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대선 출마 선언한 ‘정치 명문가’ 후예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대선 출마 선언한 ‘정치 명문가’ 후예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3.11.06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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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60대 대선에 도전장 던진 제3지대 후보
파격적 공약 강수로 내세워 사로잡는 표심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대선 출마 선언한 ‘정치 명문가’ 후예

 

2024년에 치러질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미국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일원으로서 지난 10월 9일 공식 출마를 선언한 지 불과 6시간 만에 1,100만 달러(148억 원)의 모금에 성공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미국 대선판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박빙 양자 대결로 판단되던 대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2024년 美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주목받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60대 대통령선거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트위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60대 대통령선거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트위터

 

케네디 가문의 세 번째 미국 대권 도전

1년 앞으로 다가온 2024년 60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최대 변수가 등장했다. 고령 정치 논란 속에 조 바이든 현 美 대통령(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美 대통령(공화당)의 팽팽한 재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제3지대 후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무소속으로 지난달 공식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선언 당시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지지자를 향해 “나는 두 정당(민주당·공화당)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다. 무소속으로 미 대선에 출마하겠다”라며 “과거에도 미국에 무소속 후보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무소속 후보가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다”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당찬 행보를 보이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의 행보는 더욱 저돌적이다.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인터뷰가 폭스 뉴스의 터커 칼슨이다. 터커 칼슨은 미국의 TV 아나운서, 평론가, 기자이자 저널리스트로 미국의 대표적 보수 논객 중 하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로 지난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터커 칼슨과 인터뷰를 온라인으로 중계했고, 이 영상은 무려 2억 뷰를 넘어선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첫 인터뷰를 터커 칼슨과 진행했다는 것은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측에서 표심을 더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민주당 소속으로 지난 9월 열렸던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지만,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패배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 민주당 표의 일부가 이탈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에 이 같은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10월 9일 2024년 60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kennedy24.com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10월 9일 2024년 60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kennedy24.com

 

가족 일부마저 등 돌린 보수성향의 후보

일각에서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출마 선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양당제가 정착된 미국에서 제3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의 출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큰 반감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극우 진영의 ‘백신 음모론’ 확산에 앞장섰던 이력이 있어 ‘백신 전도사’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낙태 금지 지지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반대하는 태도 역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눈엣가시로 보여질 수 있다. 심지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형제자매 중 4명도 공동 성명을 통해 “아버지이자 전직 법무장관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로버트 F. 케네디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는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항해 제3후보로 출마하기로 한 결정은 미국에 위험하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10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가족을 사랑한다. 모든 가족에게는 분쟁이 있다. 나를 응원해 주는 가족들이 많다. 우리 가족 중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고 문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갖고 있다”라며 가족들의 공개 비난에 대한 소신을 전한 바 있다.

 

트럼프 캠프의 대변인인 스티븐 청은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척하는 사람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 무소속 출마는 가문을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허영심에 불과하다”라며 직설적으로 견제했다.

 

 

‘기타의 신’이란 별명을 지닌 전설적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은 미국 대선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선거자금 모금을 도와 화제가 되었다.ⓒ kennedy24.com
‘기타의 신’이란 별명을 지닌 전설적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은 미국 대선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선거자금 모금을 도와 화제가 되었다.ⓒ kennedy24.com

 

민주당 출신이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인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미국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일원으로 1963년 암살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피격으로 사망한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많은 이는 가문의 성향을 이어받아 진보와 보수 양측 진영을 초월하는 행보를 보이리라는 기대도 받고 있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이러한 예상은 빗나간다.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주류 민주당원들과 성향도 다르다. 개개인의 자유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스스로를 헌법에 있어서는 절대주의자(constitutional absolutist)라고 평가하지만, 미국 총기 규제 논란 당시 규제를 반대했었고, 아이러니하게 된 수정헌법의 제2조는 지지했다. 수정헌법 제2조는 시민의 무장권을 명시하는 조항이다.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앞서 언급했든 백신 반대론자였으며, 그린뉴딜 정책을 지지하는 환경주의자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트랜스젠더가 나타나는 원인을 환경오염으로 지목하며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인 에이즈(AIDS)의 원인을 바이러스가 아닌 ‘파퍼(popper)’라고 불리는 마약 ‘랏슈’를 지목하기도 했다. 로버트 F. 케네디와 존 F. 케네디가 비밀조직에 의해 암살되었다고 믿고 자신의 아버지를 암살한 시르한 비샤라 시르한의 가석방에 찬성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던 사건은 그의 가족들과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상식을 뛰어넘는 여러 일들에 관여하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지켜봐 온 이들은 그의 성향을 단순한 비주류가 아닌 음모론적 성질을 지녔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의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미국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일원으로 1963년 암살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다. 사진은 과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으로부터 도롱뇽 ‘Shadrach’를 선물 받는 모습.ⓒ kennedy24.com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미국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일원으로 1963년 암살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다. 사진은 과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으로부터 도롱뇽 ‘Shadrach’를 선물 받는 모습.ⓒ kennedy24.com

 

 

미국의 정치 전문 일간 신문인 폴리티코(Politico)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1992년 대선에 출마해 득표율 약 19%를 기록한 기업가 출신 로스 페로 후보 이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무소속 후보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신선한 제3당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고,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은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크며, 케네디 가문의 일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지명도가 상당히 높다’라는 여론조사의 결과가 이에 대한 근거라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중동 외교 실패, 유가 급등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고, 전통적인 양당제에 환멸을 느끼거나, 바이든과 트럼프에게 또 투표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행방도 변수 중 하나다.

 

대선 레이스에 신바람 불러일으킬 것

무엇보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는 ‘고령’이라는 점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표심을 가져갈 수 있는 주요한 포인트다. 그는 올해 만 69세로 출마를 선언한 대선 후보 중 유일한 60대 후보인데, 이는 그의 약진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단순히 나이가 젊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자세가 다른 후보들과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중 눈여겨볼 대목은 바로 ‘비트코인’ 관련 공약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비트코인으로 미국 달러를 지원하겠다’라는 대선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대통령 당선 시 미국 국채 발행량의 1%를 금·은·비트코인 등으로 뒷받침하면 달러 강세를 회복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며 미국 금융 안정,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비트코인을 미국 달러로 전환할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겠다”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비트코인과 관련된 커뮤니티에서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에 대해 ‘비트코인의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호감을 보이는 상황이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대선 후보 중 유일한 60대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자세가 다른 후보들과의 큰 차이로 평가된다.ⓒ kennedy24.com
현재 출마를 선언한 대선 후보 중 유일한 60대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자세가 다른 후보들과의 큰 차이로 평가된다.ⓒ kennedy24.com

 

또 다른 공약 중 눈에 띄는 사항은 바로 ‘줄리언 폴 어산지(Julian Paul Assange)’와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의 사면이다. 줄리안 폴 어산지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 설립자로 2019년 4월 체포되어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자료를 폭로한 뒤 에콰도르로 망명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이러한 그를 사면하고자 하는 이유로 “미국은 반체제 인사를 투옥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존 키리아쿠, 첼시 매닝, 리얼리티 위너, 대니엘 해일, 토마스 드레이크, 제프리 스털링, 에드워드 스노든은 용감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미국을 민주적이고 인도주의적 이상으로 되돌리려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발언과 그동안의 행보를 보았을 때 그의 미국 대선 레이스 참가는 지루할 수 있는 바이든-트럼프 대립 구도에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최종 승자를 가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1년이다. 장기 레이스가 펼쳐질 예정인 만큼,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는 모르는 일이다. 2024년의 미국 대선 레이스가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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