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공학의 가치를 확산하는 역할 하고 싶습니다”
“인간공학의 가치를 확산하는 역할 하고 싶습니다”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3.12.22 2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THE LAB] “인간공학의 가치를 확산하는 역할 하고 싶습니다”

이원섭 한동대학교 ICT 창업학부 교수 (사진=임성희 기자)
이원섭 한동대학교 ICT 창업학부 교수 (사진=임성희 기자, 촬영장소=사이즈코리아)

 

신진인간공학자상 수상
“인간공학, AI 시대 인간과 기술의 현명한 공존 방법 제시할 것”

(사진출처=프리픽)
(사진출처=프리픽)

AI와 인간의 공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인간공학(人間工學, ergonomics)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간공학은 인간과 제품의 조화로운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첨단 기술이 우리 삶에 이미 깊숙이 들어온 이상, 우리는 인간이 더 행복할 수 있는 기술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더 꿈꾸고 연구해야 한다. 최근 신진인간공학자상을 받은 한동대 이원섭 교수는 인간중심인 인간공학을 전파해 기술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보편적 기술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모교인 한동대에 부임해, 제자이자 후배들에게 인간공학의 가치 가르쳐
기자는 ‘인간공학’이라는 말이 생소했다. 이원섭 교수도 처음부터 인간공학을 배웠던 건 아니라고 했다. 인터넷 서비스가 활성화 되고, IT 기술이 부흥할 때, 대학교에 들어가게 된 그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관련 전공에 지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있던 해에 한동대학교에 입학했고,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 UX 디자인, 디자인경영,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디자인이라는 것은 나의 미적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된 제품을 쓰는 사람들의 필요와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인간 중심의 설계(human-centered design)’에 관해 깊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이 교수는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대학원에서 ‘인간공학’을 전공했고,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교에서 3년 동안 연구원으로 지내며, 인간공학 중 특히 ‘인체측정학’에 전문성을 갖췄다. “포스텍 대학원 때 유희천 지도교수님 프로젝트를 제가 맡게 됐는데, 공군 조종사 산소마스크 설계였어요, 당시 미군이 쓰는 제품을 그대로 수입해오니, 한국인 얼굴형과 맞지 않아, 한국형 산소마스크를 제작하자는 프로젝트였죠, 제가 일일이 공군들을 찾아다니며, 얼굴형을 스캔했고, 그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산소마스크 제작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인체측정학을 제 주 전공으로 삼게 됐습니다” 이원섭 교수는 2018년 모교인 한동대학교 ICT 창업학부에 부임해 인간 중심의 제품/서비스 기획, 서비스 프로토타이핑, 웹/앱 개발, UX엔지니어링 등을 가르치고 있다. “제가 대학생 때 많은 교수님께서 마음을 다해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챙겨주셨던 것을 기억하며, 저 또한 그 소중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다짐으로 오늘도 학생들을 마주합니다”

