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미래 모빌리티 시대 주도하는 자동차 명가의 1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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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11.20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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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게이트·코로나19 딛고 괄목할 재무 성과 거둬
미래 모빌리티 대전환 맞아 회사 운명 짊어져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미래 모빌리티 시대 주도하는 자동차 명가의 1인자

 

인류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성장 중인 전기차 산업이다. 내연기관차의 소멸이 단순히 자동차산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자동차 명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전기차로의 미래 모빌리티 대전환을 맞은 회사의 운명을 올라 칼레니우스에게 맡기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메르세데스-벤츠 역사상 첫 외국인 CEO

2018년 그룹 연구개발부문장이었던 스웨덴 출신의 칼레니우스는 메르세데스-벤츠(당시 다임러)의 CEO로 부임했다. 100년 가까운 역사의 기업 사상 최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였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임자 디터 제체 회장의 지휘 아래 2010년대 중반부터 BMW를 누르고 명실상부 최고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으나 동시에 시장 한쪽에선 테슬라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모빌리티 산업의 격변기를 앞두고 ‘영업통’에 가까운 칼레니우스가 차기 CEO로 지명되자 초기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레니우스가) 2015년 이사회에 합류했을 때부터 기술적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3년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으로 입사해 미국과 영국 자회사 등에서 경험을 쌓은 뒤 본사에서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책임자를 지냈다. 이로 인해 기술과 관련한 전문성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실제 그는 스톡홀름 경제대학교에서 재무·회계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문과’ 출신이다. 제체 전 회장이나 경쟁사 폭스바겐그룹의 토마스 셰퍼 CEO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런데도 칼레니우스가 CEO로 선택된 이유는 경영진에 합류한 뒤 독일식 관료제의 악습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신제품에 대한 실험적 접근을 강조하는 등 회사 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성과를 인정받아서다. 미국에서 초년 직장인 시절을 보낸 그는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일반 직원들에게도 아이디어를 내도록 장려했다. 이러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은 판단한 것이다.

 

 

디젤 배기가스 조작 적발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에 놓였던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발 빠른 대응으로 탁월한 재무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올라 칼레니우스 서브2 –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8월 한국을 찾아 권봉석 LG그룹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과 만나 생산 공정과 제품 품질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디젤 배기가스 조작 적발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에 놓였던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발 빠른 대응으로 탁월한 재무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각종 악재 속 발 빠른 대응으로 반전 이끌어

하지만 칼레니우스는 2019년 CEO로 취임하자마자 위기를 맞아야 했다. 디젤 배기가스 조작이 적발돼 미국에서만 22억 달러를 보상해야 했고, 에어백 리콜 문제도 연이어 터졌다. 결국 2019년 2분기 12억 유로의 적자를 내며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그해 연간 세전이익은 전년 111억 유로에서 43억 유로로 급감했다.

 

이듬해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해 판매가 줄고, 이로 인해 생산 차질도 빚어졌다. 판매량이 334만 대(2019년)에서 284만 대(2020년)로 15% 가까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빠른 대응으로 세전이익 66억 유로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FT는 이를 두고 “많은 투자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해냈다”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9년까지 기술개발부터 원자재 추출, 생산, 사용, 재활용에 이르는 전체 가치 사슬과 차량 수명 주기까지 모든 신차를 탄소중립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8월 한국을 찾아 권봉석 LG그룹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과 만나 생산 공정과 제품 품질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2021년부터 세계적으로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 마진율이 높은 고급 차량 판매가 증가하며 회사는 2021년 세전이익 290억 유로, 지난해 205억 유로의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이에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지난 7월 칼레니우스의 임기를 2029년까지 연장했다. 그가 CEO로 취임한 뒤 4년 동안 탁월한 재무적 성과를 낸 점을 인정한 것이다.

 

물론 칼레니우스의 경영 성과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재무적 실적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고급차의 판매 호조 덕분이라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전기차 EQ 시리즈는 혹평을 받으며 ‘재고 떨이’로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첫 배터리 전기차인 EQC 모델은 완전 충전 시 309km라는 짧은 주행거리로 인해 조기 단종되었고, 이후 선보인 고급 전기차 EQS 역시 좋지 않은 승차감과 비좁은 뒷좌석 공간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기대만큼의 판매량을 올리지 못한 탓에 EQ 시리즈 브랜드를 없앨 가능성도 거론되는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9년까지 기술개발부터 원자재 추출, 생산, 사용, 재활용에 이르는 전체 가치 사슬과 차량 수명 주기까지 모든 신차를 탄소중립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메르세데스-벤츠는 2039년까지 기술개발부터 원자재 추출, 생산, 사용, 재활용에 이르는 전체 가치 사슬과 차량 수명 주기까지 모든 신차를 탄소중립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올여름 취임 후 첫 한국 찾기도

그런데도 주주들은 그가 제시한 전기차 전환 로드맵을 믿고 재신임을 결정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차근차근 전기차 전환에 대비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기업 보쉬와 IT 기업 엔비디아는 물론 경쟁사 BMW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칼레니우스는 지난 8월 한국을 찾기도 했다. 배터리 공급사 중 하나인 SK온에서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만나 배터리는 물론 SK그룹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와의 협업 등 소프트웨어 부문 미래 사업까지 폭넓게 논의했고, LG디스플레이에 가서 권봉석 LG그룹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과 만나 생산 공정과 제품 품질 등의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을 찾아 가진 ‘올-일렉트릭 쇼케이스 및 기자 간담회’에서 칼레니우스 CEO는 “그동안 여러 차례 와서 지켜본 한국 기업들은 최첨단 기술개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비자들은 기술을 잘 이해하며 혁신에 앞섰다”며 “이제 한국 기업의 기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벤츠 차량이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의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충전 지점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 종합적 파트너십을 통해 공공은 물론 가정에서 충전할 수 있게 해 ‘충전 진보’가 일어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HPC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인데 이는 벤츠 대리점을 비롯해 편의 시설과 주요 도로에 인접한 핵심 도시 및 인구 밀집 지역 등에 고출력 충전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기차 시대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 속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막중한 책임감을 요구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전기차 시대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 속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막중한 책임감을 요구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과감한 투자로 전동화 전환에 사활

한편 회사는 자율주행을 포함한 차량 통합제어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완성 단계다. 2024년 출시될 새로운 E클래스에 고유의 차량 운영체제(OS)인 MBOS를 적용할 예정이다. 칼레니우스는 미국 전문지 모터트렌드와의 인터뷰에서 “2025년부터 새로운 차종은 순수 전기차로 출시하고, 2030년엔 기존의 모델까지 모두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또는 순수 전기차와 같은 전기 구동 차량(xEV) 점유율을 최대 50%까지 높일 방침이다.

 

물론 업계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미국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앞세우고 있고, 베트남 빈패스트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 6.5초짜리 402마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만들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이며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2년간 고속 성장을 배경으로 앞다퉈 공격적 투자에 나섰지만, 시장 추세가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시 출혈경쟁과 재고 누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통’을 지나 세계 자동차 기업들은 2030년을 전기차 시대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지을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는 칼레니우스가 연장된 임기 동안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9년까지 기술개발부터 원자재 추출, 생산, 사용, 재활용에 이르는 전체 가치 사슬과 차량 수명 주기까지 모든 신차를 탄소중립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 속도를 가속화 하고자 2030년까지 400억 유로 규모의 대대적인 R&D 투자도 단행할 전망이다. 전동화 전환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그룹과 칼레니우스 CEO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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