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vs 월마트. 세계 유통 경제 흐름 변화
아마존 vs 월마트. 세계 유통 경제 흐름 변화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6.10.05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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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Cover Story] 21세기 유통전쟁

 

아마존 vs 월마트. 세계 유통 경제 흐름 변화, 혁신 이끌 승자는?

 

제트닷컴 인수로 불붙은 ‘유통전쟁’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amazon.com

 

 

 

21세기 최대 ‘유통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세계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 공룡 월마트(Walmart)와 온라인 최강자 아마존(Amazon.com)이 정면승부를 시작한 것이다. 이 전쟁의 시발점은 최근 월마트가 ‘아마존 킬러’로 잘 알려진 제트닷컴(Jet.com)을 인수하면서부터다. 표면적 규모로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열세인 아마존이지만, 이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유통의 흐름을 타고 월마트를 압박해왔던 터라, 이번 월마트의 제트닷컴 인수는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변화의 폭풍이 불어 닥칠 세계 유통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큰 그림 그린 ‘다윗’의 성장


지난 2015년 7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제프 베조스 CEO)의 시가총액이 2,67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월마트(더그 맥밀런 CEO)의 2,335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보고가 있었다. 연 매출은 월마트에 비교할 바는 아니었지만, 아마존의 기업 가치가 월마트를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유통 경제의 흐름이 달라졌고, 그 중심에 온라인 유통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아마존의 기업 가치에 대한 회의적인 분석도 많았다. 아마존의 이익이 대부분 전자상거래부문이 아닌 아마존 웹 서비스(AWS)에서 나왔다는 것. 게다가 다른 사업 분야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했던 아마존이었기에 실제로 월마트를 넘어섰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두 유통 강자의 자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아마존은 시가총액 3,370억 달러로 크게 성장했고, 월마트는 지난해와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 30% 가까이 시가총액이 급락했었던 월마트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통해 현 상태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아마존이 월마트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초반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아마존은 전통적인 유통 업체의 사업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투자금으로 창고를 확보하며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해 공격적으로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이때 외형적으로 보이기에 아마존은 웹 사이트로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 외에는 월마트처럼 전통적인 유통 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때문에 월마트는 기존에 자신들이 가진 물류 체계와 인프라라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아마존이 자신들의 영역을 넘볼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월마트도 90년대부터 이미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닷컴 버블’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자체적인 인프라를 가진 전통적인 유통 업체들만 그나마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음원 서비스 시장으로 격전지를 옮겨 맞붙었지만, DRM(Digital Right Management) 자유를 내세운 아마존의 승리로 막을 내렸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월마트는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이라는 새로운 장벽을 맞이하게 됐다. 아마존 프라임은 아마존의 멤버십 서비스로 초기에는 '주문 후 이틀 만에 배송'을 해준다는 게 핵심이다. 이어 ‘킨들’을 내놓은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도서 시장에서도 월마트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속해서 아마존과 월마트는 경쟁을 해왔는데, 매번 승자는 아마존이었습니다. 콘텐츠 사업을 넘어 이제는 쇼핑 부문에서도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아마존 프라임으로 확보한 고객을 바탕으로 월마트가 상상하지 못했던 큰 그림을 이미 그려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콘텐츠로부터 시작된 고객 이탈이 결국 유통 사업까지 영향을 주게 된 것이지요”라고 전했다.

 

‘제트닷컴’이라는 묘수(妙手)


