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셔틀콕 여제’의 대관식
[이슈메이커] ‘셔틀콕 여제’의 대관식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10.31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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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단식 정상 등극으로 대회 2관왕
불굴의 부상 투혼으로 국민에게 감동 안겨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셔틀콕 여제’의 대관식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항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셔틀콕 여제’ 대관식을 치렀다. 줄곧 자신에게 아픔을 안겼던 중국의 천위페이를 맞아 1세트 도중 닥쳐온 부상을 이겨내는 초인적인 힘을 과시하며 2-1로 승리했다. 단체전에 이은 2관왕이자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의 한국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

 

감동과 환희로 물든 여자 단식 결승전

안세영은 이날 1세트 도중 통증을 호소한 뒤 오른쪽 무릎에 붕대를 감고 경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경기를 더 치르기도 쉽지 않아 보였으나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잠시 걷던 그는 경기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절뚝거리며 경기에 치르는 장면을 보는 팬들의 마음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힘겹게 1세트를 따냈으나 천위페이가 집요하게 안세영이 다친 오른쪽 하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2세트를 내줘야 했다. 중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까지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었다. 운명의 3세트에서 안세영은 체력이 떨어지며 스트로크가 흔들린 천위페이를 끌고 다니며 조금씩 간격을 벌려 나갔다. 근육 경련이 일어나며 추격의 동력을 잃은 천위페이는 안세영의 투지에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안세영은 코트 위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경기 뒤 안세영은 “무릎에서 딱 소리가 났고, 통증이 계속 이어졌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귀국 뒤 받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진 결과 오른쪽 무릎 근처 힘줄이 찢어졌다는 소견을 받았다. 안세영은 결승전에 대해 “솔직히 경기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겠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점, 한 점만 생각했다. 그저 ‘정신만 바짝 차리자’라는 생각으로 뛰었다”라고 했다.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시상식 자리에서 안세영과 천위페이는 손을 맞잡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경기 후 천위페이는 “안세영이 많이 발전했다. 훌륭한 선수”라고 했다. 안세영도 “천위페이 덕분에 명경기를 뛸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천위페이는 원래 안세영의 천적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천위페이를 처음 만나 무기력하게 패했고, 이를 포함해 내리 7연패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6승 2패로 상대 전적을 압도하며 천적 관계를 청산하기 시작했다.

 

 

안세영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의 한국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안세영 인스타그램
안세영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의 한국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안세영 인스타그램

 

미완의 천재에서 세기의 선수로

안세영은 만 15세의 나이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압하며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해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한국 선수 최초로 BWF 신인상에 오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다.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9년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광주 코리아마스터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성지현 현 국가대표 여자 단식 코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무섭게 성장한 안세영은 2020년 주니어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안세영에게 실패의 충격을 안긴 건 도쿄 올림픽이었다. 여자 단식 8강에서 천위페이에게 진 그는 당시 아쉬움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의자에 걸터앉아 한동안 코트를 떠나지 못했다. 안세영은 눈물과 함께 “이 정도 열심히 준비해서도 안 된다면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며 더 강한 선수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정복한 안세영의 다음 목표는 내년 파리 올림픽 정상 등극이 될 전망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정복한 안세영의 다음 목표는 내년 파리 올림픽 정상 등극이 될 전망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성장통을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은 안세영의 변화는 국제대회 성적으로 즉각 나타났다. 올해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을 비롯해 5개 국제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 7월 전남 여수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에서는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후 한국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단식 금메달에 이어 일본오픈과 중국오픈을 차례로 정복하며 올해만 9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을 통해 마침내 셔틀콕 여제로서 ‘대관식’을 치렀다. 올림픽 이후 2년이란 시간 동안 철저한 자기반성과 계발을 거쳐 완성된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그의 다음 목표는 그랜드 슬램이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정복했고 대망의 올림픽은 내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다. 대회 종료 후 안세영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여러분이 아는 안세영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저 평범한 운동선수 안세영”이라며 “앞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가 있으니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려 한다”고 여전히 승리에 목말라 있음을 전했다. ‘무결점’ 배드민턴 선수로 거듭난 스물한 살 셔틀콕 여제의 전설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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