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전쟁터, 극한직업
보이지 않는 전쟁터, 극한직업
  • 서재창 기자
  • 승인 2016.09.06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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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서재창 기자]



보이지 않는 전쟁터, 극한직업

직업의식에 대한 숭고함과 자부심 고취가 필요한 시대


 


지난 2008년부터 EBS에서 방영된 ‘극한직업’은 열악하고 극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취재해 시청자에게 직업 영역에 관한 폭넓은 시야를 열어줬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은 감춰진 사회의 단면을 인식했을 뿐 아니라 희미해져가는 직업윤리와 의식에 대해 다시금 고찰하게 됐다. 오늘날 극한직업이라는 단어가 만연하게 활용되면서, 국내 사회에서는 직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삶과 직면하는 극한 직업의 세계



국내의 총 직업 수는 약 1만 1,440개로 집계됐다. 그 중에는 고된 작업과 열악한 환경에서 종사하는 이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극한직업이라 불리는 직업 영역은 오늘날 직업 전선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는 사람들의 삶의 단면을 비춘다. 극한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극심한 육체적 소모와 더불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고강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극한의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뜨거운 불 앞과 영하 수십도 냉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까마득한 고공에서 진행되는 작업, 원양어선에서 체류하는 장기간의 조업에 이르기까지 직업적 극한 상황에서 삶을 체험한다. 한 예로, 가마솥을 만드는 이들은 타들어 가는 뜨거움을 견디며 1,500℃의 쇳물로 주조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들은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흙을 다져 형틀을 만들고, 거푸집에 씌운다. 이 작업은 거푸집과 형틀 사이에 쇳물을 붓고 나서도 4, 5번 기름칠을 해 솥 길들이기 작업을 해야 비로소 가마솥 하나를 완성한다. 최근 국내의 극한직업 영역에서는 육신의 어려움뿐 아니라 정신적인 혹사를 경험하는 직업도 포함된다. 국내에는 전화로 상담 및 불만 접수 업무를 진행하는 텔레마케터,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분야, 최저시급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종 등의 분야에서 어려움을 토로한다.
 
국내뿐 아니라 매체를 통해 알려진 해외의 극한직업에 대한 다양한 사례 역시 조명 받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극한직업 사례 중 하나인 ‘베링해 게잡이’는 조업이 위험하고 힘들어 매주 1명꼴로 사망자가 나오는 위험한 직업이다. 이 작업은 영하 2, 30도가 넘는 추위와 10m가 넘는 파도 속의 얼어붙은 갑판 위에서 장시간 버텨내야 하는 고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에 지원하는 이들은 1천만 원이 넘는 일당으로 인해 도전하고 있다. 이외에도 앙골라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지뢰 제거 요원, 동남아시아의 코브라 청소부, 고층 창문 청소부, 인도네시아의 상어잡이, 스리랑카의 보석 광산의 채굴 작업 등 위험하고 고되지만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기도 하다. 이 같은 업무여건의 열악함은 업무와의 난이도에 따라 극한직업의 영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국내 극한직업에 포함돼있는 종사자에 대한 인식과 처우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국내 직업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근무여건의 개선, 직종 간 임금격차 해소와 같은 문제를 조명하게 됐다.




낮아진 직업의식과 직업에 대한 새로운 해석 필요

과거에 비해 직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14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실시된 ‘한국인의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 조사에 따르면, 직업 간의 우열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지도층으로 분류되던 판사, 변호사, 의사, 대학 교수 등의 직업군은 직업 만족도가 100에서 88.7로 떨어졌으며, 아파트 경비원, 농민, 백화점 점원 등의 직업 영역은 오히려 위세가 올랐다. 직업 선택 기준도 고용안정성 보다는 월급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국내의 직업 종사자들에게는 근무환경이나 일의 흥미도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원은 “국내 사회의 균형발전과 그에 따른 혜택이 형평하게 배분되는 시스템 구축 없이 직업선택에서 보수를 가장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인식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 한다”라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눈에 띄는 부분은 직장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결혼이나 출산과 무관하게 계속 일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지난 10년 동안 26.8%에서 53.5%로 2배가량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평생직장을 선호하는 현상은 학력과 상관없이 크게 늘었다. 고졸 이하의 구성원에서는 2006년 51.3%에서 2014년 62.5%로 상승했고, 대졸 이상의 참가자들은 2006년 51.9%에서 2014년 60.0%로 약 10% 증가하는 변화를 보였다. 이는 안정적 직업과 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취업난과 비정규직 증가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오늘날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방관이 신뢰하는 직업 1위에 올랐다. 이 결과는 대형 재난 현장에서 보여준 투철한 직업의식과 헌신적 자세가 대중 사이에서 알려지게 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평판에 비해 소방관과 같은 직군의 사회적 처우가 그리 좋지 않다. 2, 3교대로 바쁘게 돌아가는 격무, 노후한 장비, 낮은 연봉 등의 근무 환경은 소방관과 같은 직종의 종사자의 자존감을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이 돼왔다. 정부는 열악한 조건에 있는 직업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신 직업 발굴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략 및 실천방안을 모색, 학생들의 진로 교육을 강화해 올바른 직업의식을 심어주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편, 국내 사회가 고령화 시대로 흐르는 만큼, 고령자의 경제활동에 대한 의식도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정부는 관련 법제도의 정비와 산업현장의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직무능력표준 개발, 직업 개발의 안정적 토양을 조성해 국내의 올바른 직업윤리 의식을 정착화 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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