“우리 주변 모든 제품엔, 인간공학의 가치 담겨 있어”
이원섭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 주변 모든 제품에는 인간공학의 가치가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 현대인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휴대폰에서, 젊은이들의 필수품인 무선이어폰, 코로나19로 대유행했던 마스크에서도 인간공학의 가치는 발휘되고 있었다. 이원섭 교수는 “다른 기술들에 비해 크게 부각되진 않는 것 같지만, 곳곳에 인간공학 분야를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우리가 다양한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 인간공학자들의 연구 덕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편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인체측정학, 실사용자의 인체 크기를 고려한 제품개발에 큰 역할”
이원섭 교수가 연구하는 인체측정학은 제법 보편적인 분야이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전문 연구자는 희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측정학은 사람의 몸에 편한 인체공학적 제품을 설계하기 위하여 사람의 신체 부위별 크기(예: 키, 앉은키, 허리둘레, 다리 길이, 머리둘레, 눈동자 사이 간격, 손바닥 너비 등)를 계측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과거에는 모든 인체 치수들을 줄자로 계측했는데, 요즘은 3차원 인체 스캐닝을 통해 우리 몸을 곧바로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어 제품 설계에 활용한다. “인체 측정 데이터는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적용되어 있는데요,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는 의자와 책상, 의복과 신발, 컴퓨터 마우스, 자동차 운전석 등이 모두 인체 측정 데이터를 활용하여 설계되고 있습니다”라며 그는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는 모든 공간과 관련된 제품들은 실사용자의 인체 크기를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합니다. 만약 인체 크기가 고려되지 않는 제품을 사용한다면 불편할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생산성도 떨어지게 되며, 안전과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저는 사람들이 사용하거나 착용하는 제품들의 인간공학적인 설계를 위하여 30,000명 이상의 방대한 인체 크기와 인체 형상 정보를 가공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방대한 데이터를 얻는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 사이즈코리아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이즈코리아는 대한민국 국민의 신체 치수(키, 몸무게 등)를 측정하고, 그 통계 결과를 공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간공학자들,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
사이즈코리아의 데이터는 공개돼 있어, 누구나 활용할 수 있지만, 관건은 바로 빅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자료를 뽑아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달렸다. 순수한 데이터들을 필요에 따라 가공하는 능력에서 이 교수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고, 2023 대한인간공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신진인간공학자상’을 수상하며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진연구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최근 5년간(2019~2023년) SCI 논문 19편, KCI 논문 4편, 국제 학술대회 발표 9건, 국내 특허 등록 4건, 연구재단 과제 2건, 산업체 과제 10건 등의 연구실적을 달성했으며 연구에서 다룬 주요 기술들은 공군 조종사 산소마스크, 황사마스크, 고령자용 고관절 보호구, 의자, 안경, VR기기, 이어버드, 헬멧형 의료기기, 얼굴용 뷰티케어제품 등 다양한 제품의 설계 및 상용화에 활용됐다. 또한 코로나 시기부터 운영해온 유튜브 채널 ‘이원섭 교수의 통찰력 발전소’를 통해 인간공학 소사이어티 발전에도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로 3회째인 상이라 수상자가 많지 않지만, 사실 인간공학 분야에는 대단한 실력을 갖춘 분들이 많이 계시고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연구를 하고 계십니다. 제가 신진상을 수상한 덕분에 인간공학이라는 분야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라며 그는 “‘인간공학’은 초융합 분야로 인간의 신체적 활동뿐만 아니라 인지적 활동이나 감정적 활동에까지 그 적용 범위가 넓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의 인터페이스를 최적화하거나, 미래형 자율주행 자동차의 감성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것도 다 인간공학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도 자동차 의자나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고 도로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참여한 인간공학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 덕분입니다. 인간공학 연구자들이 우리 일상의 각 영역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창업으로 인간공학자로서, 교육자로서의 ‘나’의 가치 찾기
그는 자신의 교육은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앱/웹 개발에 집중되어 있고 연구는 사람의 몸에 꼭 맞는 제품의 형상을 설계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어, 교육과 연구가 따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며, 최근 고민에 관한 결과로 ‘창업’을 결심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창업으로 고민의 방을 탈출함과 동시에 인간공학자로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날 것의 빅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력은 그의 장점이고 이 장점을 살려 그의 기술이 다양한 산업체에 활용된다면, 다수의 인간이 보편적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 탄생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그는 창업으로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편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이원섭 교수는 AI와 같이 세상을 좌지우지할 컴퓨터 기술을 직업으로써 다루게 될 ICT 분야의 학생들이 앞으로 그들의 삶에서 만나게 될 윤리적 문제들을 항상 생각해볼 수 있도록 서평 과제를 제시한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세상의 1%만이 아닌 90% 이상의 소외된 이웃들의 삶에도 두루 도움을 줄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의 가치를 가르치며, “나는 가치 있고 영향력 있는 교육자인가?”를 항상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창업이 성공한다면 그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리라. “내 전공 분야를 통해 세상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며, 그것은 또한 나의 개인적인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몸으로 부딪쳐 배우고 느끼고자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얻은 답을 가지고 다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게 될 날을 기대해봅니다” 

 

이슈메이커 임성희 기자 shlim@issuemake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