지난해 월마트도 아마존 프라임에 대응할 배송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출발점이 너무 늦었다. 아마존은 이미 PB 상품 개발과 신선품 배송, 자체 패션 브랜드 개발로 월마트의 추격 범위에서 벗어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월마트가 노사 간의 갈등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마존은 로봇 회사를 인수해 창고 자동화를 실현시켰다. 물류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 문제가 핵심이 아닌 미래를 내다본 아마존의 전자상거래와 물류 체계를 혁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인 아마존은 이미 ‘아마존 대시(Amazon Dash)’라는 서비스로 새로운 개념의 전자상거래 생태계 조성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월마트가 반등(反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궁지에 몰렸던 월마트가 지난달 8일 ‘아마존 킬러’로 잘 알려진 제트닷컴을 33억 달러(3조 6,316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월마트 54년 역사상 가장 큰 인수금액이고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인수가액 중 최대 규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트닷컴의 창업주 마크 로어(Marc Lore)를 전격 영입한 것이다. 로어는 아마존 임원 출신으로 제트닷컴 매각과 함께 월마트 전자상거래 전략 총괄로 일하게 된다. 아마존의 노하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로어가 월마트에 합류함으로써 유통대전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로어가 2013년에 설립한 제트닷컴은 온라인쇼핑몰 벤처기업으로 공식 전자상거래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33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월마트에 매각시켰다. 오프라인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의 회원제 서비스를 온라인 쇼핑몰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대박을 터뜨렸는데, 오픈 당시 첫 슬로건도 ‘코스트코를 좋아하십니까? 아니면 아마존을 좋아하십니까?’였을 정도로 자사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과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모두 충족시킨 기업이었다. 초반 연회비 44.99달러 온라인 회원제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10월 유료 회원제를 폐지하며 고객 수를 크게 늘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상품가격을 셔플(shuffle·정리)하는 중개인 역할을 맡으면서 값싼 제품과 빠른 배송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제트닷컴은 월가 벤처캐피털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에서 7억 달러(7,692억 원)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1조 원)로 우량벤처를 뜻하는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전자상거래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지만, 성장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IT와 유통 ‘베테랑’인 로어가 월마트에 합류함으로써 월마트의 전자상거래 사업이 급물살을 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변화하는 월마트,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그렇다면 월마트는 왜 제트닷컴을 인수한 것일까? 이는 단순히 아마존의 대항마라서가 아닌 앞서 언급했던 ‘아마존 프라임’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마트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매번 아마존 프라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아마존 프라임 못지않게 충성스러운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제트닷컴이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에 아마존과는 차별화된 프라임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하에 제트닷컴을 인수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제트닷컴 고객들에게 월마트의 서비스를 덧붙이는 형태의 새로운 홍보 수단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제트닷컴 역시 기존의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멤버십의 혜택을 늘릴 방안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유통업계의 새로운 국면이 도래한 것이다.

 
이처럼 월마트의 변화 노력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조사된 월마트의 2분기 실적은 기대 이상을 기록하며 부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월마트는 지난 8월 18일(현지시각) 지난 2분기(5~7월)에 37억 7,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주당 1.21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6%나 뛴 것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넘어섰다. 이 기간 매출도 0.5% 뛴 1,208억 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마트의 이 같은 실적은 경쟁업체인 ‘타깃’과 ‘메이시’ 같은 유통업체가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뒤 나왔다. 최근 아마존 같은 온라인 상거래 업체에 밀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고전을 겪는 분위기에서 나온 결과라 고무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월마트가 매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직원 연봉을 인상하며 고객 응대 만족도를 높이고 온라인 매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면서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실제 월마트의 매출은 8분기째, 방문고객은 7분기 연속 증가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존 조리디스 버킹엄 리서치그룹 애널리스트는 “월마트의 판촉비용이 과다해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며 “월마트의 판촉비용이 수익성에 타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월마트의 지난 분기 영업수익은 7.2% 감소했는데, 이는 온라인 매장에 대대적인 투자와 직원 임금 인상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 ⓒcorporate.Walmart.com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에 발맞춘 전략 필요


이처럼 지구촌 유통 전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변화의 바람일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인천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약 1조 원을 투자해 인천 영종도 경제자유구역에 30만 평 규모의 알리바바 타운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단순한 ‘추측성 보도’로 끝났지만, 알리바바 그룹이 한국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높이 보고 있는 만큼, 언제든 국내 물류 비즈니스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여겨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 역시 국내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물류센터를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배송이 느리고 반품이 어려운 해외 직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이들의 강점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아마존은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에 이미 물류창고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kt경제경영연구소 성민현 선임연구원는 “국내 유통업계는 거대 외국기업들과의 경쟁을 의식하고 비교우위의 물류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 혁신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물류서비스의 혁신은 기본이고 대외적으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형태로 스마트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백화점과 마트도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의 아마존’을 지향하고 있는 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경쟁도 과열 분위기다. 하지만 핵심은 다르다. 아직 국내 유통업계는 최저가 경쟁이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마케팅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실제 월마트의 ‘매일 최저가(everyday low price)’ 전략은 물류를 혁신한 아마존의 ‘공습’에 밀렸던 선례가 이를 증명해준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전 세계는 ‘언어 장벽’이 사라질 전망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외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 기회로 풀이될 수도 있다. 즉, 글로벌 트랜드에 뒤떨어진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유통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월마트와 아마존의 전쟁 시작이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유통업계의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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