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대했던 시작, 빛바랜 텀블러
창대했던 시작, 빛바랜 텀블러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6.10.04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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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창대했던 시작, 빛바랜 텀블러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 음란사이트의 폐해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라넷’.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하여 인터넷에 유포한 것은 물론이고, 집단 성폭행을 모의하기도 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수사당국은 대대적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소라넷은 페쇄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제2의 소라넷’이 등장해 이목이 집중됐다. 제2의 소라넷은 바로 ‘텀블러’이다.

 

 

What is 텀블러?
 

최근, ‘제2의 소라넷’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소셜네트워크(SNS) 텀블러. 그러나 초창기 텀블러는 매우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텀블러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카프는 학교를 자퇴하고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다. 2007년, 카프는 ‘모든 영광은 시작에 있다(All glory to launches)’를 모토로 소셜 네트워크(SNS) 텀블러를 개발했고, 2013년에 야후가 11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다시 텀블러에 이목이 집중됐다.
 

  텀블러 사용방법은 다른 SNS와 동일하다. 사용자가 글이나 사진, 영상을 자신의 텀블러 블로그에 올리면 온라인 친구가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댓글을 남긴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보다 콘텐츠를 올리기가 쉬운데, 이는 예술가나 창작자들이 텀블러를 통해 보다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 카프의 바람 때문이다. 그래서 텀블러는 그와 관련된 제재 또한 적은 편이다. 그런데 이 점이 되려 텀블러의 발목을 잡게 됐다. 텀블러의 최대 강점으로 뽑혔던 콘텐츠 업로드가 자유롭다는 점이 오히려 음란물 유통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서울의 이윤희 변호사는 “SNS의 일종인 텀블러는 기본적으로 글을 게시할 때 동영상이 들어갑니다. 이 점이 다른 SNS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급속도로 번지는 음란물 콘텐츠
 

애초에 텀블러는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도록 제작했기 때문에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회원가입 때에도 이메일 주소와 암호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미성년자들의 가입 가능성이 높음은 물론이고, 이들이 음란물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텀블러 약관에는 미성년자와 관련된 성적 게시물과 선정적인 동영상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걸러지거나 차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지난 5월 11일부터 3주간 온라인 음란물 집중 모니터링을 한 결과, 총 5만 6,570건 가운데 약 51%인 2만 8,567건이 텀블러를 통해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텀블러의 음란물 확산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라넷 폐쇄에 따른 ‘풍선 효과’로 판단했다. 실제로, 이전 소라넷 회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몇몇 텀블러 회원들은 ‘소라넷이 사라지고 한동안 활동하지 않았는데 텀블러로 돌아왔다’, ‘소라넷이 폐쇄돼 갈 곳이 없었는데 소문을 듣고 가입했다’ 등의 글과 함께 성적 사진을 올려 음란물 유통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재등장 가능성 높은 ‘제2의 소라넷’

사실, 이 같은 음란물 유통은 비단 텀블러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도 음란물 유통이 심심찮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명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6년 동안 게시물 시정요구를 조사한 결과, 인터넷 포털업체 중 카카오톡이 성매매·음란 게시물 시정요구가 가장 많았으며, SNS 중에서는 텀블러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좀처럼 음란물 유포 사이트가 줄지 않자 경찰은 지난해 소라넷 사건을 계기로 관련 사이트 조사를 대폭 강화했다. 현재 사이버안전국은 6~7개의 사이트를 소라넷과 유사한 음란사이트로 판단, 지방 경찰청과 업무 분담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음란사이트에 대한 수사가 대폭 강화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월, 강신명 경찰청장이 소라넷 폐쇄 이후에도 그와 유사한 사이트가 생길 경우에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수사당국의 적극적인 수사덕분에 음란 사이트로 비롯된 성 관련 범죄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이 변호사는 “여전히 여러 플랫폼을 통해 음란물들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소라넷 하나가 폐쇄됐다고 해서 범죄가 현격하게 줄지는 않습니다. 이는 통계학적 오류일 뿐입니다”라고 반박했다.


  ‘소라넷 사건’ 이전 음란물 사이트 유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만 했던 정부. 하지만 소라넷 사건으로 음란물 사이트 유포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고, 그 결과 음란물 사이트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소라넷이나 텀블러처럼 해외 IP를 사용할 때에는 국내 수사만으론 한계가 있다. 때문에 공신력으로 이뤄진 수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가 음란물 유포 사이트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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