인연합회가 선정하는 국가급 장애인 직업훈련기지로 지정됐고 2019년에는 전국 장애인 문화크리에이티브 산업기지로 평가받았다고 부연했다.

왕중우(王忠武) 산둥(山東)대학 사회학 교수는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나은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도록 도우면 그들의 자립을 실현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장애인 생활의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그들이 사회에 더 잘 통합될 수 있도록 '희망의 빛'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은 장애인의 직업 기술 훈련을 통한 취업 기회 확대를 위해 다수의 관련 부서가 힘써 왔다. 중국장애인연합회의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2년까지 중국의 장애인 취업 서비스 관련 기관은 이미 2천700여 개에 달하고 전문 종사자는 1만2천 명이다. 또 운영 중인 국가급 장애인 직업훈련 기지는 478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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